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9번

jubila 2022. 5. 24. 06:26

말러 교향곡 제9번





Mahler Symphony No.9 in D major
말러 교향곡 제9번

Gustav Mahler (1860-1911)

1. Andante comodo,    2. Im Tempo eines gemächlichen Ländlers. Etwas täppisch und sehr derb,   
3
. Rondo-Burlesque. Allegro assai. Sehr trotzig,    4. Adagio. Sehr langsam und noch zurückhaltend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Kai Vogler, violon solo
Hartmut Haenchen, direction





이 곡은 1909년-1910년에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으로 말러가 전통적인 작곡방식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음향 시도들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각 악기의 뒤섞이는 음향들이 악마의 소리를 연상케 하며, 말러 스스로가 마치 죽음을 예감한 것처럼 느껴진다.


죽음이 드리운 교향곡
‘9번’말러의 〈교향곡 9번〉은 죽음에 대한 예감을 통렬하게 담아내고 있다. 심각한 심장병으로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던 그는, 베토벤이나 브루크너, 드보르작 등이 9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뒤 사망했다는 사실에 미신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불길함을 피하기 위해 9번째 교향곡에 〈교향곡 9번〉이라는 제목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던 그는, 다음 작품인 〈교향곡 9번〉의 자필 악보 곳곳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암시하는 글귀를 남겼다. 죽음을 체념한 듯 받아들이는 1주제와 이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2주제를 대비시키고 있는 1악장에서는 “오! 젊음이여! 사라졌구나! 오 사랑이여! 가버렸구나!”라는 글귀와 “안녕! 안녕!”이라는 체념어린 글귀가 적혀있다. 2악장과 3악장에서는 삶을 비웃는 듯한 악마적인 음악이 펼쳐지고, 4악장은 죽음의 장면을 그리듯 장엄한 음악으로 시작해 사라지듯 마무리된다.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둘러싼 불길한 예감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1910년 완성되었고, 그의 예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작품이 초연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교향곡 9번〉은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소나타형식이나 조성체계를 벗어난 혁신적인 기법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작인 〈대지의 노래〉의 영향을 보여주는 동양풍의 선율이 사용되었고, 황량할 만큼 텅 빈 텍스처와 꽉 찬 텍스처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독특한 음향의 실험이 과감하게 시도되고 있다. 말하자면, 〈교향곡 9번〉은 전통적인 교향곡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음향의 시대를 여는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악기편성
오케스트라(피콜로, 플루트 4, 오보에 3, 잉글리시호른, E♭조 클라리넷, 클라리넷 3, 베이스클라리넷, 바순 3, 콘트라바순,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글로켄슈필, 트라이앵글, 심벌즈, 탐탐,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 낮게 조율된 종 3, 하프 2, 현5부)




Mahler Symphony No.9 in D major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1. Andante comodo,      
1악장은 아도르노가 ‘신음악에 의한 소나타 형식의 액체화’라고 표현할 만큼, 말러가 시도한 가장 독창적인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텅 빈 텍스처의 동양풍의 선율로 악장이 시작되면, 주요 모티브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듯 차례로 제시된다. 이어지는 제1주제는 평화를 갈망하는 듯한 칸타빌레 선율이지만, 말러 특유의 긴 호흡을 보여주기보다는 쉼표로 짧게 분절된 진행을 보여준다. 투명한 관현악의 진행 속에서 호른과 클라리넷이 독특한 대위법을 전개한다. 1주제와는 대조적으로 2주제는 긴 호흡의 단조선율로 제시된다. 깊고 어두운 정열을 담고 있는 2주제는 팀파니, 트롬본, 더블베이스가 연주하는 육중한 화음과 함께 제시됨으로써 더욱 1주제와 대비를 이룬다. 뒤이어 트럼펫이 〈교향곡 6번〉의 ‘비극’ 모토를 연주하고 1주제와 2주제가 반복된 뒤, 위풍당당한 듯 하면서도 어딘지 불안감을 품은 종결주제가 제시된다.
1악장은 이중발전부로 전개되는데, 첫 번째 발전부는 호른의 팡파르로 시작된다. 뒤이어 약음기를 낀 트롬본과 튜바의 음산한 지속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하프가 주요모티브들을 파편처럼 제시하면서 도입부의 점묘화 같은 느낌을 반복한다. 뒤이어 약음기를 낀 첼로가 따뜻한 느낌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안식을 얻는 듯 보이지만, 곧 트럼펫이 끼어들면서 평화를 깨어버리고, ‘분노하여’라고 지시된 부분에서 마침내 기괴한 불협화음들로 고뇌에 찬 비명을 내지른다. 이어지는 두 번째 발전부 역시 트롬본의 팡파르로 시작된다. 약음기를 낀 트롬본이 연주하는 선율은 ‘비극’ 모토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어지는 호른과 목관의 ‘영원’ 모티브와 대조를 이룬다. 두 대의 바이올린 독주가 달콤하고 서정적인 왈츠를 연주하지만, 이 감미로움도 길게 유지되지 못하고 곧 소용돌이치는 운명처럼 혼란스러운 음악으로 이어진다. 트롬본과 탐탐이 흉폭한 붕괴의 순간을 강조하고, ‘무거운 장례식처럼’이라고 지시된 부분으로 접어든다. 팀파니의 침울한 울림 속에 목관의 탄식하는 듯한 음향과 트럼펫의 장송 팡파르가 울려 퍼지면서 재현부로 접어든다. 말러의 다른 후기 작품들에서처럼 압축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재현부에서는 중심 모티브들을 순식간에 재현한 뒤 ‘신비롭게’라고 지시된 부분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말러는 선적인 대위법과 실내악적 관현악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플루트의 긴 독주에 이어 바이올린 독주와 호른 독주가 차례로 등장하고, 저음부 현이 숨 가쁜 움직임을 이어간다. 코다에서는 호른이 종결주제를 자장가풍으로 연주하고, 하프의 매혹적인 아르페지오와 함께 바순과 트롬본이 따뜻한 화음을 연주한다. 뒤이어 오보에가 ‘영원’ 모티브를 길게 반복하고, 피콜로의 고음과 현의 앙상한 피치카토로 마지막 으뜸음이 제시됨으로써, 투명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악장이 종결된다.

 

 

2. Im Tempo eines gemächlichen Ländlers. Etwas täppisch und sehr derb,
비올라와 바순이 유니즌으로 오스티나토를 연주하면서 악장이 시작된다. 유치한 느낌을 줄 만큼 통속적인 선율이 백파이프의 음향을 모방하는 동안, 바이올린이 랜틀러 선율을 연주한다. ‘서투르게’라는 지시어처럼 말러는 단순한 선율과 잦은 트릴을 사용함으로써 랜틀러 선율의 통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면서 왈츠가 전개된다. 현악성부가 왈츠 선율을 이끌다가 호른이 등장하여 〈소년의 마술 뿔피리〉중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성 안토니우스’에서 인용한 선율을 연주하면서 해학적인 느낌을 연출하면서 왈츠가 격렬해진다. 뒤이어 또 다른 분위기의 왈츠가 제시되는데, 3박자 리듬을 노골적으로 반복하는 반주 위에서 트롬본이 저속할 만큼 통속적인 선율을 연주하면서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제스처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느린 템포의 새로운 랜틀러는 마침내 평화롭고 한적함 느낌을 준다. 다시금 첫 번째 랜틀러가 반복되는데 처음의 활기를 잃어버리고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이별을 고하는 듯한 독주 선율을 연주한다. 다시 격렬한 왈츠의 소용돌이가 전개되고 현악기는 넓은 음역을 가로지르는 글리산도를 연주하면서 비명을 내지른다. 트라이앵글, 심벌즈, 글로켄슈필 등이 춤곡리듬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유랑악단의 천박한 춤곡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앙상하고 공허한 느낌의 랜틀러가 이어지는데, 말러는 클라리넷이 저음을, 바순이 고음을 연주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낯선 음향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피콜로와 콘트라바순이 유니즌으로 제시되면서 공허한 음향으로 악장이 마무리된다.

 

 

3. Rondo-Burlesque. Allegro assai. Sehr trotzig,    
신랄한 풍자를 보여주는 3악장은 격렬한 표현주의와 현학적인 푸가토, 대중적인 선율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전개를 제시한다. 트럼펫의 날카로운 외침으로 악장이 시작되면 현악성부가 교향곡 5번 2악장에서 가져온 오스티나토로 연주한다. 이어지는 첫 번째 트리오에서는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에서 선율을 인용하고 있으며, 두 번째 트리오에서는 교향곡 3번 1악장의 선율을 패러디한다. 목신인 판이 깨어나는 쾌활한 선율을 호른이 무겁게 연주한 뒤 트럼펫이 여리고 섬세한 에스프레시보 선율을 제시한다. 뒤이어 클라리넷의 악마의 비명 같은 단말마(death agony)를 내지르고, 하프의 몽환적인 글리산도, 매혹적인 비올라 독주, 푸가토 주제 등이 콜라주처럼 혼란스럽게 펼쳐진다. 이 신랄하고 기괴한 전개는 정교하고 현란한 대위법적 전개로 이어지면서 더없이 아름답고 숭고한 느낌을 연출한다. 트럼펫은 고귀한 느낌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천상의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광적으로 속도가 빨라지는 코다로 접어들면서 이 고귀한 음악은 왜곡되고 비틀어지고 악마의 향연 같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악장이 종결된다.

 

 

4. Adagio. Sehr langsam und noch zurückhaltend
피날레 악장에서는 이전에 제시한 혼돈과 비웃음의 인상을 순식간에 지워버리면서 겸허하고 숭고한 느낌을 연출한다. 옥타브로 도약하는 인상적인 선율로 악장이 시작된 뒤 현악성부가 칸타빌레의 주제선율을 연주한다. 꽉 찬 음향의 화음 속에서 짙은 호소력으로 연주되는 현의 울림이 숭고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2주제는, 최고음역의 바이올린과 최저음역의 콘트라바순, 첼로, 더블베이스의 진행이 2중주처럼 펼쳐진다. 말러는 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음역을 더없이 투명한 느낌으로 연출함으로써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숨겨진 긴장감을 연출한다. 뒤이어 하프가 〈대지의 노래〉 6악장에서 가져온 선율을 연주하고, 마침내 1주제가 숭고한 찬가처럼 울려 퍼진다. 뒤이어 첼로의 독주가 코다를 연주한다. ‘아주 느리게’로 지시된 템포와 피아니시모를 넘지 않는 극단적인 약음이 영원한 시간을 암시하고,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중 4곡에서 인용한 선율이 환영처럼 연주된다. 이 선율은 채 마무리되지 못한 채 피아니시시모의 긴 음으로 신비로운 여운을 남기며 악장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