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피아노] 쇼팽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jubila 2024. 3. 4. 03:04

쇼팽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Chopin, Piano Concerto No.1 in E minor, OP 11.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마단조

Frédéric Chopin (1810-1849)
1. Maestoso,     2. Romance,     3. Rondo

Piano : Olga Scheps
Chamber Orchestra of Polish Radio
conductor Agnieszka Duczmal.













39년을 살다간 쇼팽의 음악적 생애는 피아노에서 시작해서 피아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팽은 협주곡을 모두 두 곡을 남겼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단조 Op.11은 스무 살이던 1830년에 작곡했다. 그리고 제2번 f단조 Op.21은 그보다 1년쯤 전에 작곡했다. 말하자면 제1번 e단조를 더 나중에 썼다. 하지만 출판을 먼저 했기 때문에 ‘제1번 협주곡’으로 자리했다.



아름다운 봄의 달빛이 어린 밤처럼… 고향을 떠나는 스무 살 청년의 마음
이 곡은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면서 가졌던 ‘고별 연주회’에서 초연한 음악이었다. 1830년 10월 11일 바르샤바 국립극장, 피아니스트는 물론 쇼팽 본인이었다. 이 곡에 대한 쇼팽 스스로의 언급은 친구인 보이체호프스키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된다. 쇼팽은 1830년 5월 15일의 편지에서 이 곡의 2악장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였다.

“이 새로운 협주곡의 아다지오는 E장조라네. 여기서 나는 강렬한 힘을 추구하지 않았어. 로맨틱하고 평화로운 기분에 젖어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면서, 많은 추억들을 되살리는 장소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지. 아름다운 봄의 달빛이 어린 밤처럼 말이야.”


그의 말처럼 이 곡은 강렬하지 않고. 약간의 우울함, 추억의 장소에 대한 회상, 달빛이 고즈넉한 아름다운 봄밤의 정취…. 말하자면 고향을 떠나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 쇼팽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우리는 이 곡을 작곡하던 시기에 쇼팽이 갓 스무 살의 청년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당시의 쇼팽은 음악적으로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협주곡 제1번과 제2번은 오케스트레이션 부분에서 음악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또 스무 살 청년들이 흔히 그렇듯이 감상주의의 편린을 음악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적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쇼팽이 남긴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은 듣는 이의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쇼팽 이전의 음악사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피아노의 독특한 뉘앙스, 음을 밀고 당기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미, 아울러 듣는 이의 가슴 속으로 곧바로 스며들어 오는 직접적인 낭만성 같은 것들이야말로 쇼팽 음악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정서적 매력이 존재한다. 게다가 이 곡은 고향을 떠나는 스무 살 청년의 마음을 담아내면서, 이후의 쇼팽이 죽는 날까지 앓아야 했던 ‘향수병’을 미리부터 예감케 하고있다. 1831년 9월 파리에 당도한 쇼팽은 폴란드 억양이 짙은 프랑스어로 말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노상 그리워했던 고향에는 죽는 날까지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



Chopin: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Krystian Zimerman
Polish Festival Orchestra



 

1. Allegro maestoso
쇼팽의 많은 음악이 그렇듯이,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는 아무런 설명 없이 들어도 가슴으로 잔잔하게 밀려들어온다. 애상이 깃든 가요적 선율이 빈번히 등장하는 까닭에 서너 번만 반복해 들으면 음악이 그대로 외워진다. 1악장은 관현악이 당당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의 첫 번째 주제를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두 번째 주제는 현악기들이 연주하는 가요풍의 선율이다. 다시 첫 번째 주제가 연주되다가 마침내 피아노가 등장해 두 개의 주제 선율을 잇달아 펼쳐낸다. 듣는 이의 마음을 좀 더 끌어당기는 선율은 역시 두 번째 주제이다.

 

2. Romance, 
2악장은 느린 템포의 로망스 악장이다. 현악기들이 여리게 도입부를 이끌고, 이어서 피아노가 노래하는 듯한 주제 선율을 연주한다. 쇼팽이 친구 보이체호프스키에게 얘기했던 바로 그 악장이다. 약간의 우울함과 회상의 분위기, 달빛의 느낌 등으로 가득한 악장이다.

 

3. Rondo
중단 없이 아타카(attacca)로 이어지는 3악장은 생기 넘치는 도입부로 시작하는 론도 악장이다. 론도(Rondo)라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에피소드 풍의 삽입구가 끼어든다. 도입부가 끝나면 피아노가 스케르찬도(scherzando, 익살스럽게)로 연주하는 민속음악 풍의 발랄한 선율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3악장의 론도 주제이다. 그 선율을 잘 기억하시면서 마지막 장면까지 귀를 기울여보면 3악장의 진가를 더 확실하게 느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