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jubila 2022. 4. 4. 10:19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Mahler Symphony No.2 in C minor
"Resurrection"
말러 교향곡 2번 C 단조 "復活"

Gustav Mahler (1860-1911)

1 Allegro maestoso,  2 Andante moderato,  3 Scherzo: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4 Urlicht,  5 Im Tempo des Scherzos


Conductor : Myung - Whun Chung (정명훈)
Soloists 
Sop. Myung - Joo Lee (이명주) Mezzo Sop. Petra Lang (페트라 랑)
Orchestra :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교향곡 2번은 유독 작곡기간이 길다. 무려 7년이나 걸린 작곡은 라이프치히 시절인 1888년 1월에서 시작된다. 1888년 1월 20일 말러는 미완성으로 끝난 베버의 오페라 'Die drei Pintos'를 완성하여 초연했는데, 그는 그 직후부터 교향곡 제2번의 1악장 작곡에 착수하였다. 나탈리-바우어 레히너에 따르면 1악장의 '죽음의 행진'을 작곡할 당시 말러는 꽃과 화환들에 둘러 쌓여 죽은 듯 고요하게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공연에서 받은 꽃과 화환들은 그의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이 북새통을 견디다 못한 집주인에 의해서야 나중에 치워졌다 작곡은 순조로워서 같은 해 8월9일, 1악장의 총보가 완성되었고, 다음 달인 9월 10일 프라하에서 최종본이 만들어졌다.
이 악장의 자필 원고를 보면 첫 페이지에 '장례식'이라는 제목이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교향곡 c 단조'와 '1악장'이라고 쓰여져 있지만, 교향곡 c 단조는 지워진 흔적이 보인다. 결국 '장례식'이라는 제목이 언제쯤 등장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말러가 '장례식'을 교향곡의 한 부분으로 확장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1891년 출판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러가 이 곡을 그 자체로서 단순히 '교향시'라고 부르고 잇는 데다가 1888년에서 1902년 사이에는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들어갈 곡들을 작곡하느라고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1888년 1월에서 5월까지 라이프치히에 있는 동안 말러는 나중에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에 쓰이게 되는 두 멜로디를 스케치하는데, 처음부터 이 멜로디를 교향곡에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편지에 따르면 말러는 이 멜로디에 많은 애책을 가졌던 것 같다. 1893년 슈타인바흐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동안 말러는 교향곡과 가곡집에 동시에 손대기 시작했다. 작곡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어 7월 한달 동안 4악장 '원광(原光)'과 3악장의 기초가 되는 가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우다의 성 안토니우스', 2악장 '안단테 모데라토', 3악장 '스케르쪼' 등이 모두 작곡되었다. 1893년의 겨울, 말러가 그의 친구 요제프 푀르스터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교향곡을 위해서 '장례식'을 포함한 세 악장이 준비되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원광(原光)'을 애초에 교향곡에 포함시킬 의도는 아니었던 듯 하다. 함께 곡을 살펴보면서 말러와 푀르스터는 1악장의 규모가 상당히 큰 바람에 같은 규모의 피날레를 작곡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작품의 배경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생기를 복돋게 하는 포도주와 같고, 나는 인류가 정신적인 만취에 빠지도록 포도주를 권하는 바커스이다." 이러한 베토벤의 유명한 한 마디를 만일 말러가 했다고 할지라도, 이는 전혀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느 작곡가의 음악도 말러의 음악만큼 강한 독주를 청중하게 제공한 적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토벤의 위대한 업적과 그의 중량감은, 뒤를 잇는 작곡가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극복할 수 없는 과제였다. 그의 손에서 교향곡은 그 어느 음악 장르보다 다이나믹하고 농축된 음악적 표현형식이었다. 한편 나폴레옹 전쟁이 시작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사회질서 변화의 징조는 새로운 음악적 표현 지평선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진행된 오케스트라 조직 및 구조의 변화 발전은, 교향곡이라는 형식이 가장 다양하고 다면적인 음악의 파레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던 것이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초연된 지 10년도 못되어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 등장하였고, 19세기가 끝나기 전에는 이미 브루크너의 8번 교향곡이나 말러의 2번 교향곡과 같이 '맘모스' 캔버스를 활용하는 작품이 등장했던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이 추진되는 배후의 음악적 버젼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베를리오즈로부터 비롯되어 리스트에 의해 발전된 표제적 교향곡, 특히 리스트의 교향시(1848-1882)에서 엿보이는 테마의 변형에 관한 원칙은 말러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여기에 말러는 교향곡과 가곡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가게 되는 것이다.

거대한 규모의 2번 교향곡을 작곡하기 위해 말러는 7년이라는 기간을 소요했는데(1888-1894), 이 기간은 또한 브루크너의 8번, 드보르작의 9번, 프랑크의 d단조, 시벨리우스의 '쿨레르보'(Kulirvo), 그리고 닐센의 1번 교향곡등, 일련의 다양한 시다고 이루어졌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교향곡의 발전에 있어서 '수확기'였던 것이다. 말러의 '부활' 교향곡은 이러한 시기, 즉 음악의 발전방향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 시기에 핵심적인 작품으로 이해될 수 있는 중요한 교향곡이다. '부활'로부터 비롯된 성악이 가미된 교향곡의 출현은, 이후 말러 자신의 '대지의 노래'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벤자민 브리튼의 '봄' 교향곡,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14번 교향곡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첫 악장의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요소는 말러의 순수 관현악 교향곡 5번과 6번에서 그 맥락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부활' 교향곡의 거대한 차원은 교향악에 있어서 하나의 신기원이었다. 첫 악장 하나만으로도 25분이 넘는 대작인 이 곡은, 비록 뒤를 잇는 작품에 그 자리를 내주었으나 당시로서는 가장 대규모적인 작품이었던 것이다.(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그 스케일 면에서 대작임에는 분명하나 교향곡의 장르에 포함된다고는 볼 수 없다.)

말러의 '부활'은 그 형성 과정에서부터 그 다면성을 암시하였다. 첫 악장, 'Todetenfeier"(죽음의 제전)을 위한 악상을 말러가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은 이미 1887년이었다. 이 때는 1번 교향곡이 아직도 교향시의 형태로서 준비되고 있었던 시기였다. 자필악보가 완성된 시기느 말러가 부다페스트 오페라를 이끌고 있었던 1888년 가을이었다.

'죽음의 제전'이라는 표제적인 타이틀과 함께 악보에는 'c단조 교향곡-제 1악장'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후 1884년에 이르는 시기까지는 말러가 이 악장을 단일 교향곡으로 완성하려는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왜냐하면 그가 이후에 c단조 교향곡이라는 명기를 지워버리고 '죽음의 제전'이라는 표제만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와 함부르크 오페라에서 빡빡한 스케줄의 지휘활동을 하고 있었던 당시의 말러는-그는 당시 한 달에 19회에 이르는 연주회를 소화하고 있었다-그 반대급부로서 활발한 창작활동의 제약을 감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가 다시 작곡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893년 여름이 되어서였고, 2악장과 3악장이 그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물론 그 중에서 3악장은 '이상한 뿔피리를 가진 소년'(1892-1899)에 포함되는 "Des Antonius von Padua Fischpredigt"를 확대 편곡된 관현악 버전이었다.(그는 또한 1번 교향곡에서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Ging heut'morgen ubers Feld'를 사용한 바 있다.) 이 교향곡이 원래부터 5악장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는지 알 수 없느나, 4악장의 '원광'(Premordil light)또한 '뿔피리' 가곡집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모든 위대한 작곡가들이 난제로 여기는 마지막 악장의 전개에 이어서 말러는 테마의 사용이나 감정적인 기복이라는 모든 면에서 첫 악장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 악장이 1894년 2월 말러가 베를린에서 당대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한스 폰 뷜로우의 장례식에서 들었던 소년들의 합창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일선의 존재하고 있으나, 그렇게 단순한 이유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말러는 이미 폰 뷜로우의 죽음 이전에 이 악장의 구성에 몰두하고 있었고(도날드 미첼의 저서 '구스타프 말러 : 뿔피리 시애'(1975, 런던)에 말러가 아더세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참조, p.175-178)의 장례식에서의 말러의 경험은 단지 지금까지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또한 폰 뷜로우의 장례식의 경험에서 비롯된 바는, 이전에 분명하지 않았던 표제음악적인 개념이 명확해 졌다는 사실이었다.

말러는 1901년의 글에서 드라마적인 프로그램을 설명한바 있는데, 그의 표제적인 음악에 대한 이중성(후에 이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음)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번에서 4번에 이르는 교향곡 작품이 내포하는 표제적인 성격을 간과할 수 없음을 부연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첫 악장 '죽음의 제전'에서 사랑하는 이의 무덤 곁에 서있는 사람들은 죽은 이의 사랑, 투쟁, 열정 그리고 희망이 그들의 눈앞에 흐르고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초연이 거행된 몇 달후인 1896년에 말러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죽은이는 D장조 교향곡의 주인공인 영웅인 것이다…"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감정의 격한 순간에,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어수선함 속에서 망각하고 지내던 궁극적인 의문과 마주서게 된다. 삶과 죽음의 의미는? 죽음 이후의 존재는 무엇인가? 인생은 혼란스러운 꿈일 뿐인가, 아니면 그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작품 해설

중간의 세악장은 간주곡 형식을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다. 랜틀러 형식의 안단테 악장에서는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영웅의 삶에 찬란히 비추는 햇빛)또한 젊음에 대한 기억과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을 회상한다. 스케르쪼 3악장에서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온다. 믿음에 대한 회의가 온통 밀려들어오는 것이다. 그는 혼란스러운 소동을 보면서, 또한 어린아이들의 순진한 이해를 갖는다.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 자신과 신에 대해 좌절하게 된다.

4악장 '원광'(Urlicht)에서 아침의 꾸밈없는 믿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게 된다. "나는 주님의 어린양이며, 그에게 돌아가리!"피날레 악장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냐는 혼란스런 의무에 다시 지견하게 되고, 분위기는 다시 첫 악장으로 돌아간다. 부름의 소리가 들리는데, 모든 생명의 종말이 예고되며 심판의 날이 오고 있음이 선언된다. 대지는 공포에 떨고 무덤이 열리면서 죽은 자들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을 이루게 된다.

지상의 위대함과 왜소함, 왕과 거지, 옳은 자와 그른 자들이 모두 순례자의 행렬을 이루며 자비와 구원을 바라는 울음소리가 귓가에 진동한다.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가 메아리치고, 뒤를 잇는 무시무시한 저각 뒤에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가 마치 지상의 삶에 있어서 마지막 메아리처럼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제 천국의 합창이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부활하리라, 너는 부활하리라! 신의 축복이여! 찬란한 빛이 우리의 존재에 스며들어 축복을 내리오! 심판도, 죄인도 없으리. 위대한 사랑은 만물에 자비와 영광을 내리리!"

거대한 구조물과 같은 '부활' 교향곡에서 엿보이는 스케일의 장중함은 연주에 참여하는 악단과 합창단의 규모를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교향곡 연주에 필요한 구성요소는 10개의 호른, 8-10개의 트럼펫, 4성부의 목관악기군, 일곱 개의 팀파니, 철금(glockenspiel), 종을 포함하는 타악기 부문, 두 그룹의 하프와 오르간 등이며, 더불어 가능한 한 큰 규모로 구성된 현악부가 가세하게 된다. 여기에 두 명의 솔로이스트와 대규모 합창단이 등장하게 된다.

말러는 1895년 베를린에서의 초연을 직접 지휘하였다. 필자(로버트 레이튼)는 학생시절이었던 1940년 말에서 1950년 초반 사이에 에곤 벨레즈(영국의 저명한 음악비평가이자 음악학자 : 역자주)에게 지휘자로서 말러의 인상을 물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벨레즈는 말러의 연주회나 리허설을 직접 참관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포디움에서의)말러는 토스카니니와 발터를 합쳐 놓은 인물이라고 상상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토스카니니의 힘과 발터의 인간적인 매력,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으니까." 벨레즈는 말러가 리허설 도중에 객석에 앉아있는 뮤지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기도 했다. "후대의 지휘자가 음악회장의 음향적 조건을 십분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내 악보에 대한 자의적인 수정도 개의하지 않을 것이다."

첫 악장은 실로 뛰어난 교향적인 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풍부한 멜로디의 전개가 탁월하다. 청중은 무자비한 열정의 비극적인 드라마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긴 연주 시간에 걸친 대규모 스케일의 악장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과 농축된 전개는 지속된다. 이 위대한 교향 악장은 청중이 기나긴 행로에 접어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데, 이러한 환상을 지속시키는데는 여러 가지 수단이 사용되기도 한다.

모티브의 변형과 그 근원이 되는 악상이 계속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전개되는 방법이 가장 기본적인 작품전개의 수단이다. 서로 연관성을 갖는 조성의 역동성에서 파생되는 긴장감을 끌어내는 것 또한 이러한 수단 중의 하나인데, (그 수단이 고전적인 것이거나, 아니면 수단 중의 하나인데, 그 수단이 고전적인 것이거나, 아니면 말러나 닐센이 사용하던 진보적인 방식임에 상관없이) 조성의 지향성보다는 그 조성이 변화하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이루어내는 긴장감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악장의 소나타 구조 속에는 여러 가지의 모티브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강력한 리듬에 의한 부점이 가미된 거대한 장송 행진곡이나 E장조의 노스텔지아 멜로디등이 이러한 요소이다.

조성은 어느 순간 eb단조의 'Dies ire'로 변하는데, 이는 장조의 형태로서 교향곡의 대단원을 장식한다. 악장이 끝날 무렵에는 매우 독특한 패시지가 등장하는데, C장조의 3화음이 돌연 단조로 변환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음정과 음계의 이중성은 말러에게 있어서 독특한 표현의 도구가 되어주는 지원이었다. 첫 악장에서 중량감과 스케일의 벨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말러에게 있어서 가장 큰 당면 과제였다면, 그 결과는 거대한 피날레의 등장이었다. 마지막 악장은 음악사적인 기념비이며, 종반부에서는 오라토리오에 가까운 장중함을 보여주고 있다.

제릭 쿠크(Deryck Cooke)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구스타프 말러 : Introduction to his Music, 런던 1980년). "말러는 그의 음악을 표현하는 매체(수단)로서 순수 음악 형식인 교향곡을 택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베토벤, 브람스, 그리고 시벨리우스와 직접 비교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 어떠한 비교조차도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말러의 교향곡은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번 교향곡 '부활'은 음악 장르로서의 교향곡에 대해 전혀 다른 개념을 부여하게 된 첫 작품이다. 천문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말러의 교향곡은 적색거성(red giants)이고, 시벨리우스의 그것은 백색왜성(white dwarfs)인 셈이다.



Mahler Symphony No.2 in C minor
"Resurrection"

Chicago Symphony Orchestra
Claudio Abbado


 

1 Allegro maestoso,  
'장례식(totenfeier)'이라고 명명된 이 악장의 제목은 폴란드 시인 아담 미키에비츠의 동명 서사시로부터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시는 18847년 말러의 절친한 친구인 지크프리트 리피너에 의해 독일어로 번역되어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되었는데, 말러는 나중에 발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구절을 인용할 정도로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이 시에서 주인공은 죽은 이의 영혼을 부르는 데 그들은 자신들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러는 1896년 3월 막스 마르샬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1악장을 장례식이라고 이름지었다. 굳이 알고 싶다면, 내 D장조 교향곡의 영웅을 내가 장사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의 삶을 나는 이제 보다 우월한 곳에서 회상을 한다."

상당히 강렬한 곡의 느낌은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한스 폰 뵐로(그는 몇 년 후에 진행된 자신의 장례식이 교향곡의 완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가 1891년 겨울 이 곡을 듣고 나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이 곡에 비하면 하이든의 교향곡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다.이 곡의 구조가 특이해 보이는 것은 상당히 확장된 발전부 때문이다. 발전부는 제시부나 재현부에 비해 거의 두 배의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게다가 그 자체로도 뚜렷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시부는 거친 c단조의 제1주제로 시작되어 E플랫 장조의 훨씬 부드럽고 서정적인 제2주제로 이어진다. 바이올린의 상승 멜로디로 시작되는 이 주제는 사무치는 듯한 말러의 서정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제2주제 후에는 소위 '리스트의 십자가 화음'이라고 불리는 화성으로 구성된 제3주제가 트럼펫, 트롬본 등의 금관악기로부터 A플랫 장조로 시작되어 g 단조인 코데타로 이어진다. 코데타에서는 장례음악이 베이스의 오스티나토(반복되는 일정한 리듬)와 함께 전달되는데 상당히 어둡다.  리하르트 슈페흐트가 두 발전부의 존재에 대해 처음 주목한 이후, 이는 학자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 발전부는 앞서 제시된 주제를 각기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켜 간다. 첫 번째 발전부는 제2주제에 기초되어 극히 조심스럽게 C 장조로 시작된다. 그 다음 베이스의 5도 페달 포인트를 배경으로 잉글리쉬 호른에서 시작되는 전원풍의 멜로디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중의 하나이다. 이 주제는 재현부에서 다시 등장하여 주요하게 다루어진다. 악장의 첫 부분이 폭력적으로 다시 등장한 후 첫 번째 발전부는 끝나고 베이스의 붙점 리듬으로 두 번재 발전부가 시작된다. 이 리듬을 배경으로 잉글리쉬 호른이 E 플랫 단조의 멜로디를 한 숨 쉬듯이 연주한다. 여기에서는 '진노의 날' 동기도 등장하고(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진노의 날' 동기와 거의 동일하다), '부활' 동기, '십자가' 동기 등이 모두 등장하게 되는데  이 대부분은 마지막 악장에서 주요하게 쓰일 동기들이다. 재현부는 제시부의 순서를 거의 따르지만 제2주제는 '전원' 주제가 결합되어 있다.

 

 

2 Andante moderato,  
이 악장에서는 크게 두 주제가 반복된다. 말하자면 A-B-A1-B1-A2-코다 순이다. 주제A는 말러의 교향곡에서 늘 등장하는 렌틀러(작은 왈츠 형식)로써 사랑스럽다. 주제 B는 조금 더 스케르쪼에 가깝다. 여기에서 현은 늘 '피우 피아니시모'라고 지시되어 있는 스타카토를 전개시켜 가는데, 말러는 이 주제를 베토벤이 9번 교향곡으로부터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2번이 1910년 4얼 파리에서 연주되었을 때는 드뷔시, 뒤카, 피에르네 등이 바로 이 악장이 진부하다는 이유로 연주 중간에 일어서 나가 버림으로써 말러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원래 드뷔시는 이런 나쁜 연주회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소나타 형식을 혐오하던 젊은 시절에는 소나타 형식의 전개부가 시작되기만 하면 '이런, 곡이 전개되는군'이라고 궁시렁거리며 연주회장을 나가 버리기로 악명이 높았다.

 

 

3 Scherzo: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2악장과 마찬가지로 이 악장도 두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즉, A-B-A1-B1-A2 라고 할 수 있다.  말러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같은 시기에 작곡한 가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우다의 성 안토니우스'를 주제 A로 사용하고 있지만 주제 B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유머스럽게'라고 말러가 지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유머는 밝고 흥겨운 것이 아니라 시니컬하고 신랄한 것이다.

 

 

4 Urlicht,  
교향곡의 4악장은 민속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가져온 시에 의한 가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토가 부르는 이 곡의 가사에 대해 말러는 '신과 영원의 존재를 찾는 번민과 의문'이라고 말하였다. 곡은 엄숙하며 어둡지만 희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O Röschen rot!"
                                                                  Marilyn Horne

 

 

 

5 Im Tempo des Scherzos
이 곡에서 가장 길고 가장 중요한 5악장은 형식 또한 난해하여 학자마다 각 부분을 구분하는 기준이 다르고 복잡하여 이 한정된 지면에서 그 많은 해석들을 비교한다는 것을 무리다. 어떻게 보면 이 악장의 전반부는 앞에서 제시되었던 '부활' 동기, '내세(來世)' 동기, '십자가' 동기, '진노의 날' 동기 등 모두가 새로운 요소와 거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발전부라고 해석할 수도 잇을 듯하다. 이에 더하여 소위 '황야에서 부르는 목소리'라고 흔히 불리는 호른 주제가 연주 홀의 높은 위치로부터 들려 오는가하면, 느닷없이 행진곡이 튀어나오고, 무대 밖에서는 도 다른 오케스트라의 편성이 소동을 벌인다. 이 중에서도 'O, glaube, mein Herz' 부분의 멜로디가 트롬본으로 시작되어 바순에서 침통하게 노래되고 잇는 동안 무대 밖에서는 북과 심벌즈를 두드려대며 떠들썩하게 쿵짝거리는 것이 말러적 섬뜩함을 가장 느끼게 해준다. 이 부분은  지난 호에서 교향곡 1번을 설명하며 언급한 바 잇는 '가장 속된 음악과 숭고한 음악이 함께 공존하는 말러 음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줌에 다름 아니다.

합창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사는 한스 폰 뵐로의 장례식에서 쓰인 클롭슈토크의 합창 가사이지만 말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가사를 더 써넣었다. 아르트르 자이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러는 이 곡의 가사를 위해 성경을 비롯한 모든 문학 세계를 뒤졌지만 구원을 위한 적절한 가사를 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말러가 이 가사를 통해 전달하고 잇는 것은 매우 기독교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무천 진보적이기도 하다. 즉, 프로그램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말러의 계시록적 관점에 의하면 마지막 심판이란 없는 것이다. 다행히 그가 중세 시대인은 아니어서 종교재판으로 화형 당할 일은 없었고 곡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그리고 신을 향해 나아가며 끝난다

                                         Carol Neblett · Marilyn Horne · Chicago Symphony Cho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