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jubila 2023. 11. 10. 04:35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Beethoven Sonata No.16 in G major for Piano, Op.31-1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사장조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 Allegro vivace,     2. Adagio grazioso,     3. Rondo: Allegretto

Valentina Lisitsa  Piano












그의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중 중기의 초기에 속하는 Op.31번의 3작품이 있다. 모두 1801부터 1804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피아노 소나타들 중에서 ≪비창≫과 ≪월광≫과 함께 17번 ≪템페스트≫가 가장 인기가 있고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세 곡 중 18번은 유일한 4악장의 대곡이며 기교면에서도 쉽지 않은 작품이다.
Beethoven Piano Sonata #16 in G major, Op.31 No.1은 3개의 소나타로 구성된 Op.31 중에서 16번은 첫번째 소나타이다.


Beethoven Piano Sonata 중에는 17번인 두번째 소나타가 굉장히 유명한 탓에 이 16번은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고 자주 연주되지도 않는다.
작품 31의 3곡은 한스 게오르그 내겔리 Hans Georg Naegeli 출판사에서 1803년에 먼저 사장조와 라단조를 출판하고, 내림마장조는 후에 비창과 함께 출판하였으나 처음의 두 곡은 후에 짐록사에서 따로 출판하였는데 이유는, 내겔리사에서 1악장의 끝부분 4마디를 임의로 수정했기 때문이었다. 3곡모두가 함께 출판된 것은 1805년이다.
베토벤은 이 곡을 내놓을 무렵 친구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클룸홀쯔(Wenzel Krumholz)에게 "나는 지금까지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한다. 앞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제자인 체르니가 전했는데, 이 진술이 이 3곡의 소나타들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어쨌든 이 후에 등장한 발트슈타인이나 열정 등의 소나타를 보면 베토벤이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전 소나타들이 피아노에 대한 봉사라면 이 제16번 소나타부터는 피아노를 베토벤이 자신의 마음대로 구사한 자기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3곡은 누구에게도 헌정되지 않았다.

중기의 시작이라 볼수 있는 이 작품이 쓰여진 1802년은.. 하일리겐시타트의 유서를 통하여..
베에토벤의 생애에 커다란 위기를 가져온 해이기도 하다. 베에토벤과 같이.. 창조의 임무를 스스로 부여하는 인간에겐.. 절망에 오래 빠져 있을 수 없었나 보다.. 여기저기서 밝음의 빛이 넘쳐 흐르는 이 작품은 작품 31의 2번째 소나타.. 템페스트와 더우기 특별한 승리의 소산이다..



Beethoven 
Sonata No.16 in G major for Piano, Op.31-1

Daniel Barenboim plays


 

1. Allegro vivace,
1악장 전체가 상당히 생기 발랄하고.. 탄력이 넘쳐 흐른다.. 그러나.. 이 곡이 시작되는 처음..
1주제에서 엿보이는 쾌활함은 웬지 조심스럽게만 느껴진다.. 기쁨은 마구 밀려오는데... 한편으론 무언가 주저함이 있는 듯..... 작품 31에는 세곡의 소나타가 있는데... 그 중 이곡과 두번째 소나타.. 템페스트가 1801년에서 1802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베에토벤의 스케치첩에 의한다면 d단조 템페스트가 앞서 작곡 되었고.. 그 다음에 쓴 것이 이곡이라 한다.. 이곡을 다루면서 알게 된 위의 사실에..
한가지 의문이 내 구미를 당긴다. 템페스트의 음울함과.. 이곡 16번 소나타의 상쾌한 활력...
같은 시기에 작곡된 이 두곡이 어찌하여 상반된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 새로운 생명력을 되찾으면서 쓰여진 템페스트는 왜 그리도 어둠에 휩싸여 있는지.. 서서히 고조되다가..2주제에 가서야... 그 명랑함이 밝게 채색된다.. 그제서야 평화로운 마음 안에서 기쁨이 빛나는 듯하다.. 어찌.. 어두운 요소가 없을 수 있겠는가..?
비록 승리의 기쁨이 있다 할지라도 그 앞에 가로놓여져 있었
던 혹독한 장애를 생각한다면 템페스트 1악장에서의.. 처절하도록 날아오르려는 절박한 몸부림을 가슴 저리며 듣지 않을 수 없다... 듣는 이의 넋을 강렬한 슬픔으로 뒤흔들어 놓은 후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뜨거운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d단조 소나타 또한 그의 내면적인 투쟁에서 눈물겹게  탄생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내가 지금 이야기 하는 곡은..
아.전혀 방향이 다르구나..

그러나 CD는 마냥 돌아가고.. 16번의 3악장이 끝난 후에 들려오는 이 환상적인 노래에...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빨려 들어간다... 다시 16번 소나타를 듣기 시작한다.. 사장조의 조성...
점음표.. 싱코페이선등.. 이런 요소들이 이 곡을 더우기 밝게 들려주는게 아닌지... 이제.. 전개부... 점 화음과
1주제의 동기를 통하여.. 원기왕성하게 고조시켜 나간다.. 이 곡에서 나는.. 새롭
게 다져지는 생명력을 느낀다... 그런 이유때문 일까...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에 들으면... 그 느낌이 더욱 강하게 스며든다..
어쩌면.. 절망의 끝 자락에서 벗어난 베에토벤이.. 더욱 깊어지는 자각과 의지의 힘을 부여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무거운 느낌의 노래는 아니지만... 스스로 고난을 극복한 후 피어난 눈물겨운 꽃이라.. 참으로 엄숙하게 다가온다...

 

 

2. Adagio grazioso,
피치카토 풍의 반주.. 트릴과 갖가지 꾸밈음을 동반하여 평화롭고 부드럽게 노래한다... 그 다음..
더욱 세밀하게 펼쳐져 변주되다가.. 처음의 멜로디를 회상 시킨다.. 중간부에서는 좀더 진지하고 대범해지면서.. 같은 동기에 조성의 변화가 잇달아 일어나니.. 그 느낌이 무척 다채롭다..
다시 처음의 멜로디.. 그 반주가 정교하게 변주 되어 참으로 색다른 느낌이다...
느린 악장을 제대로 연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마치 어떤 길을 아주 천천히 걷는 일과도 같은 이치라 할수 있을 것이다. 박자를 조절하고.. 강약을 조절하고.. 음 하나 하나마다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부분 부분의 뉘앙스와 전체적인 흐름을 균형 있게 살리기 위한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롭기 위해.. 연주자는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에 매달리기도 한다.. 거기에 덧붙여... 진정 자신의 소리에 깊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또 한가지 훈련을 거쳐야만 한다.. 바로.. 자신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듣는 훈련이다...
스스로가 관찰자의 입장에 서서 자신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감정을 거듭거듭 살피는 훈련이다...
가슴앓이로 고뇌하지 않고서는 속의 말을 길어 올리지 못한다 하지... 어디 말뿐이랴..
소리를 표현하는 작업 역시도 고통 속에서 엮어지고 빚어져야 하리라.. 그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만들어 내는 소리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음 한음을 누르는 일조차 조바심 나고.. 가슴 떨려 올때가..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쏟아 붓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깊이 숨겨두었던 그리움 하나가... 꼬리를 물듯 일어나서.. 내 가슴 한복판을 휘저어 간다...

 

 

3. Rondo: Allegretto
론도... 기분 좋게 산책 길에 나설 때... 어디선가 문득 이 노래가 흘러 나온다면...
발걸음이 더우기 가벼워질 것 같다... 거리에는 따스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내 옆에는.. 조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가 촐랑거리며 따라오는 것 같다...
가끔은.. 자전거 한대가 내 곁을 
휘익 지나가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내 귀를 스친다... 갈수록 론도 주제가 화려해지고..기교가 심화되는가 하면... 호화로이 변형 되기도 하지만...
처음에 들려오는 이 노래는 무척이나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혹자는 처음의 음형이 유명한 복케리니의 미뉴엣을 연상시킨다 하던데...
보통보다 약간 빠른듯한 템포에... 가볍고..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