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관현악]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jubila 2023. 11. 16. 00:16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제 9번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9 in A major Op.47
"Kreutzer"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가장조 작품 47 "크로이처"


Beethoven, Ludwig van (1770-1827 G.)
1. Adagio sostenuto – Presto,    2. Andante con variazioni,     3. Presto

Leonidas Kavakos, violin
Enrico Pace, piano











1803년 5월에 완성된 이 소나타는 베토벤의 전 10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서뿐만 아니라, 프랑크나 브람스의 소나타를 위시한 이런 종류의 악곡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만하다.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 1766 – 1831)를 기리기 위해 1805년 출판되었으며, 이 때문에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크로이처는 소나타의 헌정을 받아들였으나 그의 생애동안 결코 연주하지 않았다.


본래 이 곡은 베토벤이 바이올리니스트 브리지타워의 연주에 반해서 작곡한 작품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하여(알려진 바로는 한 여인 때문에 그들이 서로 반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1805년에 이 새로운 바이올린 소나타를 출판하면서 엉뚱하게도 이 곡을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처에게 헌정하기로 했다.
크로이처는 바요, 로드와 함께 프랑스 바이올린 악파의 삼총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극적인 스피카토보다는 우아한 레가토(legato)1를 선호한 전형적인 프랑스 악파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특히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구사하는 뛰어난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베토벤과는 1804년에 교류가 있었는데 이때 베토벤은 그의 가식 없고 자연스러운 연주에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베토벤은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크로이처에게 헌정했으나 정작 크로이처는 이 소나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베토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지휘자 프랑수아 아브넥이 파리의 청중에게 베토벤 교향곡 제2번을 소개하려 했을 때도 크로이처는 베토벤에 대해 적의를 보였고, 베를리오즈에 따르면 크로이처는 자신에게 헌정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난폭하고 무식한 곡”이라 평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곡이 '크로이처'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숨 가쁜 전투
이 곡에서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숨 가쁘게 펼쳐지는 피아노가 특히 화려하다. 너무 화려해 마치 바이올린을 위협하듯 공격적이다. 한편 바이올린 역시 만만치가 않다. 바이올린은 불을 뿜는 듯한 스타카토와 강렬한 악센트로 피아노와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듀오 소나타로 평한다.


베토벤 이전 또는 베토벤 초기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은 사실상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라고 할 만큼 피아노의 비중이 컸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도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전통을 따르고 있다. 이 곡의 초판본을 보면 악보에 "거의 협주곡처럼, 극히 협주곡과 같은 스타일로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쓰여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주곡 스타일로 작곡되었다는 것은 마치 협주곡처럼 바이올린이 독주(獨奏)를 하면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처럼 반주를 한다는 뜻일까?
이 구절의 의미는 협주곡이라는 말의 어원에 나타나 있다. 협주곡. 즉 콘체르토(concerto)는 본래 '콘체르타레(concertare)'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서로 경쟁하다. 겨루다' 또는 협력하다. 일치하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베토벤이 이 곡에서 의도한 것은 결국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진정한 의미의 이중주 스타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투쟁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베토벤이 이 곡 속에 그러한 의도를 숨겨놓고 있던 것이다.

베토벤 사후에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이 곡에서 영감을 받아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소설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9 in A major Op.47
Itzhak Perlman · Vladimir Ashkenazy

 

1. Adagio sostenuto – Presto,   
가장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단조이다. 3/4 박자 - 2/2 박자,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 연주 시간은 15분 정도이다.
가장조의 중후한 화음으로 시작하지만 곧 가단조로 전조(轉調)하며 완만한 서주가 끝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싸우는 듯 구성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며, 세간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진정한 이중주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주요 프레이즈는 가단조 바이올린의 격렬한 움직임 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화려한 색채로 어우려져 있다. 전개부는 제1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 열정적인 싸움을 하듯 높은 긴장감을 보인다. 바이올린은 피아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중음을 활용하고 있지만, 피아노는 한 마음으로 단순 억제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곳곳에 아다지오 부분을 끼우는 것으로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2. Andante con variazioni,    
2/4 박자, 주제와 네 개의 변주곡, 연주 시간은 18분 정도이다.
첫 악장의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싸움이 진정되고 침착한 주제가 제시된다. 변주가 주된 구성이며, 제2변주에서 바이올린이 빠른 고음으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3. Presto
6/8 박자. 소나타 형식, 연주 시간은 10분 정도이다.
타란텔라 형식에 춤곡의 리듬으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빠르고 화려한 타란텔라 하에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각자의 기량을 발휘하며 즐겁게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종악장에 타란텔라를 넣는 것은 중기의 작곡자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적절하게 박자를 바꾸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부분과 역동하는 부분을 적절히 삽입해 변화를 주어 타란텔라의 가벼움을 완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