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Nashville

[가요] 사랑밖에 난 몰라 - 심수봉

jubila 2022. 2. 21. 10:43

사랑밖에 난 몰라 - 심수봉

 






사랑밖에 난 몰라

심수봉


그대 내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땜에
내일은 행복할꺼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주던 단 한사람
커다란 어깨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아요
이날을 언제나 기다렸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고 당신이 너무 좋아









 

 




 

 







피아노 앞에 앉아 자작곡을 연주하고 노래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여기까지는 대학가요제라는 행사에 어울렸고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그 곡 ‘그때 그 사람’은 트로트였다. 왜색조라는 말로 간단히 폄하되던 장르를 젊은이들의 음악 경연장에 들고 나온 여대생에게 입상은 언감생심이었다. 과거의 무언가를 가져오려거든 활주로의 ‘탈춤’ 정도는 돼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여대생 심민경은 그렇게 기묘한 이미지만 남긴 채 물러갔지만, 이듬해 그녀는 가요계를 거의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모든 어른들의 지지를 받는 트로트계의 신성이었고, 어느새 이름마저 심수봉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작의 다음은 기구했다. 1979년 10월 26일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심수봉은 한동안 무대에 설 수 없었다. 이듬해 영화 [아낌없이 바쳤는데]에 캐스팅되며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수록곡 ‘순자의 가을’이 당시 영부인의 지엄하신 이름을 무단 도용하여 또 한번 신군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후에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로 제목이 바뀐다). 대마초보다 더 억울한 지독한 악연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심수봉의 새 노래를 듣기 위해 1984년까지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