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프로코피에프 - 피아노 소나타 제6번

jubila 2022. 7. 2. 12:31

프로코피에프 - 피아노 소나타 제6번





Prokofjew, Piano Sonata No.6 in A major, Op.82
프로코피에프 - 피아노 소나타 제6번

Sergei Prokofiev (1891-1953)

1. Allegro moderato,    2. Allegretto,   3. Tempo di valzer lentissimo,    4. Vivace

Yuja Wang, piano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6번은 1739년부터 1940년까지 작곡된 이른바 <전쟁소나타>로 알려진 제7, 8번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피아노 소나타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이 대개 날카롭고 야성적인 표현은 보다 힘차고 역동적으로 변했고, 거기에 폭넓은 서정성이 가미된 고전적인 형식미를 구축하고 있으며, 제6번 소나타부터 확실히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프로코피에프(Sergey Prokofiev, 1891-1953)는 러시아 현대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이다. 프로코피에프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5세 때 피아노소품 <인디언 갈롭>, 9세 때 오페라 <거인>을 작곡하는 등 어릴 때부터 천재적 면모를 보였다. 프로코피에프는 9세때 모스크바음악원, 이후 13세때는 상트베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한다. 그러나 도발적이고 무례한 행동,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반음계 및 불협화음 등을 사용하였기에 프로코피에프는 종종 보수적인 음악원 측과 마찰을 일으켰다고 한다.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주어진 대로 작업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었기에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그의 음악세계가 가능했을 것으로 여겨지고있다.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예술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계급성, 당성, 인민성의 모토하에 혁명과 이념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작곡가들은 서방으로 망명하고, 프로코피에프 역시 18년간(1918-1936)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망명생활을 하게 된다. 프로코피에프는 그와 함께 발레를 기획하며 그의 서방 활동을 도와주던 현대 발레의 대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972-1929)의 갑작스런 죽음과 고향에 대한 향수로 인해 1936년 소련으로 완전히 귀향한다. 프로코피에프가 귀국한 1936년은 쇼스타코비치의 <므젠스키 벡베스 부인>사건으로 인해 문화계의 피의 숙청이 시작된 해이다. 그 위기의 시대를 <전함 포테킨>의 감독 아이젠슈타인의 영화 <알렉산더 네브스키>의 음악 작업을 통해 넘기게된다. 그리고 독소불가침조약이 체결된 1939년에서 독소전쟁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인 1944년에 걸쳐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피아노 소타나 6,7,8번 <전쟁소나타>를 작곡한다.
 
피아노 소타나 6번(39-40년)은 독소전쟁(41-44년)중엔 작곡되지 않았지만, 독소불가침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작곡되었다. 독소불가침조약이란 독일이 폴란드 점령으로 소련과 국경을 접하게 되는 상황속에서 양국간 체결된 조약이다. 2년도 지속 못한 이 조약은 2차 세계 대전 중 가장 치열하고 처참했던, 3000천만명의 엄청난 희생자와 민간인 학살과 숙청이란 최악의 전쟁인 독소전쟁의 발발로 파기되고 만다. 불가침 조약은 양국 모두 진정한 평화조약이 아니라, 곧 치를 전쟁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조약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피아노 소타나 6번은 언제 휩쓸릴 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불안한 상황속에서 감지되는 전쟁의 흑운과 양상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전쟁 그 자체의 성격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기보다는 ‘전쟁속의 인간’에 대한 표현이다. 음표 하나하나에 전쟁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정서 그리고 불안한 움직임이 짙게 배어 있는 곡으로,  프로코피에프는 자서전을 통해 스스로 자기 작품의 5개의 경향 (①고전적 소나타 형식(제시부-발전부-재현부) ②혁신적 화성 및 조성 ③토카타적(급속한 분산화음과 음계적 패시지passage)④서정적이고 사색적이며 명상적 선율 ⑤그로테스크적 경향)을 밝히고 있다. 피아노 소타나 6번에는 프로코피에프의 작곡 경향이 전반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이 모든 경향들을 통해 ‘전쟁’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로 ‘톤’에 있다고 생각한다. 맑고 청아하고 외부로 발산하는 화려하고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톤이 아닌, 암울하고 우울하고 불안한 모노톤의 고립된 음들이 곡 전체를 지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 또한 ‘전쟁소나타’라는 표제를 의도적으로 망각하고 들어보면 - 빠른 화성과 스타카토의 비약으로 인해 전쟁이 아닌 축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표제에 대한 언급없이 일반인에게 들려주고, 뭘 표현한 것 같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축제’, ‘춤곡’이라고 답한다.
현대 음악, 현대 미술을 비롯한 오늘날의 예술 작품들은 관객들을 ‘향유’가 아닌, ‘사유’하게 한다. 특히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소나타 6번은 이미 임박해 있는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성을 경고하고있다. 그래서 전쟁이 인간과 세상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가를 사유하게 하고있다. 세계사는 전쟁의 연속이었고, 평화와 번영은 제국의 강자에게만 해당하는 논리였다. 문화와 예술은 때론 전쟁을 선동하고 찬양하며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고, 때론 그 참상을 전달함으로써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언제나 그러했듯 예술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그리고 영원한 전달 매체이다. 




Prokofjew, Piano Sonata No.6 in A major, Op.82

Yefim Bronfman  Piano

 

1. Allegro moderato,   
제1악장은 장대한 소나타 형식이다. 날카로운 리듬으로 하강하는 3도의 모티브로 시작하는 제1주제가 양손으로 전개되고, 이어지는 제2주제는 단순한 선율로 극히 대비된다. 이어 제시부다음 제2주제에서 파생된 모티브로 이루어진 리드믹한 음형에 의해 발전부가 시작되고, 제1주제의 모티브가 제2주제와 얽히면서 격렬한 클라이맥스를 만든다. 재현부는 제1,2주제 모두 짧게 압축되어 쓸쓸한 감정으로 고조되어 발전부의 클라이맥스로 나타난 다음 코다로 가서 모티브를 강하게 연주하며 마친다.

 

 

 2. Allegretto,   
제2악장은 가보트 형식을 가끔 차용하고 있다. 프로코피에프적인 가보트의 분위기를 강하게 가진 2/2박자의 상쾌한 악장이다. 그리고 악장에 걸쳐 줄곧 나타나는 스타카토 화음은 전형적인 프로코피에프 스타일이라고 할 것이다.

 

 

3. Tempo di valzer lentissimo,    
제3악장은 느린악장으로 러시아의 광활한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폭넓고 서정적인 반면 슬픔을 띈 아름다운 선율이 일품이다. 이는 독창적이면서도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전통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분위기이며, 곡은 확장된 3부 형식이다.

 

 

4. Vivace
제4악장은 리드믹하고 친숙한 악상이다. 개성이 넘치는 제1주제가 제시된 후 제2주제가 선율적 변형을 가지고 연주된 후, 매우 인상적인 힘찬 테마로 중간부로 들어간다. 이 중간부에서 제1주제의 전개된 부분이 포함되고 이어 모티브를 비롯하여 악장의 몇 개 요소가 되돌아와 재현부로 들어간다. 재현부에서는 제1,2 테마 외에 중간부의 테마와 모티브도 나오고 그것들이 여러 가지로 변형을 만들어내며 격렬하게 고조된 후 최강음으로 모티브가 내려치듯 하면서 강렬한 느낌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