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C 장조 D 760

jubila 2021. 2. 17. 16:47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C 장조 D 760

 


Schubert Wanderer fantasy in C major D.760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C 장조 D 760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1. Allegro con fuoco ma non troppo, 2. Adagio, ​3. Presto (scherzo), 4. Allegro

Alfred Brendel, piano



< 방랑자 환상곡 >은 슈베르트가 스물다섯 살이었던 1822년에 쓴 곡이지요. 작품의 모티브는 열아홉 살 때 썼던 가곡 ‘방랑자’입니다. “나는 산 저쪽에서 왔다네. 골짜기에는 안개가 끼고 바다에는 물결이 일고 있다네. (중략) 내 꿈꾸는 나라는 어디인가.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네. …나는 힘없이 걷고 있다네. 조금도 기쁨이 없다네. 탄식만이 끊임없이 ‘어디야’ 하고 묻는다네.”


슈베르트는 이 가곡의 선율을 ‘방랑자 환상곡’에서 두번째 악장에서 주제로 사용합니다. 8마디의 선율을 먼저 제시하고, 그것을 계속 변주시키는 방식으로 2악장을 전개하지요. 애잔한 느낌을 풍기는 아다지오 악장입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비판적으로 논하는 이들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라거나 “음악이 장황해서 지루하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4개 악장으로 이뤄진 ‘방랑자 환상곡’은 좀 다릅니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작품 중에서는 상당히 구조가 탄탄한 곡으로 평가받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슈베르트가 어떤 일관성을 보여주려고 애쓴 기색이 역력하지요. 덕분에 22분가량의 연주가 꽤 긴장감 있게 펼쳐집니다. 특히 이 곡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1악장 서두에 등장하는 ‘덤-다-다-덤’의 리듬형(形)을 머릿속에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그 기본적인 리듬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맛보는 것도 이 곡을 듣는 묘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음악을 듣기 전에, 브렌델이 했던 그 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낭만주의에 대해 좀더 길게 설명하자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낭만주의는 19세기 초반에 문을 열었지요. 그것은 문학에서 점화해 음악과 미술로 왕성하게 번져갔습니다. 당시 예술가들은 딱딱한 규칙을 거부했고 자신의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충실하고자 했지요. 현실보다 몽환을 사랑했고, 스스로를 외로운 존재로 소외시키면서 세상에서 겉돌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낭만의 시대였던 19세기에 많은 음악가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아마 오늘날 우리가 가장 즐겨 듣는 음악들이 대개 이 시대의 것들일 겁니다. 하지만 슈베르트만큼 낭만의 요체인 ‘방랑’을 대변할 만한 음악가가 또 있을까요? 별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특히 슈베르트는 피아노 음악에서 방랑의 기질을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엉거주춤한 상황에서, 제자리를 빙빙 돌다가 이리저리 부유(浮游)하는 것이 ‘음악적 화자’로서의 슈베르트가 보여줬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그의 피아노 음악에는 반복적인 악구와 둥둥 떠다니는 화성들이 빈번히 등장합니다.


슈베르트가 가곡을 주제로 만든 네 곡의 기악곡 중에서 피아노 5중주 <송어>,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방랑자>,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뤼케르트의 「어서 오시오」에 슈베르트가 붙인 곡을 바탕으로 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중에서 <방랑자>가 가장 혁신적이다. <방랑자>의 네 악장은 모든 악장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슈베르트는 전통적인 교향곡의 구조를 이루는 악장들을 한결같고 응집력 있는 합으로 결합시키는 과제에 빠져 있었다. 구조와 주제를 조직하는 면에 있어서, 뛰어난 비르투오소와 관현악을 닮은 피아노곡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방랑자>는 훗날 큰 영향을 미쳤다.

가곡 <방랑자>에서 가져온 단편적 선율은 2악장의 재료가 되었지만 장단단격이 반복되는 리듬(덤-다-다-덤)이 곡을 지배한다. 이 곡의 가능성에 대해서 알프레드 브렌델은 어쩌면 <방랑자>는 베토벤의 위대한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보다 더 미래에 나타날 피아노를 기반으로 한 곡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그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이 음반을 녹음했다. 그래서 이것은 그의 음반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남아 있다. 사운드는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가늘지만 만족스럽다.

다른 연주자들이 더 많은 온기와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폴리니는 품위 있는 균형과 힘, 극적인 대조와 중심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곡의 정수에 도달하는 연주를 선보인다. 2악장은 깨어질세라 조심스럽게 연주하지만 피날레에서는 철과 같은 단단한 기교를 드러낸다. 폴리니는 전체적으로 강렬한 흥분과 고전주의의 절제 사이에서 이상적인 균형을 찾았다.



Schubert: Fantasy In C Major "Wanderer", D. 760

Maurizio Pollini Piano


1. Allegro con fuoco ma non troppo

 

2. Adagio

 

3. Presto

 

4. Allegro

 

 

 

 

"이것이 아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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