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3번

jubila 2022. 4. 12. 11:34

말러 교향곡 제3번





Mahler Symphony No.3 in D minor
말러 교향곡 제3번 라단조 

Gustav Mahler (1860-1911)

Part I
1. Kräftig. Entschieden

Part II. 
2.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3. Comodo. Scherzando. Ohne Hast,     
4. Sehr langsam. Misterioso. Durchaus ppp,     
5. Lust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6. Langsam. Ruhevoll. Empfunden



hr-Sinfonieorchester
(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 (Jürgen Ellensohn, Posthorn)
Nathalie Stutzmann, Alt
Limburger Domsingknaben
Frauenchor des Europachores Frankfurt
Andrés Orozco-Estrada, Dirigent ∙





〈교향곡 3번〉은 인간, 자연의 존재 등 자신의 심오하고 방대한 주제의식을 길게 담아낸 작품이다. 사후 세계를 주제로 한 〈교향곡 2번〉과 달리 살아있는 존재들에 대한 찬사를 주제로 하였고, 그 세밀한 표현은 갖가지 악기의 음향을 사용하였다.
말러 교향곡 제3번은 1893에서 1896년 까지 4년간에 거쳐 제작한 전 6악장의 대작이다.


장대한 교향곡
말러의 세 번째 교향곡은 길고 장대하기로 유명한 그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긴 길이를 가진 작품이다. 일반적인 교향곡의 구성과는 달리 모두 6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3번〉은 거의 100분에 달하는 연주시간을 자랑한다. 음악의 규모 뿐 아니라 그가 이 작품에서 담아내고자 한 주제의식 역시 방대하고 심오하기 그지없다. 인간을 비롯한 자연 속의 모든 존재에서부터 천상의 존재와 영원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각 악장들이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교향곡 3번〉은 그 장대한 길이와 엄청난 규모 때문에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드물게 연주되는 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심오한 아름다움이 묻히는 것을 아쉬워한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은 2악장을 축소된 편성으로 편곡하여 〈들꽃들이 말해준 것〉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죽음에서 벗어나 생명을 노래하다
말러의 〈교향곡 3번〉은 죽음의 의미에 대한 명상과 사후세계에 대한 신앙고백이었던 〈교향곡 2번〉과는 달리,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 바치는 찬사이다. 말러는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한 프로그램 노트에서, 1악장은 ‘목신 판이 깨어나고, 여름이 행진해 오는 것’을 그림으로써 약동하는 생명력을 그리려 했다고 한다. ‘초원의 꽃들이 내게 말하는 것’을 그린 2악장과 ‘숲 속의 짐승들이 내게 말하는 것’을 그린 3악장에서는 생기 넘치는 자연을 담아내었고, 4악장 ‘인간이 내게 말하는 것’에서는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5악장 ‘천사들이 내게 말하는 것’에서는 천상의 삶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 6악장에서는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을 묘사했다. 즉 생기로 가득 찬 여름이 도래하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차례로 말을 걸어오는 구성을 보여주려 했다. 말러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숭고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에서 독창과 합창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4악장에서는 알토 독창이 인간 존재를 대변하여 노래하고, 5악장에서는 알토 독창 뿐 아니라 어린이합창과 여성합창이 함께 편성되어 천사들의 목소리를 신비롭게 전달한다.

악곡 구성
교향곡 3번은 30~40분 길이의 1악장이 첫 번째 부분을, 짧은 규모의 나머지 5개의 악장이 두 번째 부분을 담당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많은 연주에서 1악장을 연주한 뒤 짧게 휴식한 뒤 두 번째 부분을 연주하기도 한다.




Mahler Symphony No.3 in D minor

Wiener Philharmoniker
Pierre Boulez



 

Part I

1. Kräftig. Entschieden
1악장은, 강하고 단호하게(Kräftig. Entschieden)라는 악장으로,
힘찬 호른의 팡파르로 시작되는 1악장은 잠들어 있던 목신의 깨어남과 여름의 도래라는 두 가지 사건을 그리고 있다. 1악장은 두 개의 주제그룹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소나타형식에 가깝지만 조성진행이나 주제가 변형되어 반복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잠에 빠져 있는 자연이 깨어나는 장면이 신비롭고도 독특하게 연출된다. 호른의 팡파르에 이어,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음산한 장송 행진곡과 레치타티보 풍의 트롬본 선율이 뒤따른다. 이윽고 현악기가 트릴을 연주하고 오보에가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마침내 잠들어 있던 목신 판이 클라리넷의 팡파르와 함께 깨어난다. 이제 활기 넘치는 목신과 함께 모든 생명체가 잠에서 깨어나 여름의 도래를 환영한다. 장난스럽고 변덕스러운 목신과 함께 하는 여름의 행진곡은 활기차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주면서 우렁차게 전개된다.

 

 

Part II

2.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2악장은 우아한 미뉴에트의 리듬 위에서 감미로운 꽃들의 노래를 제시한다. 말러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 중 가장 편안한 음악이라고 인정했듯, 이 감미로운 악장은 이 교향곡에서 가장 아름답고 섬세한 표현을 통해 아무런 근심도 없는 여름날의 평화를 그린다. 타악기의 사용을 절제하고 베이스 역시 가벼운 피치카토로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3. Comodo. Scherzando. Ohne Hast,
“동물들이 말해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3악장은 말러의 가곡 〈여름의 작별〉을 바탕으로 한 악장이다. 이 악장은 즐거웠던 여름의 말미에 돌연한 죽음을 맞은 뻐꾸기를 애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클라리넷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모방한 모티브를 연주하고, 숲의 곳곳에서 피콜로를 비롯한 관악기들이 연주하는 뻐꾸기를 애도하는 구슬픈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비탄에 찬 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올린이 16분음표의 밝고 사랑스러운 폴카풍 선율을 연주하며 나이팅게일의 등장을 알린다. 숲의 새들은 뻐꾸기의 죽음을 애도하던 것을 잊고 어느새 나이팅게일과 함께 다시 여름의 즐거움에 취한다. 그러나 문득 멀리서 들려오는 포스트 호른의 쓸쓸한 선율은 여름의 끝을 암시하고 있다. 말러는 포스트 호른 주자에게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연주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대부분의 경우 연주자는 무대 뒤에서 연주한다. 포스트 호른의 선율은 온음계로 이루어진 스페인 민요풍의 선율이다.

 

 

4. Sehr langsam. Misterioso. Durchaus ppp,     
4악장은 여름이 지나간 쓸쓸한 밤의 적막 속에서 시작된다. 무겁게 내려앉은 밤의 어두움을 나타내듯 음울한 음악이 흐르고, 뒤이어 알토 독창자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일부를 낭독한다. “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깊은 밤은 무엇을 말하는가?” 현악기가 하모닉스를 연주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알토는 모든 인간을 대변하면서 엄중한 경고를 제시한다. 말러는 이 부분에서 트롬본이 고음을 연주하도록 하고 피콜로나 낮은 음을 연주하도록 함으로써 고도의 음향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5. Lust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천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5악장은 어린이합창단의 맑고 천진한 음성이 천국의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면서 시작된다. 뒤이어 여성합창이 천사들의 선율을 노래하고, 목관과 호른, 하프와 글로켄슈필의 맑은 음색이 천사들의 순수한 음성과 어우러져 천상의 노래를 표현한다. 이 때 알토 독창이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까”라고 노래하면서 죄를 회개하는 베드로의 심경을 토로한다. 베드로는 신의 축복 속에 사함을 받고 천사들과 어울려 천국의 기쁨을 누린다.

 

 

6. Langsam. Ruhevoll. Empfunden
말러는 이 악장에서 무한한 신의 사랑을 표현하려 했다. 그는 교향곡의 피날레 악장에서 이례적으로 느린 템포를 선택함으로써, 신의 사랑 안에서 안식을 찾게 됨을 상징하였다. 5악장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바이올린이 호소력 짙은 칸타빌레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피날레가 시작된다. 코랄풍의 이 선율은 오보에의 애수 어린 주제로 이어지고, 두 선율이 복잡한 대위법적인 짜임새를 구성하며 전개된다. 장조와 단조가 교차하면서 두 번의 고통스러운 클라이맥스를 연출하고, 마침내 마지막 재현부에서 트럼펫이 힘차게 주제선율들을 연주하면서 갈등의 종식을 알리고, 모든 생명은 평화와 정적 속으로 녹아들면서 안식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