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5번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op.47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라단조, "혁명"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
1 Moderato, 2 Allegretto, 3 Largo, 4 Allegro non troppo Gustav Mahler Jugendorchester Philippe Jordan, conductor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은 1937년 발표한다. 이 곡은 장엄한 구조와 규모의 방대함으로 볼 때, 그의 15개의 교향곡 중 가장 걸작일 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에 빗대 쇼스타코비치의 ‘운명교향곡’으로 불리는 곡이기도 하다. |
쇼스타코비치는 불과 19세 때인 1925년 교향곡 제1번을 발표하였는데, 이 곡으로 그는 ‘현대판 모차르트’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국제적으로 크게 각광을 받는 계기가 된다. 이어 21세 때인 1927년 교향곡 제2번 ‘10월 혁명에 바침’을 발표하고, 1929년 교향곡 제3번 ‘메이데이’를 연속으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발레와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면서 소련의 국보급 작곡가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이렇게 소련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성장한 쇼스타코비치에게 새로운 시련이 닥친다. 그것은 1932년 시작된 스탈린의 소비에트 정부가 체제 정비 강화라는 미명으로 예술계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교의지침을 내리면서 시작된다. 이후 1933년 발표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스탈린의 비판(공연 중 자리를 떠난 사건)에 직면하게 되자, 1936년 프라우다紙는 “이것은 음악이 아니라 황당무계”라며, 후속작인 발레곡 <맑은 시냇물>마저도 엄혹한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비판에 직면한 쇼스타코비치는 당시 소련 사회 전반을 공포로 짓눌렀던 숙청의 분위기 속에서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위적인 신작 <교향곡 제4번>의 초연마저 무기한 연기하게 된다.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소련 작곡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군분투 한다. 그 결과 “정당한 비평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현실적이고도 창의적인 반응”이라는 명목으로 내놓은 새 작품이 바로 <교향곡 제5번>인 것이다. 솔로몬 볼코프(러시아의 음악학자)가 쇼스타코비치의 구술을 정리한 회고록 ‘증언’에 의하면, 이 교향곡 속에 표현된 즐거움은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즐거움”이라고 한다. 파데예프(당시 작가조합 의장)도 자신의 일기에서 이 곡의 피날레에 대하여 “어찌할 길 없는 비극”이라고 기록했다. 그래서 이 곡은 “개인주의적 오류의 상태에서 대중과 함께하는 자기 초월적 단결의식으로 발전해 가는 지성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석되지만, 오늘날에도 그 해석이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당시 한 비평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제1악장은 “자문 …… 또는 어린 시절의 추억”, 제2악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대한 야유의 미소”, 제3악장은 “아픔의 눈물이 흘러넘치고”라고 표현했으며, 제4악장은 작곡가의 말을 빌려 “이제까지의 모든 악장에서 다루지 않았던 의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정의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발표하면서 “교향곡 제5번은 오랜 기간 동안 내면적인 부분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향곡을 작곡하는 시간 자체는 비교적 짧았다. 제3악장의 경우는 불과 3일 만에 완성했다.”고 말해 그가 이 곡을 작곡하기 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 교향곡의 주제는 인간성(인격)의 확립이다. 이 작품은 시종 서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며, 나는 그 중심에 서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체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피날레에서는 이제까지 등장한 모든 악장의 비극적 긴박함을 해결하고 밝은 인생관과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초연은 1937년 11월 21일,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 날 예프게니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었다. 초연에 참관한 청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쇼스타코비치는 이 한 곡으로 당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한다. |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op.47 Berliner Philharmoniker Semyon Bychkov |
1 Moderato, |
제1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이다. 곡이 시작되면 저음현과 고음현 사이에 옥타브의 카논으로 서로를 모방하고 있으며, 도약과 이끔음 진행을 번갈아 하는 주제로 시작한다. 이어 제1바이올린이 제2부의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을 펼쳐 보이는데, 이것이 주요 악상이다. 이후 이 두 악상이 결합과 발전 속에서 점차 일정한 리듬이 부각되는데, 이 리듬을 반복 연주하는 제2바이올린부터 콘트라베이스까지 모든 현악기를 반주로 제1바이올린이 불규칙한 라인을 만들어간다. 이후 플루트에서 인상적인 선율이 나오면 클라리넷이 그것을 이어받으면 제시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마무리된다. 발전부는 비올라가 부악상을 연주하다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에 피아노가 더해지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이어 4대의 호른이 유니즌으로 제2악상을 장엄하게 연주한다. 여기에 트럼펫과 목관이 가세하면서 알레그로 논 트로포로 들어가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격렬한 클라이맥스를 만들면, 팀파니와 스내어 드럼의 연타 위에서 금관의 팡파르가 빛을 더하고 실로폰까지 가세하여 행진곡처럼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재현부에서는 열정적인 연주가 모방기법으로 이어진다. 템포가 조금 떨어지면, 옥타브 유니즌으로 격앙된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마침내 강렬하고 장엄한 파국이 찾아온다. 이후 부악상이 D장조로 재현되고, 플루트와 호른의 모방, 오보에 독주를 거쳐 코다로 넘어간다. 코다는 주요 악상이 정리되면서 앞부분의 역행형 등이 자유롭게 섞여 나오고 첼레스타의 반음계적 상승을 동반하면서 피아니시모로 서서히 사라진다. |
2 Allegretto, |
제2악장은 스케르초다. 저현으로 빠르고 격한 주제로 출발하는데, 호른의 악구가 삽입되면서 8분음표로 활기를 띈다. 이어 목관악기들의 연주 사이에 별안간 솔로 바이올린이 주제를 받아 연주하다가 다시 목관으로 분방하게 이어지는 형식이다. 트리오도 경쾌한 선율로 이루어지는데, 이 동기는 후에 교향곡 제6번과 제9번에서도 나온다. 후반은 특히 실로폰이 가세하여 주제부를 재현하는데, 두 마디의 팀파니 독주가 끝나면 트리오를 이용한 짧은 코다로 악장을 마친다. 전체적으로 볼 때, 2악장은 1악장에서 제시되었던 주요 악상에 대한 변주의 성격이며, 다채로운 악기 사용법이 두드러지는데, 스케르초답게 익살맞고 풍자적이다. 특히 바이올린 솔로, 플루트 솔로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제1바이올린의 움직임은 꿈길처럼 부드럽다. |
3 Largo, |
제3악장은 라르고의 느린 템포로 전곡 중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관악기도 목관은 참여하지만 금관악기는 철저히 배제하고, 바이올린 파트도 하나 더 두어 세 파트로 분할하였다. 그리고 비올라와 첼로는 두 파트로 나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현의 선율은 한층 두터워지고 곡상은 극히 섬세하고 미묘한 음을 만들어낸다. 후반부는 희미한 종소리를 배경으로 피아노와 실로폰이 가세하면서 클라리넷의 여섯 잇단음이 이어지는데, 여기에 첼로가 강렬하게 응한다. 이때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은 하프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첼레스타는 높은 음으로 트레몰로를 연주하면 목관이 그리운 듯 회상하면서 사라진다. 전체적으로 아주 독창적인 이 악장은 옛 러시아 민요와 같은 선율 때문에 살짝 어둡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실내악 같은 느낌을 주는 미묘한 악기법은 쇼스타코비치가 왜 섬세한 심미주의자인가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악장이다. |
4 Allegro non troppo |
제4악장은 행진곡 풍의 소나타 형식이다. 마치 행진곡처럼 모든 취주악기들이 연주하는 D음을 트릴로 강조한 다음 팀파니가 4도 음정으로 8분음표의 리듬을 살려내면, 트럼펫과 트롬본이 옥타브에서 팡파르 주제를 연주하면서 출발한다. 이 주제 악상은 의외로 강렬하지만 동시에 유려하다. 이후 2악장 스케르초 주제가 회상되면서 리듬의 대향연을 보여주는데, 긴장된 리듬들은 8분음표로 압도적인 승리를 묘사하듯 한다. 다시 긴박한 팡파르 주제가 다양하게 변형되며 나타나다 어느 순간 템포가 떨어지면 바이올린으로 유려한 선율을 새롭게 내보이면서 3악장의 고통스런 부분을 회상하듯 한다. 이어 피날레로 내달린 음악은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다가 마침내 장엄하고 불꽃같은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여기서는 앞서 보였던 팀파니의 당당한 타격을 필두로 베이스드럼까지 가세하고, 그 위에서 현의 찬란한 반주가 금관악기들과 어우러지면서 모든 악기들이 열정적으로 총주에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팀파니가 강력한 타격의 비트를 만들어 내면서 격렬한 최후를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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