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관현악] 드뷔시 / 관현악곡 녹턴 L. 91

jubila 2022. 3. 10. 12:08

드뷔시 / 관현악곡 녹턴 L. 91





Debussy,  Nocturnes, for female chorus and orchestra, L. 91
드뷔시 / 관현악곡 녹턴(녹튀르느) L. 91

C. Achille Debussy 1862∼1918

1. Nuages,      2. Fetes,      3. Sirenes

Cleveland orchestra.
Conductor: Vladimir Ashkenazy



드뷔시는 휘슬러의 그림들을 보고 음악적인 감흥을 받아 1900년에 〈녹튀르느〉란 관현악곡을 썼는데 이 표제는 음악에서 그림이 빌린 것을 역수입한 셈이다. 이 곡은 애매한 조성(調聲)과 애매한 박자에다가 정묘한 불협화음으로 낮의 환희가 아니라 밤의 깊은 상념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마음의 밤을 그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가 낳은 20세기의 세계적인 음악가인 그는 인상파 음악의 창시자이며 완성자이다. 도자기 상회를 경영하고 있던 그의 아버지는 그를 해군에 보내려 했으나 모테 부인에게 발견되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드뷔시는 놀라운 음악적 재질을 나타낸다. 그는 11세 때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11년간 그 곳에서 배웠으며,  그는 재학 시절에 차이코프스키의 후원자 메크 부인의 초청을 받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러시아 국민악파의 음악과 집시의 즉흥 연주를 듣고 색다른 음악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1884년, 칸타타 <방탕한 아들>을 출품하여 로마 대상에서 1등을 차지하였으며 그것으로 인해 로마에 유학하게 되었는데. 그는 로마의 생활에 권태를 느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할 교향 모음곡 <봄>과 칸타타 <은혜받은 소녀> 등 2개의 작품을 냈지만 심사 위원들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후 파리의 생활은 그에게 새로운 창작의 세계에 눈뜨게 해주었다. 당시 시인과 화가들은 말라르메의 집에 모여 새 예술을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였는데,  드뷔시는 그 때까지만 해도 바그너를 대단히 숭배하고 있었고, 그 후 다시 러시아의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고두노프>의 대담한 수법에 경탄하였다. 한편 파리의 만국 박람회에서 자바와 캄보디아 등 동양 음악의 이국적인 정서에도 눈을 뜰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지금까지의 음악처럼 멜로디와 하아모니, 리듬에 의한 정연한 형식의 음악을 버리게 되었다.

그는 인상파 회화의 수법에 알맞은 음악의 표현을 창안하였고,  그림에서 빛을 중요시하듯이 음악에서 감각을 중대시하려 하였다. 새로운 감각을 위해서는 새로운 음의 조성이 필요했고, 그러므로 대담한 화성을 사용하게 되었다. 1894년에 완성한 말라르메의 시에 의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통하여 새로운 음악의 양식을 수립했는데, 그것은 인상주의 음악이었으며 또한 바그너 이후 가장 새로운 음악의 시작인 것이다.
인상주의란 외계로부터 받은 자연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해 낸 예술이었다. 그것은 선이 명료하지 않고 불투명하지만 유현하고 신비스런 기분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며, 그것은 프랑스적이라 하겠으며 감각의 생활에서 얻은 묘사의 기술이다. 그것은 극적이 아니고 서정적이다.  표현의 예술이 아니라 인상의 예술인 것이다. 그가 1902년 4월에 초연한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또하나의 대담한 작품이었으며,  그것은 그의 인상주의 음악이 성숙기에 달했을 때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관현악 작품으로서 3개의 녹터언, 3개의 교향적 스케치, 피아노를 위한 <영상>, <바다>와 <어린이의 세계>, <현악 4중주곡>, 실내악곡 등 많이 있었으며,  그 밖에도 가곡과 피아노곡 등을 창작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 나갔다.  그의 예술은 새로움을 가지고 전통에 도전함으로써 음악적 유산의 질서를 변화시켰던 것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아가씨〉보다 더 신비롭게 그린 드뷔시의 관현악곡 〈인어〉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 곡은 모음곡 〈녹튀르느(야상곡)〉에 들어 있는데, 인어는 상상의 동물 용처럼 꾸민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는 듯 우리 머리 속에 그려진다.
드뷔시는 순간적인 직관(直觀)이 붙든 인상을 색채로 나타내는 인상파 미술의 회화적인 수법을 음악으로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다.  〈녹튀르느〉는 〈구름 Nuages 〉, 〈축제 Fetes〉, 〈인어 Sirenes〉 세 곡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인어〉는 관현악에 여성합창이 들어 있으며 순전히 보칼리즈처럼 모음인 ‘아∼’로 노래하기 때문에 흡사 인어가 울부짖는 듯하다. 달빛이 비치는 바다에 물결을 타고 헤엄치는 신비스러운 인어들을 그리게 해준다. 이것은 아마도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드뷔시만이 지닌 환상일 것이다.
드뷔시는 같은 나라 화가 마네가 처음 만든 인상파 미술을 이어받은 모네와 가까이 사귀면서 남달리 몽롱한 그의 그림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전통적인 화성을 부정하고 장조와 단조에 사로잡히지 않는 독특한 방법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그린 작품을 많이 썼다. 특히 피아노 곡들은 몽롱한 색채로 된 모네의 그림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관현악곡인 〈녹튀르느〉는 아일랜드계 미국 인상파 화가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1834∼1903)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이다. 휘슬러는 워싱턴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1850년대에 파리에서 활약하면서 〈청색과 은의 녹튀르느〉, 〈회색과 녹색의 조화〉, 〈백색의 교향곡〉 등 음악적인 표제를 가진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그는 당대 최고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이 자기 작품을 혹평한 것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걸어 승소한 사건으로도 널리 알려진 화가다. 이 소송은 채플린이 자기의 네모난 수염을 히틀러가 표절했다고 제기한 국제소송 못지않은 미술계의 거사였다. 드뷔시는 휘슬러의 그림들을 보고 음악적인 감흥을 받아 〈녹튀르느〉란 관현악곡을 썼는데 이 표제는 음악에서 그림이 빌린 것을 역수입한 셈이다. 과연 미술이나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드뷔시다운 착상이다.

녹튀르느’는 흔히 쓰이는 영어 ‘녹턴’의 프랑스말인데 밤의 인상, 즉 밤의 심상(心象) 풍경이며 윤곽이 뚜렷한 대낮의 사물 형태나 선명한 색채가 아니다. 그야말로 몽롱한 잿빛의 혼합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녹튀르느〉의 세 곡이 한결같이 애매한 조성(調聲)과 애매한 박자에다가 정묘한 불협화음으로 낮의 환희가 아니라 밤의 깊은 상념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마음의 밤을 그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드뷔시는 이 〈녹튀르느〉를 1900년에 발표한 뒤 음악평론을 써달라는 잡지사의 청탁을 받고 문학적인 향기가 짙은 평론을 써서 천재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이 〈녹튀르느〉에 대한 그의 해설문도 매우 문학적이며 회화적이다.

“〈녹튀르느〉란 표제는 특히 장식적인 의미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구름〉은 하늘의 변치 않는 모습으로서 부드럽고도 흰빛을 띤 빈사(瀕死) 상태의 잿빛 속으로 사라지는 구름의 느리고 쓸쓸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축제〉는 느닷없이 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그런 축제 분위기의 춤추는 움직임의 리듬이며 또한 축제 속에 용해하여 들어가는 행렬입니다. 〈인어(시레느)〉는 바다와 끝없는 리듬이며 달빛이 비치는 은빛 물결 위에서 요녀들의 신비로운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문학가 못지않은 뛰어난 글솜씨를 보인 작곡가는 바그너, 차이코프스키 등 꽤 많이 있지만 드뷔시는 상징시인 말라르메와 친하게 사귄 때문인지 특히 상징에 뛰어난 솜씨를 나타냈다.
그에게는 이 원초적인 포에지(시)가 푸짐하기 때문에 미술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녹튀르느〉 같은 음악작품을 많이 남긴 것이 아닐까 한다.




Debussy,  Nocturnes, for female chorus and orchestra, L. 91

Berliner Philharmoniker
Claudio Abbado


 

1. Nuages,      

 

 

2. Fetes,     

 

 

3. Sire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