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관현악] 브람스 /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비의 노래"

jubila 2023. 7. 19. 05:25

브람스 /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비의 노래"




Brahms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1in G major, Op.78
'Regenlied'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사장조 Op.78 "비의 노래"

Johannes Brahms 1833~1897
I. Vivace ma non troppo,   II. Adagio,   III. Allegro molto moderato
Sorin Alexandru Horlea - violin
Vicky Stylianou - piano



브람스는 1877년 부터 3년간, 여름을 뵈르터 호수가에 위치한 푀르샤흐에 머물면서 정신적인 안식을 취했다. 그는 이 곳에 머무는 동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완성하기도 했다. 그래서 푀르사흐에서 작곡된 작품은 아름다운 풍경을 반영하듯 풍요롭고 상쾌한 기운이 완연하다.
바이올린 소타타 1번도 또한1879년 여름에 작곡되었다.
브람스 또한 슈베르트와 마찬가지로 예술가곡의 주제를 다른 기악 작품에 인용하기를 즐겨했다.



'비의 소나타'라고 불리는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브람스가 친구인 클라우스 그로스의 시에 곡을 붙인 '비의 노래' Op.59-3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빗방울의 모티브가 곡 전체에 나타나지만 특히 3악장 첫 부분에서 맬랑콜리한 단조 선율로 슬픈 감정이 수놓아지고 있다.
브람스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던 클라라 슈만이 1879년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 이 소나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당신의 소나타를 오늘 받았어요. 물론 바로 연주를 시작했죠.

                                이윽고 터져 나오는 기쁨의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어요.
                마지막 악장을 연주할 떄는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답니다."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작곡가였지만 브람스는 철저히 고전주의를 견지했다. 표제음악이 유행하던 당시에 그는 오로지 절대 음악만이 최고의 음악으로 알고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려 했다.
브람스는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 탓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토록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었던 클라라 슈만과의 우정은 이를 잘 대변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브람스는 생전에 교향곡을 4곡 작곡했다. 큰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는 교향곡은 예술적인 의용을 표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와 떨어져 혼자 사색하기를 즐겨했던 브람스에게는 실내악 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음악의 표현 형식이었을 것이다. 각 악기가 서로를 감싸주며 인정하는 실내악의 본질을 잘 이해했던 브람스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걸작들을 쏟아 내었고 그 철학적인 관조와 깊이는 베토벤에 뒤지지 않고 바흐의 형식미와 동급을 이룬다.

만디체프스키는 브람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브람스는 다른 어떤 영역에서보다 실내악에서 절대 음악가로서 독특한 재능을 분 명히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안으로 돌아가는 천성을 지닌 작곡가, 깊은 내면으로 창작하는 브람스와 같은 인물에세 실내악은 가장 가까운 영역이었다."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은 단 하나의 음표도 의도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다듬고 다듬은 철저함으로 가득 차 있다. 많은 연주자들이 브람스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람스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엄격한 자기 비판으로 오랜 시간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교향곡 1번과과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걸작이다. 더구나 평생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긴 것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이다. 그러나 그 음악적인 질을 바라보면 작곡가의 삶의 철학이 투영된
높은 경지에 고고히 서 있는 수작임에 틀립없다.






Brahms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1in G major, Op.78
'Regenlied'


Catherine Manoukian & Gunilla Süssmann

 

I. Vivace ma non troppo,  
1악장은 피아노의 조심스러운 '딴딴딴'하는 도입으로 시작된다. 바이올린 멜로디는 초록이 만연한 봄날의 산책로를 누비듯 서정적이고 세련되어있다. 누군가는 브람스의 이곡을 '비의 소나타'라고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녹음이 너무도 아름다운 화창한 요즘의 봄날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바이올린 음악의 진가가 드러나는 시간은 역시 비기 부슬부슬 내린는 날이 아닐까? 비가오는 날 창가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듣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타나 1번 정말 멋질것 같다.
1악장은 브람스의 서정미를 진실하게 느낄수 있는 부분이다. 브람스는 시원스러운 멜로디와 봄날의 햇볕같은 따사로움을 가지고 있다. 내가 브람스를 가장 좋아한다고 손꼽는 면도 이런점이다. 브람스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시원한 서정성과 햇볕같은 따사로움이 열정적으로 펼쳐진다."라고 할까?
브람스 음악의 특징이 될수 있는것이 브람스의 음악 주제는 호흡이 길고 자연스러운 흐름결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브람스의 음악 표현하기가 가장 좋은 악기도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가 아닐까 한다.
브람스는 고전적인 반복의 효과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의 소나타 1악장 역시 재현부에서는 제시부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편안하게 1주제를 반복한다. 인간은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 처음의 등장을 재현할때 우리는 안도감과 괜한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소나타 형식이라는 것이 세기를 이어올수 있었던것도 변화라는 요소와 더불어 반복이라는 음악적 구조를 세련되고 균형있게 이루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1악장을 편하게 들을수 있는것 이런 연유 때문이다.
중간 부분에 나오는 피아노 독주와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는 잠시동안 서정성에 휴식을 부여한다. 나도 예전에 피아노 트리오을 위해 1개 악장을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한적이 있다. 그때 피아노 솔로가 잠깐 나왔는데 그때 다른 악기들은 쉬고 있었다. 브람스의 이 소나타가 '비의 소나타'라고 불리는 것도 추측해 보건데 이 부분의 바이올린 피치카토가 큰 영향을 준것같다. 이 부분의 피치카토는 곡의 흐름을 피아노를 통해서 살리면서도 바이올린은 놀지않고(^^) 새로운 음형을 통해 변화와 세련미를 준다.
1악장의 마지막은 조성적인 종지로 강하게 마무리하는데 이는 2악장의 서정성을 좀더 부각 시키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II. Adagio,  
2악장은 아름다운 피아노의 독주로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듯한 피아노의 도입은 흡사 "나를 사랑하나요?" 하고 묻는 연인의 고백같이 들린다.
이에 바이올린이 응답한다.
"나의 사랑은 오직 당신뿐 이세상에 그 무엇도 당신같은 순 없어요."
피아노는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힘겨운 일이 너무 많아요. 우리의 사랑이 이루어 지기를 방해하는듯한 험난한 고난들이......"
"아무리 험난한 고난이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이겨낼수 있어요. 나를 믿어요."
바이올린은 자신감있게 외친다.
두대의 악기는 2중주로 이야기한다.
"우리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갑시다. 아무리 세상이 험하고 힘들지라도. 우리의 사랑만 있으면 그 모든것도 아름답지 않겠어요?


2악장을 들으면서 나에게 위의 대화가 들렸다. 너무도 매정하게. 2악장은 구슬프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속에 잠겨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구슬픔이 아니라 그속에서 미래의 빛과 생의 아름다움을 부여잡으려는 몸부림이 있는 슬픔이다.
마지막 부분의 바이올린의 더블 스토핑은 그런 의지를 굳건하게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다짐다짐을 하면서 기도하듯 막을 내린다.

 

 

 

III. Allegro molto moderato
3악장은 유명한 '비의 노래'선율이 나온다. 3악장은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다. 여기서도 바이올린은 긴 호흡으로 노래를 한다. 멜로디를 따라 부르고 있으면 숨이 차오름을 느낄수 있다. 피아노는 아름다운 분산화음으로 조용하게 서정적인 분위기를 묘사한다. 피아노는 가끔씩 사이사이에 부각되기는 해도 전체적으로는 바이올린을 뒷받침을 주력으로 한다.
3악장에서의 피아노는 독주악기와의 곡에서 피아노가 할수 있는 다양한 패턴을 보여준다. 분산화음적인 음형으로 배경을 묘사하기도 하고 활기찬 선율을 뒷받침하여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음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바이올린 선율에 대위적으로 나오는 피아노 저음부의 선율은 더욱 선율을 부각시키고 소리의 공간을 풍성하게 한다. d단조의 주제가 서정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이라면 중간에 나오는 g단조의 주제는 무겁고 가슴속에 눌려진 깊은 아픔의 상처를 묘사한다. 하지만 브람스는 결코 상처를 상처로서 가지고 있지만은 않는다. 그것을 표출하고 무엇인가를 갈구 하면서 새로운것은 빛을 향해서 나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