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Beethoven Piano Sonata No.32 in C minor, Op.111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다단조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1. Maestoso – 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2. Arietta – 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Evgeny Kissin, Pianist |
1822년에 출판된 〈피아노 소나타 32번〉에서는 두 개의 악장이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 1악장에서는 대위법적인 기법을 사용하였으나, 2악장에서는 변주되는 선율을 통해 초기 낭만주의 느낌을 나타낸다 |
상황적 한계를 작품으로 극복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Op.111이 출판된 1822년은 베토벤에 있어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당시 그는 조카 칼의 양육 문제와 관련하여 법정 분쟁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내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칼의 아버지는 자신이 임종이 가까워오자, 성미 급하고 무심하며 외골수인데다 심한 청각 장애를 가진 천재 작곡가인 자신의 형에게 아들의 양육을 맡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베토벤은 아이를 돌본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닥친 일을 극복해 나가고자 노력했다. 전작인 두 개의 소나타 〈Op. 101〉과 〈Op. 106〉 ‘함머클라비어’와 더불어, 마지막 세 개의 소나타인 〈Op. 109〉, 〈Op. 110〉, 〈Op. 111〉은 피아노 소나타 역사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이 마지막 다섯 개의 소나타들은 이전까지 베토벤이 작곡했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서, 음악적으로나 기교적으로 극단적인 난해함을 담고 있다. 청력과 체력의 고갈을 통해 베토벤은 무대에 서는 것을 자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직 자신의 세계에서만 비롯할 수 있는 상상력으로 현실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했고, 악기와 표현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초월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
Beethoven Sonata No. 32 in C Minor, Op. 111 Glenn Gould Piano |
1. Maestoso – 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
C단조 소나타의 1악장 마에스토소의 느린 도입부는 초기작인 ‘비창’ 소나타에 비견할 만하지만, 주제만큼은 명백한 푸가 주제로서 대위법적 발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첫 번째 주제와 이어지는 몇몇 중요한 요소들은 고전주의 스타일의 화성 가운데 가장 고도의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감7도로 구성되어 있다. 2악장의 신비로운 빛은 초월을 향한 베토벤의 의지력을 보여준다. 베토벤의 c단조에서도 감7도가 먼저 제시되고, 이 작품의 가장 독창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감7도의 진행을 유지하였다는 것에 있다. A♭장조로 된 사색적인 분위기의 2주제는 폭풍과도 같은 격정적인 1악장에서 단지 에피소드로만 지나갈 뿐이다. 짧은 코다는 비르투오소적인 패턴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하다가 사라지다가 다음에 이어지는 아리에타 악장을 준비하는 듯 피아니시모로 끝을 맺는다. |
2. Arietta – 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
베토벤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로서 초기 낭만주의의 향기를 머금고 있는 푸가와 자신의 작곡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변주 형식을 후기 피아노 소나타 양식에 적극 도입하여 독창적인 방식으로 변형시켜나갔다. 2악장 아리에타는 C장조의 주제와 장대한 다섯 개의 변주로 구성된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1944개에 달하는 32분 음표의 연속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트릴은 베토벤이 작곡한 당시로서는 연주가 불가능한 작품으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그 어려운 테크닉과 천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야만 하는 난해함으로 해석가들의 머리를 끊임없이 아프게 하고 있다. 특히 이 변주 악장에서 논리적 정연함과 유연한 멜로디, 광채로 쌓여있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L'istesso tempo(똑같은 템포)로 표현되는 모습은 존경스러움을 뛰어넘어 일면 무서울 정도의 요소가 엿보일 정도로 집요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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