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2번
Mozart Piano Concerto No.22 in E- flat Major K.482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2번 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
1. Allegro, 2. Andante, 3. Allegro Hannes Minnaar [piano] philharmonie zuidnederland Kevin John Edusei [conductor] |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모차르트가 빈에서 야외 연주회를 갖는 장면이 나온다. 화창한 날씨, 여유로운 분위기의 공원에서 요제프 2세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특유의 재기 넘치면서도 기품 있는 제스처로 연주에 임하는 모차르트(톰 헐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아울러 집에서 출발할 때 인부들을 앞세워 피아노를 들고 뛰어가게 하고, 자신은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 마차 위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모습도 흥미롭다. 그 장면에서 모차르트가 직접 피아노와 지휘를 맡아 연주하는 곡이 바로 여기에 소개하는 [피아노 협주곡 제22번 E♭장조]이다.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2번은 1785년에 완성하였다. |
모차르트가 이 협주곡을 완성할 당시 그는 한창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느라 바빴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가 연주회를 위해서 외출한 사이에 모차르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가 [피가로의 결혼]의 악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그럴싸한 설정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분주한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인지, 이 협주곡에서 특별히 새로운 시도나 과감한 모험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그가 그때까지 연마해온 다양한 기법들과 독자적 스타일을 무난하고 여유롭게 펼쳐 보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무사안일이나 적당한 타협의 산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우리는 여기서 당대 빈 청중의 취향을 민감하게 파악하여 자신의 예술적 욕구와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동시에 장르의 발전을 향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차르트 특유의 탁월한 장인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작품은 같은 해(1785년)에 앞서 작곡된 다른 두 협주곡(‘제20번 d단조’와 ‘제21번 C장조’)에 비해 오늘날 대중적인 인기는 떨어진다. 또 그 이듬해(1786년) 사순절에 나란히 연주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두 곡(‘제23번 A장조’와 ‘제24번 c단조’)에 비해서도 주목을 덜 받고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이 곡을 통해서 차츰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던 빈의 변덕스런 청중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였다.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난네를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1785년 12월 중순 대강절에 열린 한 예약연주회에서 모차르트가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청중은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바람에 모차르트는 느린 악장을 즉석에서 다시 연주해야 했고, 연주를 마치고 나서는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고역을 치러야 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곡이기에 그 정도로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던 것일까 ? 희극과 비극, 우아함과 경박함의 공존 우선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웅장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일단 악곡의 규모가 크고 구성도 장대하며 악기 편성도 이전보다 확대되어 있다. 그리고 이 협주곡은 당시 작곡 중이던 [피가로의 결혼]처럼 희극과 비극, 우아함과 경쾌함을 한 데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그 조화로운 다양성, 고상함과 경박함의 공존은 다시금 우리를 모차르트를 통해서만 가능한 궁극적 평화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 |
Mozart Piano Concerto No.22 in E- flat Major K.482 Murray Perahia English Chamber Orchestra |
1. Allegro, |
첫 악장은 (베토벤 이후 ‘영웅적인 조성’으로 자리매김한) ‘E♭장조’ 특유의 찬연하고 낭랑한 울림과 더불어 위풍당당한 기세로 출발한 다음 내내 활기가 넘치면서도 잘 정돈된 조화로운 음률의 향연을 풍성하게 차려 놓는다. 아울러 이 곡은 기악적 색채의 전개라는 면에서도 더없이 매혹적이다.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가 협주곡에는 처음 도입한) 클라리넷을 비롯한 2관 편성에 2대의 트럼펫과 팀파니까지 더해진 편성으로 시종 다채로운 팔레트를 펼쳐 보인다. 특히 하르모니무지크(관악합주곡) 풍으로 처리된 목관 파트는 이전의 협주곡들에서보다 진일보한 모습으로 작품을 화려하면서도 격조 높은 색감과 분위기로 채색하고 있다. |
2. Andante, |
변주곡 형식을 취한 c단조의 안단테 악장은 또 얼마나 가슴 깊이 파고드는가. 모차르트 자신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K.364)]의 느린 악장이나 당시 작곡 중이었던 [피가로의 결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어둡고 장중하면서도 지극히 섬세하고 다감한 분위기, 은근히 듣는 이의 귀를 끌어당기는 칸타빌레 선율, 그리고 5개의 변주를 절묘하게 아우르는 차분하면서도 극적인 진행 ! 올리비에 메시앙은 이 느린 악장에 대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대단한 작품이다. 이 안단테 악장은 불꽃의 중심이라고 할까! 그토록 요약된 작품에서 죽음에 대한 관념을 연상시키는 모든 감정, 즉 절망, 반항, 의기소침, 천상의 위로, 그리고 부활에 대한 확신 등 폭넓은 감성을 느끼게 된다.” |
3. Allegro |
피날레 악장 또한 경이롭다. 이 론도 악장은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하고 장난치는 듯한 주제를 가졌지만, 두 번째 중간부로 접어들면 갑자기 템포가 떨어지면서 ‘또 하나의 느린 악장’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수법은 모차르트가 과거 또 하나의 E♭장조 협주곡, 즉 [피아노 협주곡 제9번](K.271)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이지만, 이 A♭장조의 안단테 칸타빌레 섹션은 전혀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인다. 느긋한 미뉴에트 리듬을 타고 흐르는 이 시적인 음악을 통해서 우리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동경으로 가득 찬 정화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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