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8번

jubila 2023. 3. 28. 07:45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8번





Shostakovich Symphony No.8 in C minor, op.65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8번 다단조,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1. Adagio – Allegro non troppo (C minor),    2. Allegretto (D♭ major),   
3. Allegro non troppo (E minor),    4. Largo (G♯ minor),    5. Allegretto (C major)


Helsinki Philharmonic Orchestra,
James DePreist




교향곡 8번은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쇼스타코비치의 '전쟁 교향곡 3부작' 가운데 두번째 작품이다. 이 곡은 그리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데, 방대한 규모에 비해 외적인 연주 효과가 크지 않고, 내용 면에서도 모호하거나 부담스런 면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연구가들은 이 곡을 쇼스타코비치의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꼽는다.


쇼스타코비치가 이 교향곡을 쓴 것은 
1943년 여름이었다. 독-소 전쟁이 만 2년을 넘기도 있던 무렵, 전세가 역전되어 유명한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에서 승리를 거둔 소련군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폴란드까지 독일군을 추격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소련이 승기를 잡는 시점이었다. 당연히 소련 국민들과 정부는 쇼스타코비치가 이런 희망찬 분위기에 어울리는 신작을 발료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 가을, 모스크바에서 므라빈스키의 지휘로 초연된 교향곡 8번은 그들의 기대에 완전히 반하는 작품이었다. 장대한 첫 악장부터 시종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하고, 넷째 악장에 위치한 라르고의 암울한 악상이 전편을 지배하며, 마지막 악장의 마무리 또한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쇼스타코비치는 파시스트의 편"이라고 불평했다. 다행히 교향곡 7번의 세계적인 명성 덕분에 공개적인 공격은 피할 수 있었지만, 당국이 애써 '스탈린그라드 교향곡'으로 명명한 교향곡 8번은 1956년까지 비공식적인 금지곡으로 간주되었다.
 
그렇다면 쇼스타코비치는 왜 그 시점에 이런 교향곡을 썼던 것일까? 솔로몬 볼코프의 책 [증언]에 따르면,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교향곡들에 대해서 '묘비'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스탈린 정권의 압제와 전쟁의 와중에 희생된 무수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헌사였다는 뜻이다. 이 교향곡 8번도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레퀴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쇼스타코비치는 승전의 분위기를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스탈린 정권을 보면서 결코 '낙천적인 교향곡'은 쓸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전곡은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악장이 전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마지막 세악장은 단락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Shostakovich Symphony No.8 in C minor, op.65

London Symphony Orchestra · André Previn


 

1. Adagio – Allegro non troppo (C minor),    
1악장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는데,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앞뒤 부분은 비통한 느낌으로 가득하고,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중간부에는 금관이 포효하는 격렬한 클라이맥스가 놓여있다. 이 악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강렬하게 꿈틀거리는 듯한 선율은 '운명의 동기'라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그 안에 포함된 2도 간격의 음형이 전곡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후반부에서는 잉글리쉬호른이 서정적인 모놀로그를 연주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2. Allegretto (D♭ major),   
2악장은 '스케르초의 요소를 지닌 행진곡'으로 파악되며 어딘지 풍자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3. Allegro non troppo (E minor),    
3악장은 비올라 파트가 집요하게 새기는 4분음표 리듬이 전체를 지배한다. 그 위로 관악기의 비명과 짧고 강한 화음 타격이 더해지고, 중간부에선 씩씩하면서도 우스꽝스런 행진곡이 등장한다. 기계적이면서 난폭하고 갈수록 흥분이 고조되는 이 악장은 전쟁의 묘사, 혹은 '소비에트 체제에 의한 인간성의 말살'로 해석되기도 한다.

 

 

 

4. Largo (G♯ minor),    
4악장은 앞선 악장의 작은북 연타가 이어지다가 히스테릭한 총주가 터져나오는 두 마디의 전주로 시작되는데 파사칼리아 형식으로 쓰였다. 전주에 이어 등장하는 주제가 저음부에서 반복되는 가운데 11개의 변주가 차례로 펼쳐진다.

 

 

 

5. Allegretto (C major)
5악장은 억압에 신음하는 듯한 그 흐름이 마치 해체되듯 잦아들면, 바순 솔로가 조심스럽게 주제를 꺼내놓으며 파스토랄풍으로 시작된다. 이 피날레 악장 역시 1악장 처럼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에는 템포 배치가 반대다. 즉 앞뒤 부분은 빠르고 중간부는 느린데, 중간부에서는 1악장에 나왔던 두려운 포효가 재현된다. 반면에 앞뒤 부분은 긍정적인 기운을 머금고 있는데, 다만 전곡의 마무리는 개운치 않고 모종의 여운을 남긴 채 사라져가는 식으로 처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