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라벨 - 밤의 가스파르
Maurice Ravel Gaspard De La Nuit, 모리스 라벨 - 밤의 가스파르 Maurice Ravel, (1875~1937) |
1. Ondine, 2. Le gibet, 3. Scarbo Khatia Buniatishvili, piano |
원래 밤의 가스파르 란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 알로와쥬 베르트랑 (Aloysius Bertrand, 1807-0841)의 산문시집으로 Gaspard' 란 불어로 교활한 사람이라는 뜻한다. 1908년 라벨은 피아니스트 친구 리카르도 빈스에게서 이 엽기적인 산문 시집을 추천받은 후, 이 시집에서 Ondine(물의 요정), Le gibet(교수대)Scarbo(스카르보 - 장난꾸러기 도깨비) 세 가지를 골라내어 피아노 곡으로 작곡했으며, 라벨의 뛰어난 상상력과 천재적인 악상을 보여 주는 걸작이다. |
1905년 이후의 작품 1905년은 라벨의 작곡가로서의 입지가 이미 확고해진 시기로, <물의 장난>에 이어서 <현악 4중주 F장조>(1902~03)와 클링조르의 세 편의 시에 곡을 붙인 성악과 관현악을 위한 연가곡 <세헤라자드>(1903년)를 작곡한 다음이었다. 실내악곡인 <현악4중주>는, 라벨의 작품목록 중 현악4중주로는 유일한 곡으로, 라벨이 음악원 재학시절에 작곡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장르에서는 이미 많은 고전적 명곡들이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작곡되긴 했지만, 라벨의 곡은 현대적인 현악 4중주로는 드뷔시의 그것과 겨룰 만한 작품이다. 또한 드뷔시의 작품과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유사성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4악장 구성이라든가, 이국적인 색채가 짙은 스케르초가 느린 악장의 앞에 놓여있는 진행, 혹은 두 작품 모두 제1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점 등은 두 작품을 연관지어 볼만한 내용들이다. 특히 주제가 순환되고 같은 동기가 여러 악장에서 재현되는 순환형식의 사용은 드뷔시의 예를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4악장의 형식들은 고전적이지만 거기에 담긴 화성은 매우 새롭고 충격적이어서, 이 곡은 음악원 콩쿠르 당시 혁명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는 혹독한 비평을 듣기도 했으나, 이 작품을 좋아한 드뷔시는 이를 '그 자체로 더 이상 손볼 곳이 없는 완전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아직 젊은 음악가에세는 세심한 주의를 배려하는 음악보다는 고동치고 충동적인 음악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향은 이후 그의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예를 들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연가곡 <세헤라자드>는 라벨이 작곡가로서 완숙한 경지에 이른 27세에 쓴 작품으로, 신비하고 환상적인 세계에 관한 라벨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클링조르의 시가 담고 있는 동양적 정취를 잘 살려낸 관현악의 음색은 그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라벨은 가사의 각 단어들을 음악에 종속시키는 대신 자신의 악곡을 항상 시구에 부수적으로 머물도록 처리했다. 음악의 흐름은 말하는 듯한 언어의 굴곡을 그대로 따르는 듯해서, 곡의 분위기는 소프라노의 가사가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동안에 음악이 그 배경을 풍요로운 음색으로 채색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방법들은 미래의 관현악곡 <다프니스와 클로에>(1909~12)에서 보여줄 내용들이다. 또한 같은 해에 두 개의 중요한 피아노 작품이 발표되는데, 이들은 고전적인 기법으로 된 3악장의 <소나티네>와 다섯 개의 소품으로 구성된 <거울>이다. 이제 라벨은 그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감성으로 프랑스 음악을 이끌어 가는 작곡가로서, 이 작품들을 통해서 음향의 추구가 기존의 음악에 한발 앞서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소나티네>는 작곡가가 이제까지 의도해왔던 섬세한 음향을 추구하기보다는 작품의 구성과 선법적 화성진행의 묘미 등을 오히려 과거로 되돌림으로써 옛것들을 상기시켜준다. 원래 라벨은 이 작품을 한 일간신문이 주최하는 국제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한 악장만 작곡했다가, 2년 후에 두 개의 악장을 덧붙여서 걸작품으로 완성했다. <소나티네>와 같은 시기에 쓴 <거울>은 1906년에 역시 비녜스에 의해서 초연되었는데, 라벨 자신도 이 작품의 화성이 그가 쌓아왔던 관례적인 방법으로부터 이탈하기 위해 일어나는 음악적 변화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고 기술한 바 있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다섯 편의 소품들은, 1907년에 관현악곡으로 편곡되는 네 번째 곡을 제외한다면 인상주의적인 색채를 갖고 있으나, 드뷔시적인 상징주의로부터는 조금씩 멀어지는 듯하다. 1906년에 작곡된 <박물지>는 또 다른 화제를 낳았다. 르나르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성악곡은 전혀 서정성 없이 낭송하는 듯한 기법으로 처리된 가사 때문에 매우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가장 라벨답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 새로운 기법의 음악은 예리하게 풍자적인 시와 걸맞게 결합하는데, 사실 작곡가는 시인이 그의 시 속에 숨기고 있는 신랄한 빈정거림을 정확히 이해했고, 시인은 이를 음악에 추가하도록 요청했다. 이 곡은 1907년에 라벨 자신의 피아노 반주로 초연되었는데, 날카롭고 절제된 피아노가 시적인 연상을 불러온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악곡인데, 이 시기까지의 성악곡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작품 이외에도 <꽃 외투>(1903년, Paul Gravollet의 시), <다섯 편의 그리스 민속 선율>(1904~06년), <장난감의 성탄절>(1905년, 자작시), <하바네라식 성악연습곡>(1907), <바다 저편에서 불어온 폭풍>(1907년, Henri de Regnier의 시), <풀밭 위에서>(1907년, Paul Verlaine의 시)등이 있다. < 다섯 편의 그리스 민속선율>에서 작곡가는 그리스의 치오섬에서 불리던 민속 선율 위에 자신의 독창적인 화성을 구사하고 있으나, 그 나라의 지역적인 색채 또한 마음 깊이 고려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라벨은 칼보코렛시의 요청에 따라 민요에 피아노 반주를 붙였는데, 그 반주는 기존선율인 성악부분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다섯편의 선율 모두는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었으며, 1909년에 여섯 번째 선율 가 추가되었다. 라벨 자신이 직접 쓴 가사 위에 선율을 붙인 <장난감의 성탄절>은 그가 간직하고 있는 장난감에 대한 비밀을 밝혀주는 듯하다. 음악은 가사와 엄격하게 결합하면서 매우 단순하게 씌어졌으나, 이미 다음절적인 처리는 매우 독창적이다. 1909년에 초연된 <하바네라식 성악 연습곡>은 라벨과 친숙한 하바네라 리듬으로 되어 있으며 피아노 반주 위에 가사가 없는 목소리를 위한 연습곡이다. 이들 성악곡 외에도 그의 명성을 높여준 작품들로는 하프와 현악4중주, 플루트,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서주와 알레그로Introduction et allegro>(1905sus), <스페인 광시곡>(1907~08), 그리고 그의 첫 오페라인 <스페인의 한때>(1907~09)가 있다. 스승인 베리오에게 헌정된 교향곡 <스페인 광시곡>에는 전혀 민속적이지 않으면서도 신비한 옛 것들을 상기시키는 힘이 있는데, 이것은 그의 뛰어난 관현악법을 통해서 아낌없이 표현된다. 이 곡은 라벨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음색이 풍부하고 인상주의적인 곡으로 손꼽힌다. 라벨은 일생 동안 스페인 리듬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 곡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첫 악장은 황혼의 나른한 권태를 일으키고, 두 번째 악장을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세 번째 악장은 <귀로 듣는 풍경>의 <하바네라>를 옮겨 놓았으며, 마지막 악장은 <다프니스와 클로에>에서 등장할 찬란한 관현악법을 선포한다. 오페라 부파를 연상시키는 <스페인의 한때>는 섬세한 시적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1막의 풍자적 코믹 오페라이다. 라벨은 노앵의 희극 <스페인의 한때>가 갖고 있는 풍부한 위트가 자신의 기질과 음악적인 기교에 적절하게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이 희극을 오페라로 개작했는데, 작품 전체를 통해 라벨이 즐기는 스페인적인 어법을 만날 수 있다. 20세기 오페라사에 위대한 단막 오페라 작품으로 남게 된 이 작품은 늙은 시계공과 그의 부정한 아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가곡<박물지>에서처럼 말하는 듯한 억양의 선율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이 곡은 1911년의 초연에서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크게 비판을 받았지만, 1938년 오페라 극장에서는 성공리에 공연됨으로써 오페라 부파의 전통을 잇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라벨이 구상했던 오페라에 관한 많은 계획들은 끝까지 실행되지 못했는데, 특히 1906년부터 작곡을 시작했으나 1914년에 포기한 오페라 <가라앉은 종>(G.Hauptmann의 대본)은 거의 완성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가 결국 미완성으로 남게 된 작품이다. 그러나 여기서 등장한 소재들은 1920년에 작곡된 <어린이와 마술사들>에서 다시 사용되기도 했다. 1908년에 작곡된 <엄마 거위>와 <밤의 가스파르>에서는 라벨이 지닌 스페인의 정서 대신, 그가 갖고 있는 동화의 세계와 낭만의 세계를 각각 엿볼 수 있다. <엄마 거위>는 네 손으로 연주하는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곡으로, 그의 친구인 고뎁스키의 자녀들에게 헌정되었다. 이 작품은 신비로운 세계에 관한 라벨의 동경이 무한히 꽃필 수 있는 동화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다섯 개의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의 기록대로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든 피아노 곡으로, 1911년에 2관 편성의 관현악 모음곡으로 편곡되었고, 발레 곡으로도 편곡되었다. <밤의 가스파르>는 전설적인 낭만주의 시인 베르뜨랑의 생동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시구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며, 이것은 라벨의 회화적인 상상력을 통해 정밀한 어법의 피아노곡으로 완성되었다. 그의 세 편의 산문시가 각각 세 개의 소품 -<물의 요정Ondine>,<교수대 Le Gibet>그리고 <난쟁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언어의 마술사인 시인이 음의 마술사인 작곡가를 유혹했고, 그 작곡가는 설득당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제1곡인 <물의요정>에서 보여주는 청명함은 <물의 장난>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고, 음계도 마치 시를 읊조리듯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 곡 서두의 물결치는 듯한 악절의 패턴은 곡 전체를 이끌며 통일감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제2곡인 <교수대>에서는 풍부한 선율 아래 움직이지 않는 베이스가 음산한 것이, 거의 죽음의 환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물의 요정>의 흐르는 선율이 표현하는 동적인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교수대>는 획일적인 리듬의 음향이 정적인 느낌을 주는 환상곡이다. 마지막으로 3곡인 <난쟁이>는 지나치게 열정적이며 광란적이다. 각각의 곡이 형식적인 면에서는 보수적인데, 작곡가가 환상적인 암시를 갖고도 고전적인 형식을 다시 만난 것이 비단 이 곡에서 뿐만은 아니다. 1910년에 작곡한 일곱 편의 노래로 이루어진 <대중의 노래 Chants populaires>는 콩쿠르를 위해 작곡되었으나, 그 중에서 처음 네 곡-스페인 노래, 프랑스 노래, 이탈리아 노래 그리고 이스라엘 노래-만이 출판되었으며, 이 중에서 네 번째 곡은 관현악으로 편곡되었다. 다섯 번째 곡인 <스코틀랜드의 노래>는 작곡가의 스케치에 준해서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나, 여섯 번째 곡과 마지막 곡인 <플랑드르의 노래>와 <러시아 노래>는 현재로서는 흔적이 없는 상태이다. <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1911년)는 리듬과 분위기 면에서 슈베르트를 본보기로 하는 왈츠로, <밤의 가스파르>에서 보여주었던 명인의 솜씨가 다시 한번 이 작품에서 정화되어 나타난다. 여덟 편의 왈츠로 구성된 이 곡은 선율이나 화성에 있어서는 모두 라벨의 스타일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가장 섬세한 소리"라고 드뷔시가 말한 대로, 이 곡들은 완전히 새로운 화성의 정교함을 갖고 있다. 특히 여덟 번째 곡은 앞서 지나온 왈츠들의 중요한 모티브를 상기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마지막 곡에서 앞의 곡들의 단편들이 막연한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이 피아노 곡은 1912년에 무용가 트루하노바의 위촉을 받고서 발레를 위한 관현악곡 <아델라이드 또는 꽃의 언어>로 편곡되었다. 1909년에 파리를 방문한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무용단은 당대의 여러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라벨의 음악에서 그 결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라벨이 자신의 대표적인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1909~12년)를 작곡한 시기는 그에게 있어서 가장 의욕적인 작품활동 시기였다. 3년에 걸쳐 작곡한 이 작품은 1912년에 니진스키와 카르사비나의 러시아 무용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진 3장의 무용교향곡으로, 디아길레프의 요청에 의해 쓰여졌다. 라벨 자신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고풍스런 전통에 충실하기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광범위한 음악적인 회화를 꿈꾸었던 것 같다. 원래 오페라극장의 주요 프로그램이기도 했으나, 음악회장에서 자주 모음곡이라는 이름 아래 피아노 독주곡(1910년) 혹은 관현악곡(1911~13년)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이 음악에서 사용되는 주제들은 모두 라벨 특유의 동화적인 환상을 담고 있는데, 예를 들어 관현악 모음곡 중 네 번째인 <동이 트고>는 신비스런 라벨 음악의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 비현실적이라고 할 만큼 이색적인 음향들, 특히 플루트와 클라리넷과 첼레스타가 만드는 분위기는 표현할 수 없는 새벽의 상쾌함을 적절히 묘사한다. <동이 트고>는 낭만적인 고백이 드문 라벨의 작품으로서는 매우 서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
Maurice Ravel Gaspard De La Nuit, M.55 Martha Argerich Piano |
1. Ondine |
2. Le gibet |
3. Scar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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