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2번

jubila 2023. 5. 12. 06:13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2번





Chopin Piano Sonata No.2, B flat minor Op.35
(Funeral March)

쇼팽 / 피아노소나타 2번 내림나단조  "장송(葬送)"

Frdric Franois Chopin 1810∼1849
I. Grave. Doppio movimento,   II. Scherzo,   III. Marche funèbre: Lento,   IV. Finale. Presto. Sotto voce e legato

Vladimir Horowitz, piano




19세기 러시아의 대(大)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시타인은 쇼팽을 가리켜서 <피아노의 시인(詩人)> <피아노의 마음> <피아노의 영혼>이라고 찬탄했는데, 쇼팽만큼 피아노와 밀착된 생활을 했고, 피아노 음악의 작곡에 일생을 바친 작곡가는 없다. 쇼팽은 말하자면 피아노 속에서 태어났고, 피아노와 더불어 생활했으며, 피아노와 더불어 죽은 작곡가였다.


쇼팽이 그토록 사랑했던 피아노라는 악기는 이미 모차르트 시대부터 실용화 되었고, 베토벤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로써 피아노 음악의 토대를 구축했는데, 피아노의 악기로서의 음색이나 울림의 아름다움을 열심히 추구한 것은 쇼팽이 최초였다.

쇼팽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의 기록에 따르면, 그의 연주는 음량(音量)은 비록 풍부하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섬세하고 유연하며, 감미로와서 마치 진주알 같은 음색으로써 어떤 지난(至難)한 패시지도 아주 쉽게 연주해냈다고 한다. 또 뉘앙스가 풍부하고 그것이 끊임없이 미묘하게 변화하므로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최면술(催眠術)에 걸린 것처럼 황홀해졌다고 한다. 쇼팽은 이처럼 피아노라는 악기에서 그 때까지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이나 매력을 남김없이 뽑아냈던 것이다.

필립은 쇼팽의 연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누구도 건반 속에 숨겨져 있는 부(富)를 쇼팽처럼 계시(啓示)하지는 못했다. .... 그의 기술은 경탄할 만한 것이었고, 그의 음의 울림은 날씬하고 충족스러웠고, 푸짐하고 부드럽기가 대기(大氣)와도 같았다. 그의 표현은 품위있고 로맨틱했으며, 상냥하면서도 섬세했다.>

쇼팽 자신의 연주 특색을 비평한 이 말은 고스란히 그대로 그의 작품의 대부분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쇼팽의 친구였던 리스트는 그의 음악의 특징을 <매우 세련된 아름다움, 새로운 표현, 풍부하고 독창적인 화성(和聲)의 수법>이라는 말로써 표현하고 있는데, 과연 정곡(正鵠)을 찌른 말이다.

쇼팽은 베토벤과는 달라서 주제의 전개나 발전 따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토록 많은 분야의 작품에 손을 대면서도 치밀한 음의 설계나 전체적인 짜임새가 요구되는 소나타와 같은 작품은 불과 3곡 밖에 쓰지 않았다. 그것도 <제1번>은 18세 때의 습작이니까, 작품다운 작품은 이 <제2번-장송>과 <제3번>의 2곡 뿐이다.

이 <제2번>은 제 3악장에 유명한 <장송행진곡>이 들어 있기 때문에 널리 사랑 받고 있는데, 사실 베토벤 스타일의 <소나타>의 견지에서 본다면, 그다지 잘 갖춰진 작품이라 할 수는 없다. 슈만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이 작품을 소나타라고 부르려는 생각은 농담까지는 몰라도 심심풀이나 같다. 왜냐하면 쇼팽은 그의 개구쟁이 아이 넷을 한데 묶어서 소나타라는 이름을 빌어 붙였으니 말이다.>

분명히 이 <제2번>에는 슈만이 지적했듯이, 형식상으로 엉성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쇼팽의 독창성이나 서정성이 이 만큼 훌륭하게 나타난 작품은, 그의 전 작품 가운데서도 매우 드물다. 말하자면 <소나타>답지 않은 <소나타>의 걸작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작곡된 것은 쇼팽과 조르쥬 상드가 마조르카 섬에서의 불행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중부 프랑스의 노앙에 있는 상드의 집에서 난숙한 연애 생활을 보내던 1839년(29세) 여름이었다.
그 때 쇼팽은 친구 폰타나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지금 b♭단조의 소나타를 쓰고 있는데, 그 속에는 자네도 잘 아는 <장송행진곡>이 들어갈 예정이다......>고 쓰고 있다.
이처럼 이 유명한 <장송행진곡>은 러시아에 점령당한 불행한 조국 폴란드를 애도(哀悼)하는 뜻에서, 이미 2년 전에 작곡되어 있었던 것이다.




Chopin: Piano Sonata No.2 In B Flat Minor, Op.35 


Maurizio Pollini  Piano

 
I. Grave. Doppio movimento,
어둠침침한 느낌이 드는 4마디의 그라베로 시작된다. b♭단조, 2분의 2박자의 소나타 형식을 취한다. 소나타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자유로운 형식으로 씌어 있다. 제 1주제는 재현부의 서두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코다에 이르러서 나타난다는 변칙적인 것이다.

 

 

II. Scherzo, 
스케르쪼, e♭단조, 4분의 3박자. 3부 형식으로 씌어 있다. 매우 우울한 느낌의 스케르쪼이지만, 트리오 부분은 아주 감미롭고 우아하다.

 

 

III. Marche funèbre: Lento, 
<장송행진곡>인데 조성(調性)을 제 1악장과 마찬가지 b♭단조, 4분의 4박자. 3부 형식으로 되어 있다. 무거운 리듬과 쓸쓸하고 어두운 선율은 마지막 길에 어울리는 것이지만, 트리오에 들어가면 천사의 노래소리 같은 선율이 흐른다. 이 명암(明暗)의 대비는 아주 멋지다.

 

 

IV. Finale. Presto. Sotto voce e legato
쇼팽 자신이 <왼손과 오른손이 유니즌으로 마구 지껄인다>고 말했듯이, 3연음부(三連音符)가 연속으로, 그것도 프레스토로 연주되는 기묘한 느낌의 음악이다. 앞곡인 <장송행진곡>의 뒤를 이어 이처럼 모호한 가락이 나옴으로써 묘한 효과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