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
Sarasate, Zigeunerweisen Op20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 Pablo de Sarasate (1844-1908) |
James Last And His Orchestra 파블로 데 사라사테(1844~1908) |
사라사테가 1878년에 작곡한 〈찌고이네르바이젠〉은 독일어로 ‘집시의 노래’라는 뜻으로, 스페인 집시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선율을 토대로 만든 사라사테의 대표작이다. 사라사테가 작곡한 대부분의 음악이 그렇듯 이 곡 역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다. |
바이올린이란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고이네르바이젠"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인상적인 도입부와 애잔한 분위기, 빠르고 긴박감 넘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 곡은 바이올린의 서정적 특성과 불꽃 튀는 기교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바이올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곡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을 작곡한 이는 매우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의 작곡자 파블로 사라사테는 파가니니 이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신동이기도 했던 그는 5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8세 때 이미 공개 연주회를 열어 갈채를 받았다. 어린 시절에는 조국인 스페인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다가 12세 때부터 파리로 유학해 달콤한 음색을 특징으로 하는 프랑스 바이올린 악파의 특성을 흡수하여 더욱 뛰어난 음악가로 성장해갔다. 파가니니 이후 최고의 기교파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의 연주법은 매우 화려하고 기교가 뛰어날 뿐 아니라 우아함까지 갖추고 있어서 연주회 때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사라사테가 32세 때 음악의 도시 빈에 데뷔했을 때 청중들은 그의 독특하고 화려한 연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선 엄격하고 절제된 독일 바이올린 악파의 연주법이 유행하고 있었기에 사라사테의 화려한 연주는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브람스의 친구로도 유명한 요제프 요아힘 풍의 진중한 연주 스타일을 숭배했던 몇몇 음악 애호가들은 사라사테의 연주 스타일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들은 사라사테가 베를린에서 선보인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연주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중들은 사라사테의 멋진 연주에 매혹됐고 사라사테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연주회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사라사테는 이탈리아의 명품 악기인 스트라디바리를 즐겨 연주했는데, 그 악기는 그가 10세 때 스페인 여왕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사라사테가 바이올린을 기가 막히게 연주하는 것에 깊이 감동한 여왕이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전해진다. 파가니니가 굵고 풍부한 음색을 지닌 과르네리를 즐겨 연주했던 것과는 달리 사라사테는 스트라디바리를 더 좋아했다. 아마도 우아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사라사테의 연주가 스트라디바리의 찬란한 음색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리라. 당대의 작곡가들은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으로 찬란한 기교를 뽐내던 사라사테의 연주에 깊은 영감을 받아 사라사테를 위해 많은 바이올린 곡을 작곡했다. 그중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과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롸 바이올린 협주곡 B단조는 매우 유명하다. 사라사테 자신도 <카르멘 환상곡>과 <서주와 타란텔라>, <나바라> 등 바이올린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바이올린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아마도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에 비해 손이 좀 작았던 그는 자신이 잘 구사할 수 있는 테크닉을 위주로 작곡한 화려한 바이올린 소품들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시풍의 이국적인 선율과 화려한 기교의 폭발 사라사테가 남긴 많은 바이올린 작품들 중에서도 1878년에 작곡된 <지고이네르바이젠>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집시의 노래’라는 뜻의 이 곡은 집시풍의 느낌을 전해주는 이국적인 선율이 매력이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은 헝가리 춤 차르다시(csárdás)의 리듬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곡인 만큼 전형적인 차르다시의 형식에 따라 느린 도입부인 라수(lassu)와 빠른 프리수(frissu)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처음엔 느리고 애수 띤 선율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에는 강한 리듬을 바탕으로 빠른 춤곡이 전개되면서 바이올린의 관능적 선율과 화려한 기교가 펼쳐진다. 템포 변화에 따라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모두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보통 빠르기의 모데라토가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인상적인 도입부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아마도 <지고이네르바이젠>의 도입부는 클래식 사상 가장 멋지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음악일 것이다. 아찔하게 솟아오르는 바이올린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짧은 도입부에 이어 템포는 매우 렌토(Lento, 느리게)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집시의 노래가 전개된다. 이 부분에선 특히 갖가지 장식음이 많이 나와 애절한 선율미가 더욱 강조된다. 여기서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복잡하게 얽힌 장식음을 얼마나 맛깔스럽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운 포코 피우 렌토(Un poco piu lento, 좀 더 느리게)에서 템포가 조금 더 느려지면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이 몽상적이면서도 슬픈 선율을 연주하면서 느린 전반부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이윽고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Allegro molto vivace, 빠르고 매우 생기 있게)에서 템포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독주 바이올린의 기교는 절정에 달한다. 이 부분에서 바이올리니스트는 매우 빠른 템포로 활을 튀어 오르게 하며 화려함을 강조하고 왼손으로 줄을 퉁기는 고난도 기교를 선보이며 듣는 이들을 압도한다. 1878년, <지고이네르바이젠>이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된 이후 이 곡은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사랑을 받아 왔다. 사라사테 자신도 이 곡을 즐겨 연주해 작곡가 자신에 의한 1904년 녹음도 남아 있다. 그러나 당대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육자로 유명한 카를 플레시는 이 곡을 가리켜 “장밋빛 뺨을 한 시골처녀”라 칭하며 세련미와 독창성이 떨어지는 촌스런 음악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곡에 나타난 집시음악 풍의 노골적인 표현에 거부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이 작품이 바이올린의 개성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
Sarasate, Zigeunerweisen op. 20 |
Sarah Chang & Placido Domingo |
Rusanda Panfili - Violin, Donka Angatscheva - Piano |
Elly Suh, violin, Dongmin Kim, conduct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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