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21번

jubila 2022. 6. 8. 12:55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제21번





Schubert, Piano Sonata No.21 in Bflat major, D.960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21번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1. Molto moderato,       2. Andante sostuneuo,   
3.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4. Allegro, ma non troppo


András Schiff   Piano



그의 유작 소나타는 19번부터 21번까지 모두 세 곡이다. 1829년 거의 동시에 3곡을 작곡했다. 그런데 앞의 두 곡과 마지막 곡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앞의 두 곡에 슈베르트가 흠모했던 베토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면, 마지막 곡에서는 보다 슈베르트적인 개성이 흘러넘친다고 볼 수 있는 곡이다. 


1829년 9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11월 19일), 몇 주일전에 작곡된 3개의 연작 소나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3곡의 위대한 소나타는 아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작곡되었슴에도, 모두가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놀랄만한 연작으로 되어있다. 연작 씨리즈의 마지막 곡인 이 소나타는 앞의 두 작품이 베토벤적이었다면, 최후의 장대한 작품이된 [B♭장조, D.960 소나타]는 슈베르트 자신의 총결산이며 슈베르트적 양식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슈베르트 만년의 작품 중 왕관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B♭장조 소나타]이며 베토벤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소나타이다.' 라고 서술하고 있다. - W. 게오르기 -
슈베르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B♭장조] 소나타는 그의 사 후 10년이 지난 1838년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 3개의 대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빈의 디아벨리 출판사가 슈만에게 헌정한 3개의 유작중의 하나이다. 처음에는 슈베르트의 뜻에 따라 J. N. 훔멜에게 헌정이 예정되었지만 인쇄가 완성되기 1년전. 1837년에 그가 사망했기때문에 슈만에게 헌정되었다. 자필 스케치는 빈의 시립 도선관에 소장되어있으며 자필악보는 스위스의 마리 프레르샤임 부인이 유명한 가곡 [숭어]와 함께 소장하고 있다.
1815년 부터 시작한 그의 21곡의 피아노 소나타는 고전적인 모방으로 시작하여 그 모방으로부터 이탈하려고 고뇌하고 자신에게 넘쳐흐르는 악상을 여러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이루어낸 역사였다. 베토벤 숭배자였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베토벤이 이룩한 고전 소나타의 완벽하고 거대한 구조와 양식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건축물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베토벤의 작품의 영향을 간과 할 수는 없을것이다. 피아노 작품,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이었는지는 그의 초기의 미완성된 소나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슈베르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피아노 소나타를 통한 형식과의 싸움이었다.
그의 수많은 가곡에서 나타나는 자유롭고 서정과 낭만이 풍부한 그 만의 독창적인 멜로디, 샘솟듯이 분출되는 선율을 고전주의 시대의 완성된 형식과 구성, 질서와 균형,통제 등의 가치를 추구하며, 이 고전적인 틀에 가두기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흐르는 시냇물처럼, 영혼을 지닌 아름다운 선율들을 '베토벤적 동기' 어법으로 분해하지 않고, 3도 관계나 Neapolitan(네아폴리탄) 이명동음,감7화음 의 이명동음, 속7화음의 이명동음등의 화성으로 여러 가지 방법의 전조를 통해서, 화성의 색채와 다양한 음향변화로 선율주제의 자율성과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다. 이러한 화성의 자유로운 조바꿈, 여기에 다양한 리듬으로 구성감의 약점을 보완하며 동기를 분해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한 주제의 아름다움을 살리며 그 만의 독자적인 소나타를 완성시키고 있다.
슈베르트의 작품에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교차하고 있슴을 알 수 있다. 외향적으로 양식과 구성에서는 고전의 전통적 양식을 사용하고, 음악적 내용에서는 당시의 음악적 상식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타나는 고전적인 형식위에 낭만적인 서정적 선율,다양한 화성과 조성의 사용으로 고전주의 피아노 소나타와 낭만주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Schubert, Piano Sonata No.21 in Bflat major, D.960 

Krystian Zimerman 


 

1. Molto moderato,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의 1악장 몰토 모데라토(Molto moderato)의 시작 부분은 그 어떤 감성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온화하지만 절실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생의 마지막에 직면한 이 소나타에 등장하는 여행자가 느끼는 생명에 대한 근엄함과 삶에 대한 초연함 모두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 멜로디는 그가 생의 마지막 해에 작곡한 리트인 ‘Am Meer’와 닮아 있는데, “일몰의 마지막 햇빛 아래로 저 멀리 바다가 희미하게 번져드네”라는 가사의 이미지와도 상통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다만 조금 더 정확하게 한정짓자면 리트에서는 석양의 아름다움이 향수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소나타에서는 오히려 불안감과 번민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악장의 전개부에서 주제 선율과 리트 ‘Der Wanderer’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의 화성이 서로 발전적으로 수반되며 변형을 이루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다. 초반부는 이렇게 리트의 주제 선율로부터의 차용들이 주를 이루다가 악장의 중간 부분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한 한 남자의 감정적 폭발을 상징하는 듯한 다이내믹한 클라이맥스가 터져 나온다. 한 차례 커다란 폭풍이 휩쓸고 간 이후 몇 차례 더 감정의 분출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내 다시 자신의 길을 찾은 듯 도입부에서와 같은 조용하면서도 체념의 발걸음을 다시금 재촉한다.

 

 

2. Andante sostuneuo, 
두 번째 악장인 안단테 소스테누토(Andante sostenuto)는 슈베르트가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작품들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곤 한다. C샤프단조에서 B플랫장조를 거쳐 다시금 회귀하는 구성으로서, 탄식조의 무거운 발걸음을 은유하는 주제 선율의 아름다움에는 고통을 넘어선 한 인간의 공허함과 진지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 A장조의 중간 부분은 일종의 일시적인 심리적 위안으로서 리트 ‘Der Lindenbaum’의 다음 대목을 연상케 한다. “그 가지들이 속삭이듯이 나를 부르는 것 같네. 이리로 오게, 친구여, 여기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일세...” 다시 한 번 화자의 탄식의 멜로디는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단조에서 장조로 옮겨가면서 기약 없는 행복을 꿈꾸며 이 악장은 끝을 맺는다.
어떤 면에 있어서 이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의 느린악장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Op.111의 아리에타 악장과 그 정서에 있어서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역시 베토벤만큼 대범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음악을 향유하는 청중들이 다시금 땅 위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 해피엔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는 피아노 소나타 A장조 D.959에서도 이와 똑같은 심정적 동선을 보여준 바 있다.

 

 

3.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그러나 알레그로 비바체 콘 델리카테차(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인 3악장 스케르초는 한결 현실성이 적고 그 무게감 또한 훨씬 낮다. 앞 악장에서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만큼 이 스케르초 악장의 밝고 가벼운 리듬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자조적인 느낌을 주는 효과 또한 탁월하다. 더 나아가 낮은 음역대로만 일관하는 트리오 B플랫단조 부분이 화자의 여전히 어두운 심정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 스케르초는 일종의 양분된 심리 상태를 상징한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4. Allegro, ma non troppo
마지막 피날레인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는 3악장의 해석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큰 대목이다. 연주자의 관점에 따라 이 악장에서 더 큰 감정의 낙폭과 산화된 열정을, 혹은 보다 온화한 자연주의적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C단조의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듯한 짧은 도입부와 이에 대한 화답으로서 긍정으로 가득 찬 B플랫장조의 주제 선율이 만들어내는 대구는 마치 베토벤의 현악 4중주 OP.130의 마지막 악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음악은 점점 격정적으로 발전되어 나가는 듯 보이지만 매번 긍정의 힘에 의해 가로막히며 일종의 춤곡의 분위기로까지 변형된다. 점점 느려지며 론도적인 성격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의미심장한 게네랄파우제를 거친 뒤 짧고 장대한 크레셴도를 통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슈베르트가 남긴 마지막 이별 인사로서 연가곡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 ‘거리의 악사’에 비견할 만한 비통한 절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 소나타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랑자가 겪어 온 험난한 삶에 대한 마지막 경의로서의 보상은 충분히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