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관현악]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jubila 2023. 7. 11. 06:13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Brahms Cello Sonata No. 1 in E Minor Op.38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Johannes Brahms, (1833~1897)
I. Allegro non troppo,    II. Allegretto quasi Menuetto,     III. Allegro


Maximilian Hornung, Cello
Herbert Schuch, Piano




브람스의 첫 번째 첼로 소나타는 1865년에 작곡 되었다. 

갈색의 파스텔화 같은 첼로의 선율

첼로는 브람스가 남달리 사랑했던 악기였다. 과묵하고 신중했던 그의 내성적인 성격과 첼로의 낮고 과묵하면서 부드러운 음색을 생각한다면 그가 왜 첼로를 좋아했는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가 클라리넷이나 호른과 같은 관악기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는 첼로를 위한 소나타로 두 곡을 남기고 있지만 자신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다른 관현악 작품에서도 곡이 의도하는 뉘앙스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첼로가 빈번히 등장하게 된다. 교향곡 제2번의 제1악장이나 교향곡 제4번 제2악장의 은은하고 심오한 주제는 첼로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제3악장의 느린 악장에서 보이는 독주 첼로의 활약은 마치 첼로협주곡을 듣는 느낌을 준다.

그는 말년의 어느 날 드보르자크가 발표한 첼로협주곡을 처음 듣고 “이런 첼로협주곡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왜 나는 생각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전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면 나 자신이 첼로협주곡을 작곡 하였을 텐데”라며 한탄하였다고 한다.

그가 남긴 두 곡의 첼로소나타 사이에는 무려 21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이 있지만 두 곡 사이에는 어떤 음악적인 성숙도의 격차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 곡 모두 브람스의 음악 세계가 갖는 특성을 잘 함축하고 있어 그만의 짙은 개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왠지 쉽게 근접하기 어려운 브람스 음악의 본령에서 뿜어져 나오는 몽환적이고 모호한 갈색의 파스텔화 같은 선율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음악이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그의 내면세계는 타오르는 열정을 속으로 끌어안고 몸부림치는 상태였다. 마치 이 열정을 발산하기에는 실내악이란 형식이 더 적합하다고 스스로 판단하였던 것처럼 여러 실내악곡들에서 이러한 그의 열정이 묻어난다.

특히 그가 작곡한 두 곡의 첼로소나타는 듣는 이의 모든 감성을 다해 음악에 몰입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진정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에 젖어오는 이들에게만 향취가 높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성향이 강하다. 마치 칡뿌리를 씹을 때 처음에는 껄끄럽고 떫기만 하지만 씹을수록 은은한 향과 맛에 취하는 것과 같다. 

이 첼로소나타 제1번은 슈만의 미망인 클라라가 기거하고 있던 리히덴탈의 별장에서 구상하였다. 슈만이 라인 강에 투신한 후 정신병원에서의 오랜 투병 끝에 쓸쓸하게 최후를 마치자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였던 클라라는 한적한 전원도시에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많은 음악인들과 교류를 하면서 음악회를 열어 이들을 후원하기도 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서른세 살의 젊은 브람스는 〈독일 레퀴엠〉을 완성한 후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첼로소나타를 구상하게 되고 가을에 빈으로 돌아와 이 곡을 마무리 지었다.

이 곡은 전 악장이 단조로 되어 있고 첼로는 피아노보다 낮은 음색으로 일관하고 있어 극히 중후하고 어두운 정취가 감돈다.

첼로소나타 제2번은 그가 창작열이 가장 원숙해진 쉰세 살의 나이에 완성하였다. 첼로소나타 제2번은 제1번에 비해 규모가 훨씬 깊어지고 음악적인 세련미도 한층 더해졌다.

이 시기 그가 심혈을 쏟아 작곡에 열중했던 실내악곡들은 모두 깊이를 더한 심오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바이올린소나타 제2번,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 등도 작곡하였는데 이른바 `브람스 3대 소나타'는 모두 이 때 작곡한 것이다.




Brahms Cello Sonata No. 1 in E Minor Op.38

Mstislav Rostropovich
Rudolf Serkin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소나타 형식으로 청년기의 브람스 특유의 텁텁한 서정이 가득하다. 조용히 오랜 벗과 차분하고 조용한 대화를 나누듯 제1주제가 진행되면서 가슴을 저미게 하는 우수가 가득한 제2주제가 다가오며 침울한 감정을 떨쳐 버리듯 묘한 정취가 풍긴다. 

 

 

 

제2악장 Allegretto quasi minuet 
브람스 특유의 북부 유럽의 깊은 계곡처럼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며 구슬픈 미뉴에트로 아름다운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겨울 풍경 같은 황량감이 첼로와 피아노의 교묘한 조화로 쓸쓸하게 그려지다가 조용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멋을 풍기며 화려한 코다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