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7번

jubila 2023. 12. 28. 02:13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7번




Beethoven Piano Sonata No.27 in E minor, Op.90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27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 Mit lebhaftigkeit und durchaus mit Empfindung und Ausdruk,  
2. Nicht zu geschwid und sehr singbar vorgetragen

Boris Giltburg  Piano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7번은 1814년에 작곡되어 1815년 6월 빈의 시타이너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들은 작곡 시기에 따라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는데, 그의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는 1번부터 11번까지는 전기, 12번부터 27번까지의 16곡의소나타는 중기, 그리고 28번부터 마지막 32번까지의 5곡의 소나타는 후기로 분류된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Op.81a)을 작곡한 이후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피아노 곡을 쓰지 않았던 베토벤은 1814년 5년만에 피아노 소나타 27번(Op.90)을 작곡했다. 이 곡은 그의 중기의 곡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1816년부터 1822년까지 쓰여진 그의 후기 소나타와 더 닮아, 후기에 펼쳐질 그의 이상세계를 미리 선보이는 듯 하다. 한스 폰 불로 (Hans von Bulow)는 이 곡은 마지막 소나타인 32번과는 특별히 비슷해서 둘다 '말하기'혹은 '노래하기'처럼 연주되야 한다는 유사성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 곡은 최근 빈의 젊은 발레리나 슈툼머 (Stummer)와 결혼한 모리츠 리히노프스키 백작(Count Moritz Lichnowsky)에게 헌정되었다. 모리츠 백작은 베토벤에게 이 곡이 2악장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물었는데, 그때 베토벤은 당신의 결혼을 나타낸 것으로, 1악장은 '이성과 감성 사이의 투쟁 (a struggle between the head and heart)'을 나타내고, 2악장은 행복한 결혼을 축하하는 '연인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beloved)'를 뜻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것은 베토벤이 그의 후원자인 모리츠 백작에게 일종의 농담으로 한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 당시 모리츠 백작은 자기의 지위 보다 낮은 여자 (평민으로 추측된다)와의 결혼에 조금은 주저했던 것 같다. 베토벤은 이것을 1악장에서 이성과 감성 간의 투쟁이라고 표현했고, 이 모든 번민을 잊고 결혼한 모리츠 백작에게 2악장에서 연인과의 대화로 축하해 주고 있는 것이다. '활발히, 그리고 시종 감정과 표현을 가지고'라고 악보에 표시한 베토벤은 제1악장에서, 제1주제는 이성을, 제2주제는 감성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한다. 유려하고 순조로이 흐르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제2악장에 비해 1악장은 무었인가 억누르는 듯하고 긴장과 심오함이 진하게 배어있는 듯하다. 제1주제는 그 구성이 복잡하고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온갖 감정 역시 글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포르테로 강하게 때리는 화성과 급히 하강하는 16분 음표의 음형이 간간이 솟아 오르는 듯한 감정을 예시하고, 짧게 끊어지는 화음으로 일단 자제하여 보지만, 제2주제에서 들끓어 오르는 감정의 물결은 도무지 막을 길이 없다. 아프게 부서져 내리는 감정을 어루 만지고 삭이는 멜로디가 흐르고, 다시 긴장감있는 멜로디로 마음을 고요히 비운다. 이 곡에는 또 처절한 갈등이 보이는데, 마음 안의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 즉 한쪽은 명령하고 억압하고, 다른 한쪽은 몸부림치며 신음하는 적대적 관계를 가지는 두개의 힘사이에서 고뇌하는 영혼의 모습을 본다. 젊은 슈베르트를 만난 후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나타나 있다고 하는 제2악장에는 '빠르지 않게, 노래하듯' 연주하라고 적혀있다. 하나의 곡이 연주되는 듯한, 그러나 분명히 다른 느낌의 분위기로 시작되는 2악장은 마치 창문을 열어 놓았을 때 지저귀는 새소리와 불어오는 바람 소리, 창가에 피어있는 꽃들,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과 같은 평온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로서, 1악장의 투쟁은 결국 평화로움으로 바뀌었고, 베토벤은 이 세상은 싸울 상대만은 아니라는 듯이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끌어 안는다. 세상은 결코 과도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과소하게 다가 오지도 않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다가 온다. 이젠 너무 편안해져서 창가에 기대 앉아 잠이 온다.




Beethoven: Piano Sonata No.27 in E minor, Op.90
Claudio Arrau  Piano

 

1. Mit lebhaftigkeit und durchaus mit Empfindung und Ausdruk,
    ( 활발히 그리고 끝까지 감정과 표현을 가지고 )
제1주제는 완전한 세 도막 형식으로 제1악절은 e단조, 제2악절은 C장조, 제3악절은 e단조로 되어 있다. 제1주제는 생생한 리듬으로 시작되고, 다음에 완만하게 하강하는 멜로디가 흐르며, 다시 첫머리 동기에 의한 부분이 계속된다.첫머리의 동기에 의한 옥타브로 상승하고, 음계풍으로 급 강하하는 경과부에 이르면, 격렬한 화음의 연타에 의해 제2주제로 이끌어 진다. 제2주제는 b단조, 16분 음표 음형의 반주로 크게 노래되어, 체념을 느끼게 하는 듯한 고요한 작은 코다가 계속된다. 제시부의 되풀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개부는 조용한 단음으로 시작, 제1주제의 첫머리 부분을 재료로 한 전개가 된다. 이어 제1주제의 중간 악절에 의한 전개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오른손에 16분 음표의 섬세한 움직임이 나오자, 움직임 속에 확대되어 교묘하게 제1주제의 동기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재현에서는 모두 원칙대로 나아가며, 제1주제를 고요하게 회상시키고서 코다로 악장을 맺는다.

 

2. Nicht zu geschwid und sehr singbar vorgetragen
    ( 너무 빠르지 않게 그리고 노래부르듯이 )
너무 빠르지 않게, 그리고 지극히 노래하듯이 연주하라는 제2악장은 형식적으로는 론도 소나타 형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대단히 선율성이 강하여 소나타의 끝 악장으로서는 매우 보기드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먼저 극히 서정적인 음악으로 시작된다. 론도 주제는 세도막 형식으로, 처음에 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찬찬한 중간 악절을 끼고 다시 돌아온다. f와 p가 눈부시게 교차하는 짧은 경과부를 거쳐, B장조로 제2주제가 나오는데, 이것은 론도 주제와 관련이 있는 평온한 노래이기도 하다. 돌체라고 지시된 단편적인 멜로디에 넘겨져서 제1주제의 재현이 되고, 다음에 새로운 주제를 쓰지 않고 전개부가 나타난다. 처음은 론도 주제가 마지막 부분을 , 다음에 제2주제가 뒤에 온 돌체의 악상을 전개하며 세번째의 론도 주제로 옮겨간다. 그리고 ㅈ2주제가 E장조로 옮겨져 재현한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론도 주제는 변주되었고, 다시 이것이 전개되어 코다가 만들어 진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어디까지나 섬세하게, 고요히 여운을 남기면서 곡을 끝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