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jubila 2022. 1. 6. 12:27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Sibelius  Symphony No.2 D major, Op.43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라장조


Jean Sibelius, (1865~1957)

1. Allegretto,     2. Andante,      3. Vivacissimo-Lento e suave,     4. Allegro moderato

hr-Sinfonieorchester – Frankfurt Radio Symphony
Susanna Mälkki, Dirigentin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 라장조 Op.43은 1901년에 작곡되어 완성한 교향곡이다. 이곡은 베토벤의 6번 교향곡에 빗대여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은 1901년에 완성되었다. 시벨리우스는 그해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제노바 근교의 ‘라팔로’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렀다. 추운 핀란드에 살던 시벨리우스는 남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환경에서 교향곡의 스케치가 빠르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미 ‘쿨레르보’ 교향곡을 작곡하고, 교향곡 제1번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시벨리우스는 악장마다 표제를 붙이는 이른바 ‘표제교향곡’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연장 선상에서 다악장의 교향곡을 착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이 시기에 ‘돈 후안’의 전설과 단테의 ‘신곡’이 마음 속에 떠올라 그의 환상을 비약시켰다고 했다. 그 결과 ‘돈 후안과 돌의 손님’을 상징하는 테마를 이 교향곡의 제2악장에 사용하였다.
 
이 곡을 작곡하는 동안 시벨리우스는 거처를 라팔로에서 로마로 옮겼다. 로마에서는 오페라를 보거나 교회음악 등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팔레스트리나의 종교음악을 많이 들었다. 따라서 이때 들었던 팔레스트리나의 대위법이 시벨리우스에게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한다. 이후 핀란드로 돌아와 작곡에 정진하여 11월에 일단 전곡을 완성하였고, 연말에 대폭적인 수정을 거쳐 최종적인 완성판을 내놓았다. 초연은 다음해인 1902년 3월 8일 헬싱키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연주되었는데, 대성공을 거두었다. 초연이 있은 다음, 핀란드의 저명한 지휘자 카야누스는 마지막 악장의 고조되는 부분에 대하여, 당시 러시아의 압제 속에 있던 핀란드인의 애국적 심정을 상징하고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서인가, 후에 이 작품은 정치적이거나 표제적인 경향을 부정했지만, 이 곡의 내밀한 흐름은 카야누스가 해석한바대로 애국적 심정이 느껴진다는 청중들의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남국의 새로운 환경과 개인적 고뇌 
시벨리우스는 1901년 2월, 이탈리아의 라팔로에서 이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후원자 악셀 카르펠란 남작의 권유

에따라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3개월 정도 체류했다. 라팔로는 제노바에서 멀지 않은 리구리아 해 연안의 마을인데, 그는 그곳의 여관에 아내와 두 딸을 투숙시켜 놓고 자신은 주로 산 위에 있는 어느 별장의 서재에 머물렀다. 그 별장은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고, 정원에는 장미, 동백, 선인장, 포도나무, 야자수 등 온갖 꽃과 과실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과는 사뭇 다른 남국의 자연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울러 그는 서재에서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돈 후안과 석상 손님’ 이야기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석상의 이미지를 새 교향곡의 느린 악장의 주제로 삼게 된다. 다만, 그때만 해도 시벨리우스는 교향곡이 아니라 "레민케이넨의 전설" 처럼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따라서 [교향곡 제2번]의 느린 악장은 다분히 교향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하겠다.
그런데 사실 그에게 이탈리아 체류기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시기였다. 비록 새로운 환경이 그의 창작력을 자극하긴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그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재정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고, 어린 딸은 발진티푸스를 앓고 있었다. 또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처제에 관한 생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누적된 스트레스 탓이었던지, 어느 날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라팔로에 남겨둔 채, 알리지도 않고 혼자 로마로 가서 한 동안 지내기도 했다. 그의 정신적 방황은 가족들을 데리고 피렌체, 비엔나, 프라하를 거쳐 고국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한 동안 지속되었다.
그 해 여름, 그는 핀란드 남부의 로히야에 있는 장모의 영지에서 머물며 작곡에 매달렸다. 그는 우선 피렌체에서 구상했던, 단테의 [신곡]에 기초한 교향시를 쓰려던 계획을 폐기했고, 대신 그 동안 축적한 악상들을 바탕으로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을 지닌 새 교향곡을 써나갔다. 작업은 11월에 거의 마무리되었지만, 그 달에 잡혀 있던 초연 일정이 연기되자 그는 대폭적인 개정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마침내 완성된 [교향곡 제2번 D장조]를 발표했던 것이다.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

[교향곡 제2번 D장조]는 시벨리우스의 창작 이력에서 ‘터닝 포인트’의 의의를 갖는다. 전작인 [교향곡 제1번 e단조]에 차이콥스키를 위시한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면, 이 작품에는 시벨리우스만의 개성이 보다 뚜렷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 화려한 음색과 드라마틱한 전개는 후기낭만주의 교향곡의 전통을 가리키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성숙기 교향곡들에서 부각되는 보다 고전적인 경향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품의 첫머리에 등장시킨 단순한 음계를 바탕으로 전곡을 구축해나가는 기법이 그러하다. 이런 면에서 이 곡을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교향곡에 견주는 견해도 있다.

혹자는 이 곡을 가리켜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작품이 시벨리우스의 자연에 대한, 특히 핀란드의 자연에 대한 애정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예의 ‘애국적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곡에 투영된 자연의 이미지는 복합적이다. 다시 말해서 남유럽의 이미지와 북유럽의 이미지가 혼재돼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곡 당시의 정황을 돌아보면, 이 작품의 내용은 ‘핀란드 민족정신의 발현’보다는 ‘시벨리우스 개인의 위기와 극복’ 쪽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 두 명제에 서로 상통하는 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이 곡의 매력은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이 곡에서 남유럽의 온화한 풍광과 눈부신 태양을 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북유럽의 서늘한 기운과 신비로운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이 곡을 들으며 불타는 애국심과 민족정신의 고양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뇌에 대한 돌파구를 찾거나 해방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Sibelius  Symphony No.2 D major, Op.43

Philharmonia Orchestra
Vladimir Ashkenazy

 

1. Allegretto,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다. 서주의 모티브가 현악기군으로 연주된다. 이것이 배경의 반주역을 하면서 목관악기로 제1주제가 나타난다. 이 경쾌한 주제의 후반부는 호른에 의해 선율적으로 응답한다. 이어 환상곡풍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음형과 선율이 나오고, 2대의 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면, 이것이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고조된 후 제2주제가 나타난다. 여기서 첫 부분의 동기를 재현하는데, 이 부분이 고요해지면 오보에와 바순의 순서로 제2주제를 펼친다. 이어 금관악기가 빛을 발하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다시 호른의 시작으로 목관이 제1주제를 연주하면, 현은 작은 동기의 변형으로 응답한다. 계속 제2주제의 재현은 트럼펫에 이어 목관과 현이 첫 부분의 동기를 연주하면서 악장을 마친다.

 

 

 2. Andante,     
제2악장은 팀파니의 연타로 시작되어 저현의 콘트라베이스, 첼로의 피치카토 음형이 이어진다. 이어 바순이 제1주제를 연주하고, 호른이 마무리하는 듯한 동기를 덧붙인다. 바로 이 부분이 시벨리우스가 ‘라팔로’에서 작업할 때, ‘돈 후안과 돌의 손님’이 방문한 환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 부주제와 함께 곡은 고조되면서 금관악기군에 의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곡은 분위기를 바꾸어 위로에 찬 제2주제가 연주된다. 이어지는 곡은 다시 강렬한 정점에 이르렀다가 제2주제가 비올라와 클라리넷으로 처연하게 연주된다. 그러나 금관악기로 강렬한 모티브가 밀려온 후 이것이 확대된다. 후반으로 가면, 목관악기의 불안한 트릴이 연주되는데, 이것은 ‘돈 후안’의 웃음소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2개의 피치카토가 특색있고 환상적인 악장을 들려주면서 마친다.

 

 

 3. Vivacissimo-Lento e suave,     
제3악장은 스케르초 트리오. 현으로 스케르초가 시작되고 이어 관악에 의한 부주제가 나오고 곡이 일단 고조된 후, 6번의 온쉼표를 거쳐 트리오로 이행한다. 분위기는 다시 ‘천천히 그리고 탄력있게’라는 지시를 지나 오보가 애절한 목가를 연주하면 이윽고 클라리넷과 플루트가 간주를 덧댄다. 곡은 다시 거친 스케르초로 돌아간다. 그것이 고조된 후 갑자기 온화한 호른의 화음이 들리고 오보에의 트리오가 재현된다. 이어 첼로가 들어와 서서히 고조된 후 오케스트라 총주로 확대되고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면서 마친다.

 

 

4. Allegro moderato
제4악장은 현이 연주하는 힘찬 동기의 제1주제로 트럼펫에 의한 강렬한 응답이 등장한다. 이어 다시 현으로 경과적인 선율이 등장하고, 총주로 제1주제를 다루어 고조된 후 비올라와 첼로가 약동하는 음형을 연주하면서 목관에 의한 제2주제로 이어진다. 이렇게 길게 이어진 칸틸레나는 교향곡 제1번의 피날레 제2주제와 흡사하다. 발전부에서는 제1주제의 동기가 다양하게 형태를 바꾸어 집요하게 전개되고, 제2주제 음형과 부주제의 동기가 합쳐져 고조된다. 이어 제1주제가 다시 연주되고, 그 응답풍으로 부주제가 재현된 후 클라이맥스에서 일단 하강하다가 코다로 이어진다. 코다에서는 교향악적인 정점을 구축하고 오보에, 트럼펫, 트럼본이 연주하는 당당한 음향으로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