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동요] 오빠생각 - 박태준 곡, 최순애 시

jubila 2023. 9. 8. 01:57

오빠생각 - 박태준 곡, 최순애 시













오빠생각
박태준 곡, 최순애 시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최순애의 고향인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의 '오빠 생각 골목 벽화' 모습







이선희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소프라노 이민정

 

 





생전의 최순애, 이원수 선생님 부부 모습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고 애창되는 홍난파 작곡의  동요 "고향의 봄"과 박태준 작곡의  동요 "오빠 생각"의 가사는 모두 어린이들이 지은 동시라는 것과 이 동시를 지은 두 어린이가 나중에 부부가 되어 평생을 해로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이제 '고향의 봄'을 지은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님(1911~1981년)과 '오빠 생각'을 지은 최순애 선생님(1914~1998년)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1925년 11월, 12살 수원 소녀 최순애는 '오빠 생각'으로 방정환 선생이 발행하던 잡지 '어린이 동시'에서 입선자가 되었고 다음 해 4월, 14세 마산 소년 이원수가 '고향의 봄'으로 입상자가 된다. 그런데 이원수의 시를 보고 크게 감동받은 12살 소녀 최순애가 편지를 띄우게 됨으로써 마산 소년 이원수와 수원 소녀 최순애는 펜팔 친구가 되었고 나중에는 서로 얼굴도 모른 체 결혼까지 약속하였다. 그리고 7년간의 펜팔 끝에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이원수 선생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이원수 선생이 독서회를 통하여 불온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구속되어 1년간 감옥에 있었던 것이다. 최순애 선생 집에서는 이를 못마땅이 여겨 다른 혼처를 알아보지만 최순애 선생은 완강히 거절했고, 1년 후 이원수 선생이 감옥에서 풀려나 최순애 선생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1936년 6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3남 3녀를 두었으며 행복하게 잘 살았다. 이것이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 작사자 간 만남의 순애보이다.

한편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에'로 시작되는 이은상의 시 '동무생각'에 곡조를 붙이는 등 유명한 작곡가 고 박태준(1900~1986년) 선생은 1930년에 '오빠 생각'에 곡을 붙여 동요를 만들었는데 시를 지은 최순애 선생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나중에 이원수 선생의 아내가 되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최순애 선생이 살아생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를 쓰기 시작한 동기를 밝혔는데 이것이 이 노래에 대한 중요한 부분이다.

"그 당시 나에게는 오빠 한 분이 계셨다. 딸만 다섯에 아들 하나뿐인 오빠는 우리 집에서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오빠는 동경으로 유학 갔다가 관동대지진 직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사건을 피해 가까스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일본 순사들이 늘 요시찰 인물로 보고 따라다녔다. 오빠는 고향 수원에서 소년운동을 하다가 서울로 옮겨 방정환 선생 밑에서 독립운동을 하였다.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밖에 오질 못했다. 오빠가 집에 올 때는 늘 선물을 사 왔는데 한 번은 "다음에 올 땐 우리 순애 고운 댕기 사 올게"라고 말하고 서울로 떠났다. 오빠는 뜸북새, 뻐꾹새 등 여름 새가 울 때 떠나서 기러기, 귀뚜라미가 우는 겨울이 와도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 간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다."


과수원 집 딸인 그녀는 오빠를 과수원 밭 둑에서 서울 하늘을 보며 그리며 울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쓴 시(詩) 노래가 바로 오빠 생각이다. 고향의 봄, 오빠 생각 이 두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이 노래가 12살 소녀와 14살 소년의 '시(詩)' 만남과 이런 사연으로 쓰여졌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하다. 이 노래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추억되어 간직되며, 끊임없는 사랑과 엷은 미소 한자락으로 긴 여운과 함께 남을 시가 될 것이다. 


                                 

                            오빠 생각 작사자 최순애(1914~1998), 최영주(1904~1945) 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