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옥상에서

2017년 3월 8일 오전 11:28

jubila 2017. 3. 8. 11:54

JY야,

거의 반년 만에 당신에게 글을 쓰는것 같구나.
오늘 날씨, 기온은 조금 쌀쌀하지만 맑고 따뜻한 햇빛은 이제는 봄이란다,  라고 말하는 것 만 같구나.

언제나 변화무쌍한 나에게 그동안도 많은 변화가 있었단다.
그간 뇌경색 이후,
"그래, 지금 내가 뇌경색 불구가 되었다고 전과 달라진것은 없다. 아니 전에보다 더 활기찬 것을 보여 주겠다, 라고 결심한 뒤 많은 프로젝트의 구상과 특허출원 등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신 곁에 가지 못하고 나이만  금년엔 70이 되었구나.
정말 시간이 빨리도 지나가는 것 같구나.

모든 걸 정리하고 이제 내 생전의 관이 될 이곳으로 온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구나.
비록 작은 집이지만 14층 베란다에서는 앞이 탁 트여 그 옛날 당신과 자주 찾던 남산타워가 부럽지 않고 작은 집이기에 여기저기 손으로 잡고서 편하게 다닐수도 있단다.


그간 건강은 더욱 나빠진것 같구나, 허기사 이제 70이니 어쩜 당연한 것이겠지,
그중 당뇨로 인한 당뇨 망막증이 심하여져서 오른쪽 눈은 황반변성 수술을, 왼쪽은 백내장 수술을 받았단다. 그런데 수술 후 예후가 너무 좋지 않아 눈이 무겁고 온세상이 흐리게 보이고 하루하루가 넘 신경이 쓰이는 구나,


빌어먹을, 사람이 왜 이리도 간사한지,,

몇 년전 당뇨 망막증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는,

까지껏 시력을 잃으면 어디 장님이 나 혼잔가?   세상, 보기 싫은것도 많은데 장님이 되어서 살아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하면서 호기를 부렸는데,

막상 이제 눈이 이 지경까지 오니, 이제 밥은 어떻게 해먹나, 청소는, 등등의 생각에 이놈도 별 수 없는 사람인지 조금은 두렵기 까지 하단다.


그래도 아직은 당신과 즐겨듣던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부르던 아름다운 당신도 볼 수있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면 그 옛날 당신에게 성냥을 갖다 달라하면 기침을 콜록콜록 하면서도 담배에 불을 부쳐 가져오던 귀여운 당신의 모습도 볼수 있단다.


이제 모든걸 버리고 족쇄 같던 휴대폰 (지금은 모두가 가지고 다니는 전화)도 없애 버리고 이곳에 오니 그냥 조용하기만 하단다.

동생놈들은 형님 어디 가셨나 하고 모두들 찾아 다니겠지,,,,,,


미안하다,, 이제는 나를 조용히 혼자 있게 하여 주는것이 형을 도와주는것이 란다.

그간 고마웠다.


JY아,

평생 욕심없이 살았지만 모든걸 버리고 아무것도 없이 사는 지금,

없는 것이 행복인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즐거움을 만들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리창을 부술것만 깉은 밝은 햇살은 그 옛날과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


나, 만나는 그 날까지,,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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