음악의 산책/Nashville

[번안곡] 소낙비 - 이연실

jubila 2021. 8. 21. 14:16

소낙비 - 이연실

 









소낙비
양병집 작사 외국곡

원곡
Bob Dylan - A Hard Rain's A Gonna Fall


이연실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
나는 안개낀 산속에서 방황 했었다오
시골의 황토길을 걸어 다녔다오
어두운 숲가운데 서 있었다오
시퍼런 바다위를 떠다녔었다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무엇을 보았니 내 아들아
무엇을 보았니 내 딸들아
나는 늑대의 귀여운 새끼들을 보았오
하얀 사다리가 물에 뜬걸 보았오
보석으로 뒤덮힌 행길을 보았오
빈물레를 잡고있는 요술쟁일 보았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무엇을 들었니 내 아들아
무엇을 들었니 내 딸들아
나는 비오는날 밤의 천둥소릴 들었오
세상을 삼킬듯한 파도소릴 들었오
성모앞에 속죄하는 기도소릴 들었오
물에 빠진 시인의 노래도 들었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누구를 만났니 내 아들아
누구를 만났니 내 딸들아
나는 검은개와 걷고있는 흰사람을 만났오
파란문으로 나오는 한여자를 만났오
사랑에 상처입은 한남자를 만났오
남편밖에 모르는 아내도 만났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어디로 가느냐 내 아들아
어디로 가느냐 내 딸들아
나는 비내리는 개울가로 돌아 갈래요
뜨거운 사막위를 걸어서 갈래요
빈손을 쥔 사람들을 찾아서 갈래요
내게 무지개를 따다준 소년따라 갈래요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
나는 안개낀 산속에서 방황 했었다오
시골의 황토길을 걸어 다녔다오
어두운 숲가운데 서 있었다오
시퍼런 바다위를 떠다녔었다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끝없이 비~~~가 내리네







 




 

 

 

원곡 Bob Dylan - A Hard Rain's A-Gonna Fall

 







이연실, 그 청아한 음유시인의 기억

유행가, 혹은 대중가요라는 이름은, 그 의미 만으로 보자면 시(詩)와 다르지 않다. 시는 한때 한 시절 사람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는 유행의 노래이며 뭇사람들이 즐기는 신명의 가락이었다. 지나간 가수 중에서 가장 시인다웠던 사람을 고르라면 나는 박인희를 들겠다.

그녀는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그대로 낭송했고 '세월이 가면'은 곡을 붙여 불렀다. 박인환의 이 시들은 박인희의 그 곱고 애절하면서도 절제있는 목소리를 통해야 제 맛이 날 정도다. 박인희의 '모닥불'이나 '끝이 없는 길' '얼굴'은 한 시절을 감전시킨 음표의 시다. 그 노래들은 넋나간 듯 늦가을 밤을 지키며 모닥불 가에서 목이 쉬도록 불러야 원음이 나온다. 박인희 뿐 아니라, 서유석이나 정태춘에게도 시와 대중가요의 쿨한 만남은 계속된다. 그들 또한 모두 각자의 물길로 각자의 노를 저어 각자의 빛깔로 각자의 소신으로 저쪽, 시의 등대가 희부윰한 안개 속을 멀리까지 저어나간다.

하지만 나는 박인희의 시대에 등장해, 알 수 없는 신비감으로 귀를 사로잡았던, 어쩌면 그 야릇한 비현실감 때문에 유령처럼 느껴지는 한 여자를 기억한다. 그가 이연실이다. 이연실의 '찔레꽃'과 '새색시 시집가네' 그리고 '타박네'는 산업화의 멀미 속에서 성장정지의 볼멘소리같은 어린 중얼거림이 기이한 공명으로 울려퍼졌다.

그가 저 향토빛 노래를 부를 때면 그에겐 찔레꽃 민들레 향기가 났고 그의 고무신엔 흙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스텐카라친'이나 '릴리 마를렌'을 부를 땐, 꿈의 담장을 넘어 엿보았던 그 낯선 풍경 속에서 히아신스를 꽂은 소녀가 돋아났다. 그 이국적인 정조는 감미와 퇴폐가 설탕과 프림처럼 섞여 혀끝으로 녹아든다.

내가 한 시절 가장 매료됐던 그녀의 노래는 '조용한 여자'이다. 어젯밤 꿈 속에서 보랏빛 새 한 마리, 밤이 새도록 쫓아헤매다 잠에서 깨어났지요,로 시작하는 그 노래. 이제 막 그리움의 초경을 시작하는 풋소녀의 싱숭생숭을 마치 숨소리 붙들듯 잡아낸 멋진 노래였다. 하지만 '나는 소녀가 아니고 여인 또한 아직은 아니지만, 장발 단속엔 안 걸리니 여자는 분명 여자지요'라고 말하는, 어렴풋한 정체성의 인식은 그녀가 꿈에서 발견한 보랏빛 새처럼, 살짝 열린 문틈으로 비치는 달콤한 세상으로 향해 있다.

나는 조용한 여자를 통해, 여자의 마음을 엿보았고, 그녀를 통해 여자의 눈을 만났다. 조용한 건, 다름이 아니라, 그녀를 노크해줄 어떤 존재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의 고요이다. 순결이란 어쩌면, 아직 사건이 시작되지 않은 영화를 보는 설렘과 기대처럼, 두근거리는 퇴폐의 기분이란 걸, 저 노래는 가르쳐주었다.

이연실의 목소리는 감정을 가공하지 않고, 슬픔을 더 보태지 않은, 교태도 섞지 않은 맑은 물소리같이 흘러들어온다. 잡티가 섞이지 않았기에 어쩐지 불안하고 어쩐지 서글프고 어쩐지 외롭다. 대중가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를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연실의 '소낙비'를 얘기하리라.

이 희한한 번안곡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의 장면들에서 느끼는 시적인 설렘, 혹은 요즘의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등의 판타지 영화의 매력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담고 있다. 검은 고깔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와, 그 아래 크레용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세상. 세상을 덮는 소낙비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들은, 어쩌면 우리의 상상력이 그리지 못했던 상쾌하고 따뜻한 세상을 스냅스냅으로 보여준다.

빗소리를 타고 날아다니는 노래, 마녀와 세상이 공존하는 노래, 어쩌면 현실의 최루탄과 억압적 공기를 피해, 꿈으로 달아난 사람들이 바라본 한 바탕의 '헛 것'들. 그게 아프고도 감미롭게 붙들린다. 나는 '소낙비' 만한 음유시를, 이연실같은 음유시인을, 이후 들은 적도 만난 적도 없다. 과연 그런지 빗소리에 젖어보시라.


소낙비의 원곡은
Bob Dylan - A Hard Rain's A Gonna Fall 이다.


 

 

Adventurer
승부사

"이것이 아빠란다"

youtube 검색창에 "이것이 아빠란다"를 처보세요

https://youtu.be/chrFARWMfdg?list=RDUsUmxrw9-bQ

https://youtu.be/rcRgVSDq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