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6번

jubila 2022. 5. 3. 09:59

말러 교향곡 제6번




Mahler Symphony No.6 in A minor
Tragische’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Gustav Mahler (1860-1911)

1.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2. Scherzo. Wuchtig,     
3
. Andante moderato,     4. Finale. (Allegro moderato)

WDR Sinfonieorchester
Michael Tilson Thomas, Leitung




1903년~1904년에 제작된 〈교향곡 6번〉은 말러의 중기 작품으로, 실험적인 악기 사용으로 당시에 비판을 받았었다. ‘비극적’이란 부제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행복했던 시절에 작곡된 것과 달리 이 곡의 발표 이후 말러가 겪은 비극적인 일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적 교향곡〉을 통해 예견된 것처럼 느껴진다.


기본에 충실한 비극적 작품
말러의 여섯 번째 교향곡은 이른바 중기 3부작 중 두 번째로 완성된 교향곡이다. 중기 3부작의 다른 작품들처럼 일체의 성악을 배제하고 고전적인 교향곡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에 따라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1악장은 엄격한 소나타 형식을 따른다.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고전적인 명확성과 함께 논리적인 동기 발전 기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전까지 그가 즐겨 사용했던 민요풍 선율이나 팡파르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비극적’(Tragische)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만큼, 극도의 절망과 비통함을 담고 있다.
막강한 운명의 힘에 저항하고 결국 이 저항이 실패로 돌아간 듯 끝없는 절망감을 보여주며 종결되는 이 작품은 비극적인 동시에 자조적인 냉소마저 느끼게 한다. 이처럼 통렬한 비극을 담은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말러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되었다. 그가 이 작품에 착수했던 1903년은 사랑하는 알마와 첫 딸과 함께 더없이 큰 행복을 누리던 시기였다. 가정적 행복뿐 아니라 음악가로서의 입지도 굳건해져서 빈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서 당대 최고의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더욱이, 이 작품을 완성하던 1904년에는 둘째 딸이 탄생하는 기쁨을 맞기도 했다. 이처럼 가장 눈부시고 행복했던 시절에 이처럼 비극적인 작품을 작곡한 것에 대해, 훗날 알마는 〈‘비극적’ 교향곡〉이 일종의 예언적인 작품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작품이 완성된 지 3년 후 말러는 첫 딸 마리아를 잃었고, 그 자신도 심각한 심장병을 진단 받았다. 또한 오랫동안 함께 했던 빈 오페라 극장에서 사임하게 되었다. 알마는 잇달아 겪게 된 이 비극들을, 피날레 악장에서 제시되는 세 차례의 충격적인 타악기 연주에 빗대어, “운명으로부터 세 번의 타격을 받았다”라고 표현했다.
말러는 이 작품을 작곡하고 개정하는 과정에서 2악장과 3악장의 순서에 대해 매우 고심했다. 실제로 판본에 따라 두 악장의 순서가 다르게 제시되고 있다. 작곡 과정에서 겪은 이러한 갈등 뿐 아니라, 이 작품이 초연된 이후 말러는 평론가들의 조롱과 비난에 큰 상처를 받기도 했다. 주된 비난의 이유는 그가 소방울이나 해머, 루테 등 너무나도 이례적인 악기들을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 획기적인 시도는 이후 세대 작곡가가 과감하게 새로운 음향을 실험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

악기편성
플루트 5, 피콜로(4악장에서만 사용), 오보에 4(3, 4는 잉글리시 호른 2, 3으로 겸함, 잉글리시 호른 2는 2악장에서만 사용), 잉글리시 호른(4악장에서만 사용), 클라리넷 E♭조와 D조(4번 주자가 A조 클라리넷을 겸함), 클라리넷 3, 베이스 클라리넷 2, 파곳 4(파곳 4는 4악장에서만 사용), 콘트라 파곳, 호른 8, 트럼펫 6 (트럼펫 5, 6은 4악장에서만 사용), 트롬본 4(트롬본 4는 4악장에서만 사용), 튜바

● 타악기
팀파니 2조, 조율되지 않은 종(4악장에서만 무대 밖에서 사용), 큰북, 작은북, 글로켄슈필, 실로폰, 트라이앵글, 심벌즈, 탬버린, 탐탐, 방울, 루테, 카우벨(1악장과 4악장에서는 무대 밖에서 사용되고, 3악장에서만 무대 위에서 사용), 목제 해머(4악장에서만 사용), 첼레스타 2대, 하프 2대,

현 5부 (바이올린 1, 2 / 비올라 / 첼로 / 더블베이스)

이 교향곡에서 제일 주목되는 부분은 기능도 다양한데다 수효도 엄청난 타악기들이다. 말러는 이 교향곡에서 당대 기준으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 다양하고 많은 타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말러는 "이들이 모여 단 하나의 타악기처럼 들릴 것이다. 나는 여러 타악기들을 이용해 음색의 다양함을 이용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말러의 타악기들은 탁월한 효과를 내는데, 특히 제1악장에 등장하는 카우벨(워낭)의 울림은 실제로 멀리서 딸랑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풀을 뜯는 소가 보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말러는 1906년 악보에서 "정말 소방울 소리처럼 들리도록 신중하게 연주되어야 한다. 가축들이 들에서 풀을 뜯는 것처럼 들려야하며, 그 어떤 해석도 허락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말러의 의도는 멀리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였다. 그걸 반드시 지키라는 말러의 강력한 지시다.
어쨌든, 당시 사람들에게 교향곡에서 이토록 다양(15종)하고 많은 타악기 사용이 인상 깊었던지, 초연을 듣고 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에센 음악대학에 타악기 교수 증원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대 관현악곡에서는 말러보다 더 많고 다양한 타악기를 동원하는 곡을 쓰는 작곡가도 있고, 심지어는 수많은 타악기들만 모아서 연주하는 곡도 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해보면 현대음악에서 관악과 타악을 중시하는 경향의 선두에 말러가 서 있음이 확실하다.
연주상의 난이도도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꼽힌다. 음악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던 카라얀이 이 작품을 지휘할 때 심박측정기를 몸에 달고 지휘 했는데, 지휘 도중 생명이 위험할 정도 수준까지 심박 수가 올라갔다고 한다.

독일 음악평론가 파울 베커(Paul Bekker)가 지적하고 있듯이, 승리의 합창으로 끝나거나(1번, 2번, 5번, 7번, 8번), 정화된 분위기의 결말을 가진(3번, 4번, 9번, 대지의 노래) 다른 교향곡과 달리 6번은 완전히 어두운 결말을 가진 말러의 유일한 교향곡이다. 심지어 음악학자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이 곡의 4악장 일부분(No. 165-166)을 레퀴엠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Mahler 
Symphony No.6 in A minor

Tragische’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1.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1악장은 거의 교과서적인 소나타 형식을 보여준다. 저음부 현의 힘찬 스타카토로 악장이 시작되고, 스네어드럼의 집요한 리듬이 긴장감 넘치는 추진력을 제시하는 가운데 투쟁적인 군대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뒤이어 금관성부가 이 주제선율을 변형하여 반복하고, 코랄풍의 경과구를 지나 비상하는 듯한 장조 선율이 돌연히 연주된다. 이 두 번째 주제는 말러가 ‘알마의 주제’라고 칭한 것으로, 현성부의 유려한 칸타빌레가 더없이 아름답고 열정적인 감정을 토로한다. 발전부에서는 제1주제 선율에 이어 이 ‘알마의 주제’가 군대행진곡 풍으로 변형되어 어두운 색채로 제시된다. 두 주제가 엇갈리며 전개되다가 갑자기 움직임이 멈추면서 소방울이 울리기 시작. 이른바 ‘소방울 에피소드’로 불리는 이 패시지와 여러 기이한 타악기들의 사용으로 인해 말러는 평론가들의 빗발치는 조롱을 감내해야 했다. 소방울 소리에 이어 첼레스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금관성부가 코랄 선율을 대위법적으로 전개한다. 이 악장의 재현부는 매우 압축적이고 짧지만, 코다는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진다. 이제까지 제시된 모든 모티브들이 등장한 뒤, 트럼펫과 타악기가 알마의 주제를 승리에 찬 찬가 풍으로 연주한다. 알마의 주제는 다시 행진곡풍으로, 그리고는 장엄한 코랄풍으로 다양한 표정을 띠며 반복되고, 마침내 제1주제와 알마의 주제가 함께 뒤섞이면서 승리감으로 넘치는 찬란한 색채로 악장이 마무리된다.

 

 

2. Scherzo. Wuchtig,  
2악장은 판본에 따라 스케르초 악장이 오기도 하고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1악장과의 서사적 연결성을 생각하면 스케르초 악장이 뒤따르는 것이 보다 적절하게 보인다. 팀파니의 강타로 악장이 시작되면, 스타카토로 집요하게 A음을 반복하는 저음현의 울림과 울부짖는 호른이 이어지고, 뒤이어 바이올린이 날카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말러는 이 부분에서 ‘채찍으로 치듯이’라고 지시함으로써 가학적인 음향을 의도하고 있다. 격렬하고 악마적인 춤곡이 전개되고, 춤의 향연이 절정에 다다르면 장조와 단조가 병치된 ‘비극’ 모토가 울려 퍼지면서 갑작스럽게 하행을 지속하며 한없는 추락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첫 번째 트리오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풍으로’라는 말러의 지시처럼 투박하고 서툰 느낌을 만들어낸다. 변덕스럽게 변하는 박자와 불규칙적이고 기괴한 악센트, 진부하고 단순한 선율이 촌스러우면서도 천진한 느낌을 강조한다. 팀파니의 강렬한 타격으로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두 번째 트리오가 시작된다. 8대의 호른이 힘차게 울려 퍼지고, 현이 콜레뇨 주법으로 빠른 패시지의 주제선율을 연주한다. 혼란스러운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플루트와 현성부가 무려 다섯 옥타브에 걸쳐 하행을 반복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만들어내고, 오보에가 첫 번째 트리오의 선율을 비명처럼 내지른다. 앞서 천진한 아이들을 연상시켰던 음악이 비극적인 양상으로 반복됨으로써 더욱 섬뜩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뒤이어 바이올린 독주가 처량한 선율을 연주하고 팀파니와 더블베이스가 공허한 피치카토를 연주하면서 허무한 여운을 남기며 종결된다.

 

 

3. Andante moderato,    
서정적인 목가와 애수어린 비가를 대조시킨 론도 악장으로, 첼로의 아르페지오 위에서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연주한다. 제2주제는 잉글리시 호른이 에올리안(Aeolian) 선법의 선율을 연주한다. 평화로운 전개가 이어지다가, 멀리서 소방울 소리가 울리고 새소리를 모방한 다양한 음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말러의 가장 비극적인 교향곡인 이 작품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찾게 해 주는 악장이지만, 불규칙한 프레이즈와 모호한 화성, 갑작스러운 종결 등 혁신적인 어법을 보여주는 악장이기도 하다.

 

 

4. Finale. Allegro moderato
피날레 악장은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자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악장이다. 시간을 초월한 듯한 긴 길이가 연출하는 고도의 압박감과 완벽에 가까운 논리적 전개, 신비와 공포가 공존하는 음향이 극도의 긴장감을 연출하는 가운데, 음산한 코랄, 격렬한 행진곡, 천국을 동경하는 아름다운 선율, 고독한 명상 등이 교차하면서 절망의 나락으로 치닫는 극적인 비극을 표현한다. 4악장 피날레는 웬만한 고전 교향곡의 전 악장에 맞먹을 정도로 연주 시간이 길고 형식의 엄격함과 자유로움을 갖춘 음악이다. 이례적인 긴 도입부는 하프와 첼레스타가 2악장의 ‘파국’ 모티브를 연주하며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시작된다. 뒤이어 바이올린이 불안한 ‘운명’ 모티브를 연주하고, 이 상행하는 모티브에 뒤이어 ‘비극’ 모티브가 제시되면서 끝없이 추락한다. 튜바와 클라리넷의 연주에 이어 멀리서 종소리가 울리고 하프와 첼레스타가 영롱한 울림을 자아낸다. 호른이 2주제를 예시하는 명상적인 선율을 연주하면, ‘무겁게’라고 지시된 부분에서 클라리넷, 베이스클라리넷, 바순, 콘트라바순이 악마적인 느낌의 코랄을 연주한다. 이에 호른과 튜바가 가세하고 ‘비극’ 모토가 끼어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치닫는다.
빠르고 힘 있는 템포로 변화하면서 바이올린이 전투적인 1주제를 제시한다. 이어지는 장조의 2주제는 점차 확대되면서 아름답게 전개된다. 도입부의 혼돈에 가득 찬 분위기가 다시 등장하면서 발전부로 들어선 뒤, 소방울의 울림과 함께 현악기가 목가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여기에 2주제가 더욱 확대된 형태로 가세하면서 천국의 평화로움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해머의 강타가 등장해 이 모든 꿈을 깨뜨린다. 트럼펫이 도입부의 악마적인 코랄선율을 연주하고 군악풍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면서 극도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채찍소리 같은 루테([독] Rute)의 음향이 가미된 행진곡에 이어 다시 서정적인 천국의 꿈이 잠시 이어지지만 다시금 운명적인 해머의 강타로 잔혹한 현실로 되돌아온다.
불길한 도입부의 분위기가 다시 돌아오면서 재현부로 접어들면 제2주제가 먼저 등장하여 찬송가처럼 이어진다. 제1주제는 단편적으로만 재현되고 서정적이고 희망에 찬, 황홀경에 가까운 음악이 이어진다. 그러나 코다에서는 다시 한 번 ‘운명’ 모티브와 ‘비극’ 모토가 등장하면서 앞서의 희망이 한낱 꿈이었음을 일깨운다. 트롬본과 튜바가 무겁고 비통한 푸가토를 연주하면서 음악은 더욱 더 깊은 나락으로 하강한다. 음악은 이렇게 체념 속에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모든 악기가 폭발적으로 ‘비극’ 모토(주제)를 연주하면서 절규하듯 종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