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Baroque

[관현악] 베토벤 - 현악 사중주 제16번

jubila 2024. 2. 20. 17:05

베토벤 - 현악 사중주 제16번




Beethoven String Quartets No.16 in F Major, Op.135
베토벤 / 현악 4중주 제16번 바장조 Op.135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I. Allegretto,  II. Vivace,  III. Lento assai, cantante e tranquillo,  IV. Grave, ma non troppo tratto–Allegro 

Ariel Quartet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제16번은 1826년 봄에 구상하고 7월에 착수하여 사망하기 5개월 전인 10월에 완성했다. 
이 곡은 친구인 요한 네포묵 볼프마이어에게 헌정되었으며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후인 1828년 9월 베를린 슐레징거 사에서 출판되었다. 초연 역시 베토벤 사후 1년이 지난 후인 1828년 3월 23일 빈에서 열린 기념 연주회에서 이루어졌다.



베토벤 최후의 걸작
베토벤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마지막에 쓴 작품인 〈현악 4중주 16번〉은 열여섯 곡에 달하는 현악 4중주를 마무리하는 위대한 걸작이다. 피날레 악장의 첫 머리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라는 글귀를 적어놓았으며, 이를 통해 생의 말기를 맞은 베토벤의 내면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1822년 이후에 완성된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들은 내면의 깊은 성찰을 추구했던 베토벤의 사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 점점 길이는 길어지고, 복잡하고 정교한 푸가들이 곳곳에 사용되었다. 이미 고전 양식을 벗어난 이 현악 4중주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현악 4중주 16번〉은 베토벤이 병마와 싸우는 힘겨운 순간에 완성되었다. 이 곡을 작곡하던 1826년 베토벤은 이미 마지막 순간을 예감한 듯 그는 피날레의 첫 머리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라는 글귀를 적어놓았다.

힘들게 내린 결정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은 전체 4악장으로 되어 있다. 1악장 ‘알레그레토’는 형식상으로는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음악적인 흐름과 아이디어의 응집력은 후기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2악장은 빠르고 역동적인 ‘비바체’로 스케르초에 가깝다. 3악장은 느리고 고요한 분위기의 ‘렌토 아사이 칸탄테 에 트랑퀼로’이다. 8분의 6박자의 마치 바르카롤을 연상케 하는 평화로운 리듬 속에서 고요하고 환상적인 악상이 펼쳐진다.
4악장은 전체 악곡 중에서 가장 베토벤의 심오한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피날레 악장의 첫 머리에는 ‘힘들게 내린 결정(Der schwer gefaßte Entschluß)’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느리고 무거운 분위기의 ‘그라베’로 시작하는 첫 선율은 점차 위로 상승하는데, 여기에 베토벤은 “꼭 그래야만 하는가?(Muss es sein?)”라는 질문을 적어두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선율은 반대로 점점 하강하는데, 이 부분은 앞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고 적혀 있다. 마치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진지한 음악을 통해서 마지막을 장식한다.




Beethoven String Quartets No.16 in F Major, Op.135
베토벤 / 현악 4중주 제16번 바장조 Op.135 
Taneyev Quartet

 

I. Allegretto,   
알레그레토(allegretto, 조금 빠르게) 템포로 문을 여는 1악장의 입구부터  밝고 따사로운 분위기의 선율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적절한 템포로 펼쳐진다.

 

 

 

II. Vivace,  
2악장은 비바체(vivace)로 생동감이 넘친다. 베토벤적인 추진력과 직진성이 마침내 등장하며, 잘게 쪼개지는 음형들이 매우 빠른 리듬을 타고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베토벤이 악보에 표기해 넣지는 않았지만 스케르초(농담)의 성격이 짙은 악장이다.

 

 

 

III. Lento assai, cantante e tranquillo,  
3악장은 앞의 두 악장과는 대조적으로 슬프고 장중합니다. 느리고 무거운 노래가 자유로운 환상곡 풍으로 펼쳐진다.  베토벤 말년 양식의 특징이랄 수 있는 ‘절대적 고독, 개인적 자아의 영역’이 두드러지는 악장이다.
철학자 아도르노가 
베토벤의 ‘말년성’으로 꼽고 있는 ‘객관적 세계를 뛰어넘은 모호함’이 바로 이 세 번째 악장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꺼져 가는 촛불처럼 아스라하게 사라지는 음형들을 바이올린이 고음역으로 연주하면서 끝난다.

 

 

 

IV. Grave, ma non troppo tratto–Allegro
4악장은 느리고 음산한 서주로 시작한다. 이 마지막 악장에는 ‘어렵게 내린 결정(Der Schwergefasste Entschluss)’이라는 표제적 문구와 함께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말이 수수께끼처럼 적혀 있어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물론 베토벤이 직접 써 넣은 문구이다. ‘그래야만 할까’라고 비올라와 첼로가 무겁게 물으면, ‘그래야만 한다’라고 바이올린이 부드럽게 대답하는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음악이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는 좀 머뭇거리다가 점점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의 강도가 세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는 매우 강렬하고 확고하다. 그것이 베토벤이 음악으로 남겨 놓은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