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교향곡]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4번

jubila 2023. 3. 1. 08:06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4번





Shostakovich Symphony No.4 in C minor, op.43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4번 다단조,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1, Allegretto, poco moderato,     2, Moderato, con moto,     3, Largo - Allegro

Director: Valery Gergiev
THE MARIINSKY ORCHESTRA AND CHORUS



쇼스타코비치의 이 작품은 매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것은 그가 당국의 공적 ‘지시 사항’의 제압이 없었다면 어떠한 음악가로 발전했을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작품을 쓰던 시기에 스탈린이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하는 유명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오페라는 『프라브다』의 사설에서 혹독한 비평을 받았다. 결론은 명확했다. 어느 작곡가도 더 이상 모험을 감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쇼스타코비치는 곡의 기법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고, 결국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이 초연하기로 되어 있던 계획도 취소되고 말았다. 1946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 작품이 발간되었다. 재작업된 작품은 1961년 12월 30일이 되어서야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고 당시 키릴 콘드라신이 지휘를 맡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이 자신의 다른 최근작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며 수정하기를 거부하였고, 많은 음악가와 평론가들이 그의 주장에 동의하였다. 이 곡이 다시 부활하기까지는 콘드라신의 공이 컸다. 음반에 있어서 그의 녹음 기록을 최상급으로 꼽는 것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아쉽게도 현재 구입이 불가능한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 음반은 가히 불교적이라 할 수 있는 인내와 초현실주의적 음악을 펼친다. 비록 콘드라신의 연주는 이러한 면모를 배제하지만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콘드라신이 이 곡의 비밀 장소들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악장 모두 세계를 포용하려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가 보여 주는 그 세계란! 이것이 과연 쇼스타코비치일까 아니면 마지막 악장의 코다를 기웃거리는 숙청의 시초를 암시하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4번은 듣는 이를 가차 없는 혼란의 세계로 인도한다.
 


고전적인 4악장 형식을 취한 1번과 달리 여기서는 3악장 형식을 택했는데, 각각 연주 시간이 20분을 넘기는 대규모 구성인 1악장과 3악장은 여러 섹션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중간에 끼인 2악장은 러시아 전통음악의 어법을 반영하면서도 대선배인 말러의 강한 영향력을 처음으로 반영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한 대목.
 

관현악 편성은 이 때까지 작곡된 모든 쇼스타코비치의 관현악 작품들 중 가장 큰 스펙인데, 물론 7번도 만만찮지만 이 곡도 정규 관현악단 인원만으로 연주하는데 다소 무리가 따를 정도다;

피콜로 2/플루트 4/오보에 4(4번 주자는 코랑글레를 겸함)/피콜로클라리넷/클라리넷 4/베이스클라리넷/바순 3/콘트라바순/호른 8/트럼펫 4/트롬본 3/튜바 2/팀파니 2/베이스드럼/스네어드럼/심벌즈(서스펜디드 심벌도 별도 필요)/탐탐/트라이앵글/캐스터네츠/우드블록/실로폰/글로켄슈필/첼레스타/하프 2/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플루트족과 클라리넷족을 여섯 대씩 쓰는 변칙 4관편성인데, 현악 파트의 경우 인원 지정도 되어 있다. 최소 16-14-12-12-10, 최대 20-18-16-16-14인데, 최소 편성으로 맞춘다고 해도 관악기들이 원체 비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터라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은 편이다.



Shostakovich: Symphony No. 4

Portland Youth Philhamonic
David Hattner, conductor and Music Director

 

1, Allegretto, poco moderato,     
1악장은 첫머리부터 피콜로와 플루트, 실로폰, 서스펜디드 심벌 등의 고음 악기들이 날카롭게 부르짖으면서 강렬하게 시작하는데, 곧 팀파니와 베이스드럼이 꽝 때리면서 매우 거친 행진곡 무드로 바뀐다. 트럼펫 주도로 나오는 첫 번째 주제 선율은 모든 음표에 악센트 기호(>)가 붙어있을 정도로 하이텐션을 유지하는데, 일단 크게 부풀고 나면 서서히 음량이 잦아들면서 현악기에 의해 비교적 우아한 곡선을 유지하는 두 번째 주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고전적인가 싶지만, 두 주제를 섞는 발전부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짧기는 해도, 자극적인 불협화음이나 피콜로클라리넷 등 고음 목관악기들의 신랄한 갑툭튀, 갑작스럽게 울리는 시끄러운 관현악 전합주 등이 굉장히 강한 대비 효과를 주고 있다.
 
일단 두 주제를 내놓고 주무르는 첫 섹션이 마무리되면 다시 새로운 형태의 주제가 관악기 주제로 나오는데, 모든 음에 악센트가 붙어있는 것은 첫 주제와 비슷하지만 훨씬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다. 물론 이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고 또 한 차례 거친 클라이맥스를 만들고 잦아드는데, 이후 목관악기 위주로 첫 번째 주제를 다소 냉소적으로 비틀어 연주하는 이행부가 나오며 계속 새로운 분위기로 이어진다.
 
관악기의 신랄한 연주가 끝나면 미칠듯하게 빠른 스피드로 푸가토(작은 푸가)가 시작되는데, 한참 동안 현악기들만의 속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의 히스테릭한 느낌까지 받게 된다. 간간이 심벌즈가 강세를 더하고, 후반부에는 금관악기와 타악기, 목관악기까지 차례대로 더해지면서 이 교향곡에서 가장 폭력적인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푸가토를 혼란스럽게 연출하며 강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기법은 2번과 3번에서도 쓴 바 있지만, 여기서 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기 때문에 중요한 대목.
 
이 진짜 클라이맥스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가볍고 신랄한 이행부가 나오고, 불협화음이 점차 자극적이고 강하게 몇 번을 반복한 뒤 악장 맨 첫머리 부분이 재현된다. 하지만 기존 소나타 형식의 충실한 재현부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데, 오히려 이전까지 나온 주요 주제들이 파편화되거나 애매모호하게 늘어져 나오는 등 형식 파괴를 꾀하고 있다.

 

 

2, Moderato, con moto,     
 2악장은 양대 악장과 달리 무척 간소한 구성이지만, 1악장에 나왔던 단편적인 선율을 가지고 첫 번째 주제를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긴밀한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말러의 스케르초 악장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갑작스레 타악기에 중단되는 가짜 클라이맥스를 비롯해 짤막한 대목임에도 굴곡이 꽤 심한 편. 후반부에 깔짝대는 소리를 연출하기 위해 캐스터네츠와 우드블록, 스네어드럼을 매칭한 것도 꽤 개성적인 조합으로 여겨진다.

 

 

3, Largo - Allegro
3악장은 느린 서주가 붙은 빠른 악장 식으로 구성되는데, 첫 부분은 다소 우중충한 장송 행진곡풍 대목이다. 바순이 말러 스타일을 약간 비튼 듯한 우울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첫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하는데, 다른 악기로 옮겨가며 자유롭게 변주시킨 뒤 관현악 전체가 연주하면서 크게 곡선을 그리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행진곡풍 대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면서 박자도 3/4박자로 바뀐다. 하지만 이 박자가 그대로 고정되지는 않고, 곳곳에서 여러 형태로 변박이 되거나 당김음 등으로 밀고 당기면서 굉장히 변덕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의 발레 풍의 느낌까지 줄 정도인데, 한참 동안을 이렇게 진행하고 사그라드는 듯 하다가 팀파니 두 대가 주고받거니 하면서 점점 크게 치는 가운데 금관 주도로 갑자기 장대한 코랄[1]이 연주된다.
 이 부분 부터를 대략 대단원으로 보는데, 코랄이라고는 해도 바흐 스타일의 코랄은 절대 아니고 불협화음이 섞여 꽤 아이러니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 부분이 선행 주제들과 섞여 몇 차례 강렬하게 반복되고 나면 다시 음량이 잦아들고, 첼레스타와 약음기 끼운 트럼펫 등이 띄엄띄엄 불길한 느낌의 단편적인 악상을 연주하면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