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3번

jubila 2022. 1. 13. 12:17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3번

 


Sibelius  Symphony No.3 In C major, Op.52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3번  다장조


Jean Sibelius, (1865~1957)

1. Allegro moderato,  2. Andantino con moto, quasi allegretto,  3. Moderato - Allegro (ma non tanto)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Esa-Pekka Salonen, conductor





제3번 교향곡은 제2교향곡을 완성한 후 귓병을 치료하기 위해 헬싱키 근교 야르벰퍼에서 생활하면서 3년 정도 걸려 1907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이 곡은 낭만적 색채가 짙은 제1, 2 교향곡과 새로운 양식으로 변화된 제4 교향곡 사이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이 양쪽의 그늘에 묻혀 자주 연주 되지 않았었다.


민족주의적 정서로부터 거리를 두려 노력
 시벨리우스는 교향적 환상곡 〈포욜라의 딸〉 작곡 후 이듬해에 〈교향곡 3번〉을 작곡하였다. 〈포욜라의 딸〉과 〈교향곡 3번〉은 1908년 9월 헬싱키에서 함께 초연되었는데 다른 시벨리우스의 교향곡들처럼 이 작품 역시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청중들의 반응은 〈포욜라의 딸〉에 더욱 뜨거웠다. 그들에게 이례적으로 세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의 구성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시벨리우스는 이 곡에서 스케르초와 피날레 악장을 하나로 압축시켰다. 이는 처음에는 구조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졌었지만, 곧 찬사를 받는 이 곡의 형식적인 특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 곡이 발표되었을 당시까지만 해도 핀란드 내에서만 유명세를 얻었던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의식적으로 당시 유럽 대륙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었던 오케스트라 작품의 전통들, 즉 구스타프 말러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들의 과도한 오케스트라 파워와 복잡한 텍스처는 시벨리우스의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시벨리우스의 친구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였던 페루치오 부조니에게 헌정되었다. 이전까지 시벨리우스의 작품의 정신적인 근간이 되었던 핀란드의 서사시 《칼레발라》와 달 리 시벨리우스는 이 작품에서 민족주의적인 정서를 넣지 않으려 노력했다.
 
형식에 대한 실험
〈교향곡 3번〉에서 시벨리우스가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형식에 대한 실험’이었다. 이러한 실험 정신으로 인해 이 곡은 매우 다이내믹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고, 이 곡의 구조가 설정하고 있는 목표점과 그 목표점의 중단이 바로 음악의 형식적인 개요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 1악장은 아무런 서주 없이 곧바로 매우 낙천적인 첼로와 베이스의 주제로 시작한다. 음악은 광대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완전히 만개한 광활함을 연출해낸다. 중간에는 ‘고요하게’(tranquillo)라고 지시된 매우 신비스러운 부분이 등장하여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와 발전부를 나누는 지점이 된다. 다른 시벨리우스 작품처럼, 이 악장에서 시벨리우스는 시작 주제가 다시 등장하기 바로 직전에 멋진 효과와 함께 화려한 클라이맥스를 구축한다.
 
“혼돈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아이디어들의 결정체”
 2악장은 우아하면서도 애수에 찬 춤곡풍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론도형식과 같이 계속 반복되는 주제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반주부의 색채감과 화성이 보여주는 미묘함은 이 악장의 감상 포인트이다. 마지막 악장 알레그로는 스케르초와 피날레를 한 데에 뭉뚱그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시벨리우스는 스스로 이 악장을 ‘혼돈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아이디어들의 결정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혼돈’은 스케르초적인 인상을 풍기는 이 악장의 서주를 두고 일컫는 말인 듯하다. 이러한 혼돈으로부터 무엇이 결정체로 만들어질 것인가를 기대하면서 이 악장을 듣는 것 역시 〈교향곡 3번〉의 감상 포인트라 하겠다.




Sibelius  Symphony No.3 In C major, Op.52

Philharmonia Orchestra
Vladimir Ashkenazy



 

1. Allegro moderato,  
세상의 대부분의 곡이 그렇듯이, 시벨리우스의 이 곡 역시 첫악장의 서주를 통해서 전곡을 짐작할 수 있다. 첼로와 콘트라바스의 통통 튀는 듯한 주제의 등장과 더불어 저현에서 고현으로, 고현에서 목관으로, 목관에서 금관으로 급기야는 총주로 발전하며. 철저한 4박자의 리듬이 느껴지는 즐거운 기분의 곡이다.

 

 

2. Andantino con moto, quasi allegretto,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 시벨리우스는 유려한 선율을 그리는 작곡가는 아니다. 그의 4번 교향곡 3악장의 경우는 주제음 조차 찾기조차 어려운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들을 수 있는 이유는, 그의 관현악법이 대단히 정밀하고 다양한 표정을 들려준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지금, 이야기 하여도, 이 2악장에서 만큼은 예외로 두어도 될 것 같다. 팀파니의 트레몰로와 혼의 약주가 조용히 곡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목관의 구슬프고 민족적인 선율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가을의 낙엽을 밟고 걷는 듯한 느낌.  전체적으로 이러한 고답적이고 쓸쓸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3. Moderato - Allegro (ma non tanto)
물론 2악장도 대단히 좋아하지만 이 곡 자체적으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악장이다.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 한 정과 동의 매력이 가득 느껴지는 곡이기 때문이다.
곡은 정확하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지는데,  첫 부분 모데라토 부분은 6/8박자로 일반적인 교향악에서 스케르초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이 부분은 현과 목관에 의해 빠르고 역동적이지만 가벼운 연소가 느껴지는 동의 이미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스케르초가 끝나고 비올라와 첼로에 의한 4박자의 유려한 주제가 등장하는데,  물론 이 부분 역시 코다로 진행될수록 역동적이 되어가긴 하지만, 스케르초의 동적인 에너지가 이 순간은 정적인 심연으로 교체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레이션은 차츰 웅대해지며 열정적으로 전 곡이 마무리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