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8번

jubila 2022. 5. 17. 10:56

말러 교향곡 제8번




Mahler Symphony No.8 in Eb major
'Symphony of a Thousand'
말러 교향곡 제8번  "천인(千仞) 교향곡"

Gustav Mahler (1860-1911)

Part I. Hymnus: Veni, creator spiritus - Allegro impetuoso (오소서 창조의 성령이여)
Part II. Schluss-szene aus 'Faust' - Poco adagio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


Netherlands Philharmonic Orchestra
Marc Albrecht, conductor

Camilla Nylund, soprano,   Ailish Tynan, soprano,    Regula Mühlemann, soprano,   
Janina Baechle, alto,   
Helena Rasker, alto,    Klaus Florian Vogt, tenor,   
Tommi Hakala, baritone,     Shenyang, bass, 


 Choirs
WDR Rundfunkchor Köln,    London Symphony Chorus,     MDR Rundfunkchor, Leipzig,   
Knabenchor Hannover,   Koorschool St. Bavo Haarlem




1906년~1907년에 제작된 말러의 〈교향곡 8번 ‘천인’〉은 대규모 악기편성과 합창단원으로 압도적인 음향과 서사를 보여준다. 라틴어로 된 찬미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각각의 악장으로 하나의 곡으로 이루어낸 대작이다.



천인(千仞) 교향곡, 깊고 높은 산과 바다 같은 곡
말러의 〈교향곡 8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특별한 교향곡으로 손꼽힌다. 그 유례없는 대규모 편성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인성(人聲)과 관현악이 함께 하는 전례 없는 교향곡이기도 하다. 또한 악장구분 대신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하여, 라틴어로 된 중세의 성령찬미가와 독일의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놀라운 서사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알마 말러가 회고한 바에 의하면, 말러는 1906년 어느 날 아침 1부의 첫 선율인 “오소서, 창조의 성령이여”의 모티브를 떠올리고 신들린 듯 작곡에 몰두했다. 〈교향곡 8번〉을 작곡하는 내내 그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악상을 악보로 옮기는 데 급급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 특별한 교향곡에서 가장 특별한 음향을 구상했고, 이 구상은 유례없이 대규모 편성으로 귀결되었다. 8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합창단과 어린이 합창단,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별도의 금관 밴드 등으로 입체적이고 압도적인 음향을 연출하려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토록 대규모의 편성으로 더없이 맑고 투명한 음색을 구현함으로써 천상의 음향을 만들어내었다. 1910년 뮌헨에서 이루어진 초연 때는 무려 858명의 성악가들과 171명의 연주자들이 동원되었고, 때문에 ‘천인(千仞)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거대한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놀랍도록 섬세하고 다채로운 기법과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말러가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교향곡 8번〉에서는 말러가 즐겨 사용했던 팡파르나 춤곡리듬, 민요적 선율이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내 교향곡들은 이 작품을 위한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인정했을 만큼, 이 교향곡은 충만한 환희와 찬란함을 놀라운 음향으로 제시한다.
〈교향곡 8번〉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말러 자신이 지휘한 엄청난 규모의 초연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성공적인 연주였다. 이 작품을 완성한 1906년 이후 잇따른 불행에 맞닥뜨리며 절망을 맛보았던 말러는 1909년의 이 성공적인 초연에 위로를 받았고, 1년이 채 지나기도 전 세상을 떠났다.

작곡과정
8번 교향곡의 작곡과정은 말러의 다른 교향곡과는 다소 달리 다소간 기록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말러는 1906년의 여름 역시 마이에르니히에서 보냈는데, 그 해 6월에도 여느 휴가 초와 마찬가지로 창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이때 뒤에서 인용한 바대로 송가 'Veni creator spiritus'에 대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찾아왔다. 그는 즉시 곡 전체의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1. 송가 :Veni creator spiritus
2. 스케르쪼
3. 아다지오
4. 송가 : 에로스의 탄생
같은 날, 그는 '에로스의 탄생'을 '에로스의 창조'라는 주제로 바꾸면서 주제를 스케치했는데, 오히려 이 주제는 말러가 오프닝 합창으로 구상했던 'Veni creator spiritus'라는 가사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또 다른 엉뚱한 점이 역시 1악장에 관여되어 있다. 알마에 의하면, 말러는 반쯤은 잊어버리고 있던 이 강림절 송가를 가지고 1악장의 합창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분출하는 음악의 영감에 비해 가사가 충분하지 않아서 음악과 글이 잘 맞지 않았다. 말러는 흥분되어 비엔나로 전보를 보내 이 라틴 송가 전체를 다시 전보로 받아야 했다. 그리고 도착한 송가는 작곡된 음악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알마의 회상은 나중에 인용되고 있는, 말러가 슈페흐트와 나눈 대화에서 우연히 고서를 접하게 되어 펼친 곳에 강림절 송가가 있었다는 말러의 얘기와는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두 이야기 중 하나만 접하게 된다면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요지가 큰데, 에른스트 덱세이가 아주 절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말러가 어디에선가 나타난 'Veni creator spiritus'를 가지고 곡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작곡 과정에서 음악이 샘처럼 흘러나오 가사를 넘어버림으로서 나중에는 곡의 구조가 가사와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 말러는 한 문헌학자인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고, 이 송가를 본 친구는 이 송가에서 하나 반 정도의 연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말러는 비엔나의 궁정 음악감독 루체에게 연락하여 전체 가사를 받아냈고, 이 가사가 도착했을 때 음악과 부족함 없이 들어맞는 것을 발견하고 말러는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다. 라틴어에 정통한 우리의 말러 선생인지라, 6월 21일(편지의 날짜는 기록되어 있지 않으며 아마도 프리츠 뢰르에 의한 첨가)에는 친구인 프리츠 뢰르에게 이 편지를 보내 송가의 운율이 잘 맞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보다. '아름다운' 해석이 어디에 있는 지 물었다. 즉, 적어도 이전부터 말러가 이 텍스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뢰르에게 보낸 7월 18일의 편지에서는 결국 이 송가를 따온 '빌어먹을 구닥다리 교회 서적(말러의 표현에 의하면)'에 몇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 송가의 권위 있는 새로운 텍스트를 요청하고 있다.
언제부터 말러가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을 이 송가와 연결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8월 18일 빌렘 멩겔베르크에게 도착한 편지에서 말러는 '8번 교향곡을 막 끝냈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16일부터 사흘 동안 말러가 모차르트 페스티벌을 위해 잘츠부르크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늦어도 15일까지 새 교향곡의 스케치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숭 있을 것이다. 잘츠부르크로 떠나기 직전 말러는 알마에게 마지막의 'Chorus Mysticus'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말러는 잘츠부르크에서 돌아온 뒤에도 8번 교향곡의 마무리에 몰두했고 이 방대한 작업은 8월 말에야 끝났다. 결국 6월 중순부터 약 10주가 걸린 셈이다.

《천인의 교향곡》, 즉 제8번 교향곡은 알마에게 헌정한 작품이었 다. 이것은 대규모 오케스트라, 8명의 독창자, 소년 합창단 그리고 혼성 합창단을 위한 큰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말러 자신은 그의 대작(magnum opus)으로 간주했다.
"나는 방금 내 8번 교향곡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좋아하던 네덜란드인 작곡가 빌헬름 멩겔베르크에게 편지를 썼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작곡했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어찌나 독창적인지 사람들은 이 작품에 관해서 아무 소리도 못할 겁니다. 그냥 우주가 소리를 내고 메아리치기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제는 더이상 인간의 소리가 없고 빙빙 도는 혹성들과 태양들만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전기를 쓴 리하르트 슈페히트와의 대화에서 그는 제8번에 관해서 이런 말을 했다. "과거의 내 모든 교향곡들은 이것을 위한 전주곡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아직도 전체적으로 주관적으로 비극적인 양상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이 작품은 기쁨을 주는 위대한 작품입니다."

제8번의 악상에서 바탕을 이루는 것은 「영원한 사랑 (agape, - 신의 사랑 caritas - 이웃 사람에의 사랑)」이다. 작품의 제1부는 5순절을 위한 라틴어 찬가인 《왔도다, 창조의 신이여 (Veni creaton spititus)》에 바탕을 두었다. 제2부는 괴테의 《파우스트》제2부 마지막 장면에서 연유했다. 말러는 끝으로 보기에는 관계가 없는 이 텍스트들을 음악적인 수단에 의해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가 붙인 곡은 두 부분 사이의 가장 친밀하고 정신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작품 구성
〈교향곡 8번〉은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중세의 찬미가 ‘오소서, 창조의 성령이여’를 가사로 하는 열정적인 간구의 합창으로서 일종의 칸타타처럼 구성되고, 2부는 파우스트의 영혼이 구원을 얻게 되는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을 하나의 음악극처럼 그리고 있다.




Mahler Symphony No.8 in Eb major
'Symphony of a Thousand'

Klaus Tennstedt - Conductor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Part I. Hymnus: Veni, creator spiritus - Allegro impetuoso
(오소서 창조의 성령이여)

Performers
Eike Wilm Schulte (Baritone) Susan Bullock (Soprano) Jane Eaglen (Soprano) Julia Varády (Soprano)
Trudeliese Schmidt (Mezzo Soprano) Jadwiga Rappé (Alto) Hans Sotin (Bass) Kenneth Riegel (Tenor)

With
The London Philharmonic Choir, the London Symphony Chorus, and the Eton College Boys' Choir
Malcolm Hicks: Organ

Movements for this performance
(i). Veni, Creator Spiritus
(ii). Imple superna gratia
(iii).Infirma nostri corporis
(iv). Accende lumen sensibus
(v). Tu septiformis munere
(vi). Gloria Patri Domino

저음부 현성부와 오르간이 무겁게 깔리면서 합창이 ‘창조의 성령’ 주제를 힘차게 노래한다. 이 주제는 전곡에 걸쳐 중요한 의미로 반복되면서 전체 악곡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역할을 한다. 뒤이어 금관악기들이 캐논 풍으로 전개되고, 남성 합창단이 위로 도약하는 선율을 노래함으로써 천상을 향한 갈망을 표현한다. 뒤이어 독창자들이 신의 자비를 간청하는 기도의 노래를 부른다. ‘은혜를 내리소서’의 선율과 ‘위로자시여’의 선율이 어우러져 전개되고, 영원을 상징하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뒤이어 합창이 ‘우리의 연약한 육신을’을 고요하게 노래한다.
발전부에서는 팀파니와 저음부 현악기가 음산하게 울리는 동안 약음기를 낀 금관성부가 신경질적인 음색으로 주제 선율들의 파편을 연주한다. 뒤이어 독창자들의 서정적인 7중창이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이제 모든 합창과 독창이 ‘당신의 빛으로 우리를 비추시사’라고 외치면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말러는 이 이전의 가곡들에서 사용한 ‘영원’ 모티브를 ‘창조의 성령’ 주제와 결합시킴으로써 구원에 대한 갈망을 강조하였다. 뒤이어 소년 합창단이 캐롤처럼 경쾌하고 소박한 ‘우리 마음에 당신의 사랑을’을 노래하고, 이어지는 ‘우리의 적들을 몰아내 주시고’는 박진감 넘치는 행진곡 풍으로 제시된다. 마침내 심벌즈의 화려한 울림 속에서 ‘창조의 성령’ 주제가 다시 한 번 힘차게 울려 퍼지면서 재현부가 전개된다. 코다에서 전개되는 푸가토는 말러의 음악 중 가장 고난도의 대위법을 보여주고 있다. 뒤이어 소년 합창단이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을 노래하고, 먼 곳에 위치한 브라스밴드가 ‘당신의 빛으로 우리를 비추시사’ 선율을 연주하면서 1부가 마무리된다.

 

 

Part II. Schluss-szene aus 'Faust' - Poco adagio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

Performers
Eike Wilm Schulte (Baritone) -- Pater Ecstaticus,   Susan Bullock (Soprano) -- Mater Gloriosa,   
 Jane Eaglen (Soprano) --Una Poenitentium,      Julia Varády (Soprano) -- Magna Peccatrix,     
Trudeliese Schmidt (Mezzo Soprano) -- Mulier Samaritana,      Jadwiga Rappé (Alto) -- Maria Aegyptiaca
Hans Sotin (Bass) -- Pater Profundus,    Kenneth Riegel (Tenor) -- Doctor Marianus

With
The London Philharmonic Choir, the London Symphony Chorus, and the Eton College Boys' Choir
Malcolm Hicks: Organ

Movements for this performance
(i). Poco adagio: Waldung, sie schwankt heran
(ii). Ewiger Wonnebrand
(iii). Wie Felsenabgrund mir zu Füßen
(iv). Gerettet ist das edle Glied
(v-1). Uns bleibt ein Erdenrest. Hier ist die Aussicht
(v-2). Hier ist die Aussicht
(vi). Dir, der Unberührbar
(vii). Bei der Liebe, die den Füßen
(viii-1). Neige, neige, Du Ohnegleiche
(viii-2). Komm! Hebe dich zu höhern Sphären!
(ix). Blicket auf zum Retterblick
(x). Alles Vergängliche

바이올린의 트레몰로가 한없이 이어질 것처럼 황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고요히 심벌즈가 울리면서 2부가 시작된다. 뒤이어 현악기가 피치카토로 엄숙한 순례자의 행진 같은 박진감을 연주하는 가운데 목관악기가 ‘당신의 빛으로’ 선율을 연주한다. 1부의 꽉 찬 음향과 대조되는 텅 빈 음향이 이어지다가 남성합창이 시작된다. 가사의 전달보다는 가사의 자음들을 강조함으로써 숲의 속삭임을 연출한 말러의 탁월한 음향감각이 빛을 발한다. 뒤이어 바리톤이 ‘영원한 환희의 불길’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면서 환희에 겨운 절정을 연출한다. 이어지는 베이스의 아리오소는 선율의 기복이 심한 노래로 고난도의 기교를 필요로 한다. 천사들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천상으로 데려오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여성합창과 소년합창이 젊은 천사의 천진하고 흥겨운 행진곡을 노래한다. 뒤이어 마리아를 숭배하는 박사를 맡은 테너가 마리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 역시 테너의 최고 한계음까지 소화해야 하는 고난도의 극적인 노래이다. 이윽고 하모니움의 묵직한 지속화음과 하프의 아르페지오가 울리면서 바이올린이 긴 호흡의 칸틸레나 선율을 연주한다. 바이올린의 도입에 이어 비로소 여성 독창자들이 각자의 노래를 시작한다. 속죄하는 여인과 함께 합창이 성모에게 구원을 간구하고, 죄 많은 여인, 사마리아 여인, 이집트의 마리아가 연달아 등장해 행복한 3중창을 캐논으로 전개하면서 그레트헨의 여성성을 강조한다. 다시금 속죄하는 여인이 천진한 선율을 노래한 뒤, 마침내 영광의 성모가 노래를 시작한다. 하모니움, 피아노, 하프, 첼레스타가 투명한 음색을 펼치면서 성모의 후광을 상징하며 천상의 음향을 연출한다. 테너가 ‘보라’라고 외치자 관현악이 신비로운 간주를 연주하고 드디어 파우스트의 영혼은 천국으로 승천한다. 뒤이어 ‘신비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두 명의 소프라노가 극도의 고음을 피아니시모로 길게 지속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성모를 제외한 모든 독창자들과 합창단이 가세하면서 벅찬 환희의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영광의 성모 선율과 1부의 ‘창조의 성령’ 모티브가 통합되면서 합창이 마무리된 뒤, 브라스밴드가 ‘창조의 성령’ 주제를 소리높이 연주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