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관현악] 베토벤 / 첼로 소나타 제5번

jubila 2023. 7. 6. 05:11

 베토벤 / 첼로 소나타 제5번




Beethoven Cello Sonata No.5 in D major, Op.102-2
베토벤 : 첼로소나타 5번 라장조 작품 102-2

Ludwig van Beethoven(1770~1827)
I. Allegro con brio,     II. Adagio con molto sentimento d’affetto,     III. Allegro fugato

Sol Gabetta   Violoncello,      Nelson Goerner  Piano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5번〉은 1815년에 완성한 두 편의 첼로 소나타 Op.102 중 두 번째 소나타이자 마지막 첼로 소나타이다. 〈첼로 소나타 5번〉은 〈첼로 소나타 4번〉과 함께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안나 마리아 에르되디 백작 부인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의 여인이자 후원자 안나 마리아 에르되디(1779~1837)

빈에서 베토벤의 자취를 찾다보면 도나우 건너편의 플로리드스도르프에서 에르되디 백작가 저택을 발견하게 된다. 베토벤은 에르되디 백작가의 안나 마리아 에르되디 백작부인과 친분이 있었고, 1815년에서 1816년에는 이 저택을 자주 방문하며 며칠씩 체류하기도 했다. 베토벤은 에르되디 백작 저택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갖기도 했고, 어떤 때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기록에 의하면 안나 마리아 에르되디 백작부인은 높은 음악성을 지녔고 빈의 귀족들에게 베토벤을 후원할 것을 권면했다고 한다. 덕분에 베토벤은 빈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겨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백작 부인을 ‘내 영혼의 고해신부’라고 칭하며 〈피아노 트리오〉 Op.70과 〈첼로 소나타〉 Op.102를 헌정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에르되디 백작 부인은 베토벤의 여인 중 한 사람으로 오르내리기도 하는데, 오늘날 에르되디 백작가의 저택에는 베토벤과 안나 마리아 에르되디 백작부인의 인연을 기념하는 명판이 부착돼 있다.


푸가 형식을 도입한 마지막 첼로 소나타

〈첼로 소나타 4번〉 Op.102-1에서 환상곡과 소나타 형식이 결합된 형태의 자유로운 구성을 취한 베토벤은 〈첼로 소나타 5번〉 Op.102-2에서는 마지막 악장에 푸가를 도입해 창작 후기에서 발견되는 바흐에 대한 존경심과 전통적인 음악 재료에서의 확장을 보여주었다.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의해 잘 다져진 고전주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구 양식에 관해서도 완벽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 그가 본에서 만난 첫 번째 스승인 고틀로프 네페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교과서처럼 암기하도록 가르쳤고, 이때부터 베토벤은 바흐의 푸가 기법을 자신의 음악 속에 다채롭게 응용할 수 있는 구사력을 훈련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 구사력이 가장 빛을 발한 시기는 베토벤의 후기였다. 베토벤은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푸가 기법을 사용한 걸작들을 집중적으로 쏟아놓게 되는데, 특히 현악 4중주를 위한 마지막 악장으로 작곡했다가 너무 난해해서 따로 분리했다는 〈대푸가〉를 비롯해서 〈장엄미사〉의 ‘글로리아’와 ‘크레도’, 그리고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악장들이 바로 그런 증거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고도의 연주력을 필요로 하는 베토벤의 푸가 부분을 가리켜, 어떤 이들은 그가 청력을 상실하면서 실제적인 음향 대신 개념적인 음향에 집착한 결과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연주됐을 때 엄청난 힘을 내뿜는 베토벤의 푸가는 허공에 떠도는 상상의 소리가 아닌, 오랫동안 자기 안에 삭혀온 바흐라는 존재에 대한 오마주처럼 들린다.



Beethoven Cello Sonata No.5 in D major, Op.102-2
Cello: Gautier Capuçon Piano: Frank Braley

 

I. Allegro con brio,     
도입부에 등장하는 피아노의 모티브는 곧 첼로의 선율로 이어지고 첼로와 피아노가 모티브를 주고 받으면서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II. Adagio con molto sentimento d’affetto,     
1악장과 대조적으로 느리고 감상적인 분위기이다. 첼로의 선율은 한결 독립적이고 첼로의 서정성을 느낄 수 있는 악상으로 가득하다.

 

 

III. Allegro - Allegro fugato
2악장이 첼로와 피아노가 동시에 연주하는 호모포닉적인 짜임새로 흐르는데 반해서, 3악장에서는 두 악기가 펼치는 아름다운 푸가의 이중주를 들을 수 있다. 푸가의 모티브는 주로 첼로에 의해 주도적으로 도입되고 이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