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Nashville

[가요]이종용 / 너 (1975)

jubila 2020. 2. 15. 17:11

이종용 / 너 (1975)









너 - 이종용

   
낙엽지던 그 숲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는 손 잡아주던 너
별빛같은 눈망울로 영원을 약속하며
나를 위해 기도하던 너
웃음지며 눈 감은 너
네 곁을 떠난뒤 외로운 짚시처럼
밤을 태워버린 숱한 나날들
오늘도 추억 속에 맴돌다 지쳐버린 
창백한 나의 넋
바람에 실려가도
빗소리에 목울리는 잊어버린 너의 목소리
부서지는 머리결을 붓길처럼 날리우며
되돌아선 너의 옛모습
웃음지며 눈 감은 너
네 곁을 떠난뒤 외로운 짚시처럼
밤을 태워버린 숱한 나날들
오늘도 추억속에 맴돌다 지쳐버린
창백한 나의 넋









가수  이종용


이종용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노래모임 청개구리의 창단멤버였다. 

군 입대 전 임용재와 에코스란 팀으로 활동을 하다가 군에 입대하여, 

창원에 소재한 39사단에서 (아주 부러운 주특기인)군종 사병으로 근무하면서도 

계속 음악의 끈을 놓지않고 고등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반주도 하였고, 

마산mbc 합창단을 만들어 지휘를 맡았다고 한다. 


전역 후 서울로 다시 돌아온 이종용은 명동과 근처의 통기타 업소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세상과 정면으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는데, 

특유의 가녀린듯하면서 그만이 가진 순간적 폭발력에 놀라고,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음역대와 고음에 두 손 들고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1975년 드디어 "너"를 수록한 데뷔음반을 발표한다. 



"이종용(너)/유심초(너와의 석별)", 1975. 지구

재미있는 것은 이 LP에 두 개의 "너" 버전이 실려있다는 것인데, 

앞면에 이종용의 버전이, 뒷면에는 유심초의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종용의 버전이 공전의 힛트를 기록하며

15주 연속 최고 인기가요의 신기록을 수립하는데, 

당시 "너"의 인기는 비교는 뭣하지만 최근에 터진 국내판

"강남스타일" 정도의 인기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애 최초이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종용은

1975년 12월 2일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 

"너"라는 한 곡으로 가요계를 평정했던 그에겐

아마 청천벽력같은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후 4년 동안 방송활동 금지령에 묶여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1980년 금지가 풀린 후 발표한 앨범들에서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와 "겨울아이"등이 힛트를 쳤고, 

"너"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가요계의 정상권에 근접했다. 


원래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군대 생활도 군종 사병으로 근무했고,

YWCA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등 청년기까지의 삶도 기독교인 그 자체이었다. 

뮤지컬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는 총 249회 공연되었는데,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그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지사이다. 


비록 뮤지컬이지만 249번이나 십자가에 못박혀죽고 249번이나 부활을 했으니. 

어쨌튼 대중들의 입장에선 정말 뛰어난 가수를 하나 잃은 셈이고,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귀한 주님의 종을 하나 얻은 셈이다. 

1982년 1월, 신학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그렇게 그는 그를 사랑했던 대중들을 뒤로 한 채 미련없이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